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금융 계열사, 태국 진출의 '의미'
카뱅 태국 진출, 금융당국 해외 진출 멘토링 성과
알리페이 덕 본 카카오페이…'파트너의 중요성'
카카오 금융 계열사들이 연이어 태국에서 낭보를 전해오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태국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한 주요 주주로 참여한데 이어 최근에는 카카오페이가 태국 결제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국내 금융회사들이 동남아시아 지역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면서도 이 지역 최대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태국에 쉽게 진출하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의 선전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태국 빗장 뚫는 카카오 금융사
카카오페이는 지난 29일 태국내 유통 기업인 센트럴 리테일 계열사, 차량 공유 기업 그랩 등의 결제처를 확보해 카카오페이 현지 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통상 국내 금융사의 해외 진출은 현지인들을 공략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카카오페이의 이번 태국 진출은 국내 사용자의 결제 활용성 확대다. 국내 카카오페이 사용자가 태국 현지에서 결제하면 환전절차없이 보유했던 포인트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이에 앞서 카카오뱅크는 현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한 컨소시엄의 주요 주주로 참석하기로 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6월 태국 금융지주회사인 SCBX와 손잡고 태국 정부가 추진하는 가상은행 설립에 도전장을 던지기로 한 바 있다. ▷관련기사 : [인사이드 스토리]카뱅, 불모지 태국서 자리 잡을까?
카카오페이의 태국 진출이 현지 공략보다는 국내 사용자의 편의성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카카오뱅크 역시 아직 태국에서 본격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진출의 초석을 다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국내 금융회사들은 1990년대 태국에 거점을 확보했지만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철수를 결정했다. 당시 태국 정부에서 철수를 만류했지만 이를 수용하기는 어려웠다. 사정이 나아진 지금은 당시 '의리'를 지켜준 일본계 금융회사들의 자리를 위협하지 않도록 국내 금융회사의 진출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현재 국내 주요 은행, 보험, 카드사 등은 동남아에 거점을 확보하고 있으면서도 유독 태국에는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금융사의 해외 진출 거점중 80%가 동남아시아 지역에 쏠려있다는 점, 태국이 동남아시아 지역중 가장 경제규모가 큰 나라라는 점을 고려하면 아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카카오 금융계열사의 태국 공략법
카카오 금융 계열사가 태국의 빗장을 열 수 있었던 데에는 국내 금융당국의 지지와 글로벌 파트너들의 덕을 톡톡히 봤다는 분석이다.
카카오뱅크가 태국 SCBX와 손잡기 직전인 지난 5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직접 태국을 찾아 세타풋 수티월트나르풋 태국 중앙은행 총재와 면담을 가진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세타풋 태국 중앙은행 총재는 준비중인 가상은행 계획을 이복현 원장에게 설명함과 동시에 한국의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한 경험과 사례 등에 대해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장은 "한국의 경험상 인터넷 은행이 시장에 신선한 경쟁 유인으로 작용 가능했고 국민들에게도 편의성 및 접근 가능성 제고 등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화답한 이후 국내 인터넷 전문은행의 경쟁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관계자는 "태국 중앙은행이 가상은행 인가를 준비하면서 성공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이 정착한 우리나라의 사례가 태국 은행업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했다"며 "SCBX 측에 카카오뱅크와의 협력을 조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금융당국이 국내 금융사의 해외 진출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이번처럼 가시적인 성과가 나온 것은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의미있는 사례라고 보인다"고 전했다.
카카오페이의 태국 진출은 글로벌 파트너를 잘 둔 영향 때문이라는 평가다. 중국의 대형 핀테크 기업인 앤트그룹이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2018년부터 앤트그룹과 다각도로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앤트그룹의 자회사 알리페이는 카카오페이의 주요 주주에 이름을 올리며 카카오페이의 해외 진출을 적극 돕고 있는 파트너다.
이번 태국 진출 역시 알리페이의 덕을 톡톡히 봤다는 분석이다. 카카오페이가 수월하게 결제처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현지에서 자리잡은 알리페이의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알리페이의 경우 중국을 중심으로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용되는 결제 서비스"라며 "이러한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이 태국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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