“여행갈까 했더니”…호텔숙박비 ‘평균 100만원’ 찍고 더 올린다고?

코로나 전보다 평균 33% 올라
“엔저 고려하면 더 올릴 수도”
주요 호텔 고급화 공사 잇달아
日정부, 관광수입 증대 안간힘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사진 = 픽사베이]

외국 관광객이 지나치게 몰리면서 일본 내에서 ‘오버 투어리즘(과잉 관광)’에 대한 경계심이 일고 있는 가운데 도쿄 도심 고급호텔의 하루 숙박비도 큰 폭으로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상반기 상승률을 보면 호텔값이 비싸기로 악명높은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을 웃돌 정도다.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미국 호텔 전문 조사업체 STR에 따르면 도쿄 고급호텔의 올해 상반기 평균 객실 단가(ADR)는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 상반기와 비교할 때 33% 오른 4만6133엔(41만6000원)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뉴욕의 16%, 런던의 30%를 웃도는 숫자다.

호텔 별로는 도쿄 도심의 고쿄(왕궁) 와 인접한 팰리스호텔 도쿄의 상승률이 두드러졌다. 이곳의 올해 1~7월 ADR은 8만7999엔으로 2019년 평균인 6만2049엔과 비교할 때 숙박비가 40%나 올랐다. 벚꽃 개화기에 맞춰 관광객이 몰렸던 3~4월의 평균 숙박비는 처음으로 10만엔(9만 170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10만엔은 업계에서 최고급 호텔의 숙박비 기준으로 여겨지는 금액이기도 하다.

도쿄를 대표하는 데이코쿠 호텔 도쿄의 경우 2019년 3월 3만6045엔이던 ADR이 올해 2분기에는 6만엔 근처까지 상승했다. 도쿄역에 인접한 샹그릴라 호텔 도쿄도 코로나 이전보다 약 두 배 가까이 오른 1박에 16만엔은 줘야 겨우 방을 잡을 수 있을 정도다.

고급호텔을 중심으로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지만 일본 내에서는 더 오를 것이라는 분위기가 높다. 이들 호텔을 주로 이용하는 고객이 미국·유럽 등 서구 관광객인데, 최근 엔화값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가격인상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인 상승률을 낮다는 설명이다.

사다야수 히데야 데이코쿠 호텔 사장은 “엔저를 고려하면 아직 가격을 더 올릴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올해 1~7월 일본을 찾은 해외관광객은 1303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 전인 2019년 같은 기간 1962만명과 비교할 때 33.6%나 낮은 수준이지만, 매월 관광객 숫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7월만 놓고 보면 코로나 이전의 80% 수준을 회복한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를 고려해 주요 호텔들은 고급화에 나섰다. 팰리스호텔은 스위트룸을 늘렸고, 2018년에 문을 닫은 팰리스호텔 하코네 자리에 럭셔리 호텔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13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데이코쿠 호텔의 경우 2030년대에 본관 재건축 계획을 마련한 상황이다.

저렴한 호텔 브랜드였던 도큐호텔도 최근 도쿄 도심 신주쿠 가부키초 타워에 벨루스타 도쿄 팬퍼시픽호텔을 개장했다. 이곳은 객실이 39~47층의 고층에 있어 도쿄 도심을 전망대 수준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제일 저렴한 방도 최소 6만엔, 스위트룸의 경우 우리 돈으로 200만원이 넘는 23만엔의 가격이 책정되어 있다.

일본 정부는 올해 관광객의 지갑을 최대한 열어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린다는 각오다. 일본을 찾은 관광객의 2019년 여행소비액은 4조8135억엔이었는데, 이를 15조엔까지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일본관광청에 따르면 2019년 일본서 100만엔 이상 소비한 여행객 숫자는 1%에 불과했지만, 소비액 측면에서는 전체의 11.5%를 차지했다. 그만큼 여행 ‘큰 손’을 유치하는 게 전체 관광 수지에서는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고급호텔을 찾는 관광객이 늘면서 유명 식당의 예약도 ‘하늘의 별따기’ 수준으로 어려워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소개된 트렌디한 장소의 경우 수 개월의 예약이 차 있는 것은 기본이고, 아예 예약을 받지 않는 식당도 등장했다. 1인당 8000엔의 예약료를 받고 유명 식당의 예약을 대행해주는 서비스도 성황을 이룰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