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경쟁 막는 경쟁법

정인지 기자 2023. 9. 4. 06:3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실무자들이 우리보다 법을 더 잘 안다. 애니메이션에, PPT에, 여러 방식으로 직원에 관련법을 교육시키더라. '이걸 다 지켜서 어떻게 돈 벌어요' 라고 물으니 '돈 안 벌어도 괜찮아요'라고 하더라."

홍대식 한국경쟁법학회장(서강대 교수)는 지난달 말 열린 '대규모유통업법의 법체계적 지위와 주요 쟁점' 세미나에서 기자들과 티타임을 갖고 "경쟁법은 경쟁을 보호하는게 우선인데, 과도한 규제로 오히려 산업 발전을 막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실무자들이 우리보다 법을 더 잘 안다. 애니메이션에, PPT에, 여러 방식으로 직원에 관련법을 교육시키더라. '이걸 다 지켜서 어떻게 돈 벌어요' 라고 물으니 '돈 안 벌어도 괜찮아요'라고 하더라."

홍대식 한국경쟁법학회장(서강대 교수)는 지난달 말 열린 '대규모유통업법의 법체계적 지위와 주요 쟁점' 세미나에서 기자들과 티타임을 갖고 "경쟁법은 경쟁을 보호하는게 우선인데, 과도한 규제로 오히려 산업 발전을 막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대규모유통업법은 2012년 국내 백화점 3사와 대형마트 3사가 유통 시장을 과점하자 이를 규제하기 위해 전세계에서 이례적으로 만들어진 특별법이다.

대규모유통업법은 문제가 발생하면 유통업자가 불법 행위가 없었다는 점을 직접 증명해야 한다. 과징금도 강력하다. 납품금액의 100%까지 부과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에서 과징금이 납품금액의 2% 이내에서 결정되는 것과 비교된다.

문제는 법이 제정된 지 10여년간 온라인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산업 지형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통업체들의 지위는 예전같지 않은데 법은 여전히 유통업체를 '갑'으로 규정하며 단속의 대상으로 삼는다. A유통업체 MD(상품기획자)는 미용기기 B업체 제품을 납품 받기 위해 수 년간 공을 들였다는 이야기나, C유통업체는 건강기능식품업체 D와 최소 수수료로 계약을 체결하고도 D가 다른 곳과 계약을 맺을까봐 전전긍긍한다는 이야기는 최근의 분위기를 보여준다.

유통채널이 장악력을 상실하면서 수익성도 급격히 낮아졌다. 마트 1위 이마트의 영업이익은 2012년 7359억원에서 지난해 2589억원(별도 기준)으로 3분의 1 토막이 났다. 백화점과 마트가 포함돼 있는 롯데쇼핑은 2012년 1조4675억원에서 지난해 3862억원으로 주저앉았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이를 타개할 혁신적인 기획이 나와야 하는데 법이 손발을 옥죄는 꼴이다. 유통업체가 납품업체와 새로운 거래 유형을 만들려면 직접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하지 않는 '무죄' 행위임을 입증해야 하는 현실이다. 법이 경쟁을 막고 '하던대로만' 사업을 하게 만들고 있다는 얘기다. '돈은 안 벌어도 괜찮다'는 유통업계 관계자의 말이 현행법 하에서 '혁신을 포기했다'는 말로 들리는 것은 기우일까.

정인지 산업2부


정인지 기자 injee@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