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5주년' 박기영 "음악은 나를 찾아가는 유일한 길"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음악은 나 자신을 찾아가는 유일한 길이었습니다."
싱어송라이터 박기영은 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데뷔 25주년 소감으로 "음악이 내게 밥벌이 이상의 의미가 없다면 그만둬야 한다는 생각에 지금도 변화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금이야 K팝이 주목받지만, 제가 한 음악이 K팝의 범주에 들지 않았을뿐더러 데뷔 초부터 묘하게 비주류의 길만 걸었는데도 살 만하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했다.
박기영은 1998년 정규 1집 '원'(ONE)으로 데뷔해 싱어송라이터, 프로듀서, 뮤지컬 배우, 작가 등으로 활약했다.
그는 '죽죽' 올라가는 진성 고음을 바탕으로 한 폭발적인 가창력을 무기로 '마지막 사랑', '시작', '산책', '나비' 등의 히트곡을 배출했다. 발라드, 모던록에 최근에는 일렉트로니카까지 특정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폭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자랑했다.
결혼, 출산, 양육 등 인생사의 변곡점을 지나면서도 음악이라는 끈을 놓지 않은 비결을 물었더니 "음악을 가장 사랑했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박기영은 "20대 때는 소속사와의 분쟁으로 3년 정도 공백이 있었고, 30대 때에는 출산으로 활동을 쉬었다"며 "이전에는 1천석 공연장을 채웠던 나인데 아이 낳고 돌아오니 150석도 채우기 쉽지 않더라. '밑바닥'을 찍고 겸손해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좋을 때가 있으면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는 것을 배웠다"며 "'현재 진행형 톱스타'는 아니지만 이 나이대 여성 아티스트로 손에 꼽는 몇 명 가운데 하나로 남아 있다는 건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육아가 최고로 힘들고 음악은 재미있다"며 털털하게 웃었다.
그래도 우리나라 어느 지역 행사를 가도 '단 한 번이라도∼' 하는 하이라이트 부분이 흘러나오면 '아!' 하고 관객이 곧바로 알아주는 '마지막 사랑' 같은 히트곡이 있다는 것은 자랑이자 최고의 자산이다.
박기영은 "정준일 씨가 '히트곡이 한 곡 이상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인데, 누나는 저보다 히트곡이 많으니 부럽습니다'라고 하더라"며 "사람들이 기억하는 노래가 꽤 있다는 점에 감사드린다. 그게 음악가로 고생하면서 버티게 해 주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 사랑'이나 '시작' 같은 히트곡에 대해서는 솔직히 지겨운 느낌도 없지 않았지만 그래도 나처럼 긴 공백기를 겪은 가수에게 히트곡은 열심히 잡고 올라오게 되는 '동아줄' 같은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또 여러 장르를 아우른 점에 대해서는 "음악은 나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도구"라며 "나는 다양한 면을 안고 있는 사람이고, 시종일관 새로운 것에 대한 관심도 많기에 어려 장르를 하고 싶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기영은 데뷔 25주년을 자축하는 커다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최근 발표한 일렉트로니카 앨범 '매직트로니카'(Magictronica)를 시작으로 이후 베스트 앨범과 크로스오버 앨범도 내는 계획이다.
박기영은 일렉트로니카라는 장르를 꺼내 든 것에 대해 "나라는 사람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싶었다"며 "모두가 잘 아는 노래가 담긴 베스트 앨범은 여름보다는 가을과 겨울에 잘 어울릴 것 같아서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싱어송라이터의 장점은 자기 이야기를 음악으로 풀어놓을 수 있다는 것인데 일렉트로니카는 이야기를 펼치기 좋은 장르"라며 "어쿠스틱 음악에서는 시도하지 못할 일반적인 화성 밖의 음도 내 마음대로 내볼 수 있다"고 짚었다.
이번 앨범 타이틀곡 '터프 걸'(Tough Girl)은 여자의 마음을 알지도 못하면서 화나게 하는 남자에게 일침을 놓는 곡이다. 가리온의 MC 메타가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1999년 히트곡 '마지막 사랑'에서는 '다시 돌아와 너를 위해 비워둔 내 맘속 그곳에'라고 호소하던 그가 24년이 흘러서는 신곡에서 '이제 내가 좀 만만한가 봐? 좋다고 쫓아다닐 땐 언제고?'라며 호통치는 걸 보니 그만큼 시대에 통용되는 연애담도 바뀐 것 같아 색다른 재미를 준다.
박기영은 "20대 때는 이 사랑이 아니면 죽을 것 같은 시절을 누구나 겪고, 나도 그랬다"며 "지금 보니 부모 자식 사이 말고는 관계에도 '시한부'처럼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닐까 한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그는 지난해에는 SBS TV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로 태어나서 처음으로 축구도 했다. 도전을 피하지 않는다는 그는 앞으로 30주년, 40주년 때에는 연기도 해보고픈 꿈이 있다고 했다.
박기영은 "나는 무대에서 항상 가사에 맞춰 몰입하는 연기를 하고 있다"며 "내 무대 연기는 이를테면 메소드 연기인 셈"이라고 했다.
"나이가 들어서 좋은 건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여유가 생기는 거예요. 결과를 예상하고 불안해하는 것 때문에 사람은 지치거든요? 결과에 연연하지 않기에 음악도 계속 좋아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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