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굴의 표상” “볼셰비키즘 신봉”…홍범도 장군 ‘이념논쟁’ 격화

이영실 기자 2023. 9. 4.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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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둘러싼 이념 논쟁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육군사관학교가 홍범도 장군 흉상을 외부로 이전하기로 한 데 대해 "흉상 철거 계획을 철회해 역사와 선열에 부끄럽지 않게 해달라"며 "이 정도로 논란이 커졌으면 대통령실이 나서서 논란을 정리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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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전 대통령 “독립전쟁 위업 폄훼 안돼”
여권 “스스로 고려공산당 간부라 밝혀”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둘러싼 이념 논쟁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육군사관학교가 홍범도 장군 흉상을 외부로 이전하기로 한 데 대해 “흉상 철거 계획을 철회해 역사와 선열에 부끄럽지 않게 해달라”며 “이 정도로 논란이 커졌으면 대통령실이 나서서 논란을 정리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 홍범도 장군 흉상 모습. 국방부는 육군사관학교뿐 아니라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故) 홍범도 장군 흉상에 대해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지난달 지난달 27일 독립군·광복군 영웅 5인의 흉상 이전이 추진되는 것을 두고 “깊은 우려를 표한다. 숙고해 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던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일제 탄압으로 만주에서 연해주로 쫓겨나 소련 땅에 의탁하지 않을 수 없었던 독립군 부대의 간난신고는 풍찬노숙으로 떠돌면서도 무장 독립투쟁을 계속해 나가려는 불굴 의지의 표상이었다. 그 시기 불가피했던 소련과의 협력을 이유로 독립전쟁의 위업을 폄훼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남루하고 편협한 나라로 떨어지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색깔론으로 ‘이념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선우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철 지난 색깔론에 꽂힌 대통령의 언행이 점입가경”이라며 “작년 7월 윤 대통령은 첫 장·차관 국정과제 워크숍에서 ‘새 정부에게 국민이 기대하는 것은 이념이 아닌 민생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이라고 했었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의 철학과 원칙은 한결같다며 ‘우클릭’한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홍 장군 흉상 이전에 찬성하는 여당을 향해서는 “‘벌거벗은 윤 임금님’을 찬양만 할 뿐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에 공식 논평 한 줄 나오지 않았다”며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홍 장군을 “볼셰비키즘(소련 공산주의)을 신봉한 공산주의자”라고 규정하며 육군사관학교 내 흉상을 외부로 이전하겠다는 정부 결정을 옹호했다. 이철규 사무총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홍범도 장군이) 볼셰비키즘을 신봉하고, 동족을 향해서도 공산주의자가 아니면 적으로 돌렸다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국군의 사표로 삼을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홍범도 장군은 자유시참변이 일단락된 후인 1921년 9월 스스로 고려공산당 간부라고 밝혔다. 홍범도 장군의 사망 당시 레닌(의)기치 (신문)에 게재된 부고장을 보면 홍 장군은 공산주의 이념에 충실했음이 명확하다. 홍범도 장군의 흉상은 독립기념관에 모시는 것이 타당하고 합리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도 가세했다. 그는 중국 언론이 한국의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을 비난한 데 대해 “대한민국이 중국의 내정 간섭을 받을 이유는 단 하나도 없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박 장관은 “타국에 대한 도 넘는 참견, 외교 관계상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에 유의해 달라”면서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은 중국 언론이 그토록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홍범도는 대한민국 독립유공자다. 독립지사에 대한 예우는 대한민국 국가보훈부에서 차질 없이 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지난달 30일 “진정 항일독립투사를 홀대하는 나라가 대체 어디냐”며 “한국은 육군사관학교 내 항일 장군 홍범도의 흉상은 이전하면서, 일본 제국주의 시기 만주군 출신 친일 백선엽 장군으로 대체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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