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늘어진 아파트 공사… 주 52시간 후폭풍 본격화
[편집자주]노동자의 휴식권리 보장과 노동권 선진화를 위해 도입한 '주 52시간 근무제'(근로기준법 개정안)가 올해로 시행 5년째를 맞고 있다.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기존 68시간에서 52시간(법정근로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으로 단축해 종업원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은 2018년 7월1일부터 시행됐다. 주 52시간제는 경제 선진국 반열에 오른 한국의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안전사고와 부실시공 문제 등을 해결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론 산업별 특성에 따라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 특히 연속 공정이 중요한 건설현장의 경우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노동시간 단축으로 공사기간이 늘어나고 이에 따른 비용 증가를 상쇄하기 위해 각종 특수 자재와 공법이 시도되며 부실시공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일부 기업들은 발주처와 공사비 분쟁을 겪으면서 소송까지 불사하고 있다. 30인 이하 중소기업의 경우 올해부터 주 52시간제가 시행돼 이 같은 분쟁 사례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 주 52시간제 분쟁의 서막… "수천억원 공사비 더 내라"
(2) 3.3㎡(평)당 공사비 '1000만원 시대', 시작된 분양가 폭탄
(3) 1~2년 늘어진 아파트 공사… 주 52시간 후폭풍 본격화
#. 올 4월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가 발생한 인천 검단 아파트 건설공사에는 무량판(보를 건너지르지 않고 기둥머리로 받게 만든 철근 콘크리트 바닥판) 공법이 적용됐다. 이 공법은 보 철근 등 자재 절감과 함께 인건비를 줄일 목적으로 고안됐다. 발주처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역시 공사기간과 비용 절감을 위해 해당 공법을 도입했다. 실제 LH는 무량판 공법으로 연간 751억원의 사업비를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의도치 않은 부실시공으로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노동시간과 중대재해 등 관련 규제가 늘어남에 따라 기업들이 건설공사의 효율화를 추구하는 과정이 안전 문제 소홀로 이어진다는 우려도 부각됐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인한 건설현장의 공사기간(공기) 지연 문제가 기업의 비용 부담 증가로 귀결되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에 이어 자재비·인건비 상승과 2022년 1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안전관리 강화 등 공기 지연의 원인이 늘고 있는 가운데 건설업의 비용 증가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건설업계는 공기 단축을 위해 특수 자재와 모듈러(조립식) 공법 등이 공사비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아파트 현장의 경우 이 같은 공사비 증가가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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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 52시간제 시행 5년이 흐른 시점에선 대기업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제도가 정착됐다"며 "공기 증가가 예상되는 경우 인력 투입 등을 통해 조정할 수 있지만 이는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엔 안전사고 발생과 부실시공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짧은 공기가 문제점으로 지목됐고 이에 따른 관리 비용과 자재 수급 등도 공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현장에선 앞선 조사 결과보다 공기 부족 현상이 훨씬 더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게 건설업계의 설명이다. 총 1만2000가구를 짓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단지명 '올림픽파크 포레온') 재건축 사업의 경우 기존 아파트 철거에만 1년 이상이 소요됐고 착공일인 2020년 2월 이후 현재까지 3년6개월이 경과했다. 준공 예정일은 2025년 초로 공사 기간은 약 1년 반이 더 남아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시공사와 조합의 공사비 증액 분쟁으로 공사가 멈춘 6개월의 시간을 감안하더라도 아파트 공사기간이 1~2년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대단지이거나 고층일수록 공기가 더 길어지지만 앞으로 전체 공기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본다"고 말했다.
건설현장의 경우 중간에 작업 중단 시 '연속 공정'이 불가한 특수성이 있는 문제점도 존재한다. 이동주 한국주택협회 산업본부장은 "인플레이션과 기후 변화, 중대재해 대응 등 여러 요소가 공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그 중에서 주 52시간제 비중이 매우 크다"면서 "이를테면 건설공사에선 콘크리트를 붓는 작업 도중에 중단이 불가하고 다음 날 작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도로·철도와 공공주택 등 공공공사의 경우 주 52시간제의 영향이 더 적은 것으로 보인다. 국가철도공단 관계자는 "공공공사의 경우 주 52시간제 시행이 빨랐고 공사 계획 수립 단계에서 인건비 등을 감안해 공기를 정함에 따라 큰 영향이 없었다"고 말했다.
LH 관계자도 "근로기준법 개정 이전에도 현장 근무시간이 주 40시간으로 제한됐기 때문에 공기 증가나 공사비 상승에 영향이 없었다"면서 "시공사의 상황은 다를 수 있다. 현재까지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한 공사비 증액 요청을 받은 사례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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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산업도 자재 개발에 나서 상온 양생 4시간 만에 탈형(제거)이 가능한 콘크리트 조성물을 만들었다. 현대제철은 내진·내화 보강 공정 시간을 절감할 수 있는 복합성능 H형강을 개발했다. H형강은 화재와 지진을 견딜 수 있는 제품으로, 건축물의 안전성 제고는 물론 공정 감소를 통한 공기 단축 효과가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15층 이하 건축물의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recast Concrete) 공법을 적용한 공기 단축 방안도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건축물의 주요 구조 부재인 기둥·보·슬래브(콘크리트를 부어서 판으로 만든 구조물) 설계에 따라 사전에 공장에서 제작 후 현장으로 운반해 일체화하는 방식이다.
모듈러 건축도 대안으로 꼽힌다. 모듈러 주택의 경우 주요 부재와 부품의 70~80% 이상을 표준화·규격화한 뒤 공장에서 생산해 현장으로 운반 후 조립·설치한다. 공기를 20~30%가량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고 탄소 발생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아직까지 일반 주택을 지을 때보다 가격이 20~30% 이상 비싸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해 11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모듈러 협력 상세 업무협약을 체결해 모듈러 주택과 시설을 설립·운영키로 했다. GS건설도 2020년 영국과 폴란드의 모듈러 주택 전문기업을 인수하고 100% 자회사 '자이 가이스트'를 설립했다. DL이앤씨는 모듈러 유닛 제작, 설치, 마감 등 자체 기술을 확보하고 모듈러 주택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2016년부터 아파트 골조공사에 모듈러 기술을 도입했고, 구조와 외장 관련 특허 19건을 출원했다.
한 대형건설업체 관계자는 "아파트의 경우 모듈러 건축으로 짓는다면 터무니없이 비싸질 것"이라며 "다만 자동화와 품질 균일화 등의 장점이 커 대량생산이 이뤄진다면 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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