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K&L미술관 개관…김진형 디렉터 "아버지의 경영철학에 딸의 전문성 더했다"
바이로이트 연작 등 세계적 전위예술가 헤르만 니치 작품 46점 선 뵈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아버지와 딸이 함께 경영하는 사립 미술관 'K&L'이 4일 과천 우면산 자락에서 개관한다. 'K&L'은 지상 3층 지하 1층 총면적 1300㎡(약 400평)규모로 경기 과천 뒷골2로19에 둥지를 틀었으며 건축사무소 디아키즈(de Archiis, 대표 명재용)가 석재 외관과 시원한 중정이 돋보이도록 설계했다.
'K&L'은 앞으로 모기업 SMK인터내셔날의 후원 아래 국내외 유수 현대미술 작가들을 발굴하고 주제에 따른 소장품전 및 음악을 연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펼칠 예정이다. 오는 9월5일 개막하는 '총체예술'(GESAMTKUNSTWERK)은 K&L의 방향성을 드러내는 개관전이다.
12월30일까지 이어지는 개관전 '총체예술'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세계적 전위예술가 헤르만 니치(Hermann Nitsch, 1938-2022)의 모든 작업을 아우르는 다양한 작품을 살펴볼 수 있는 자리다.
이번 개관전 '총체예술'을 진두지휘한 김진형 K&L 디렉터는 지난달 29일 미술관에서 기자를 만나 "헤르만 니치는 1960년대 빈 행동주의를 이끈 오스트리아의 대표 현대 예술가"라고 설명했다.
김진형 디렉터는 "현장성을 담은 영상자료 및 대형 설치작품과 더불어 타계 직전까지 그려낸 드로잉, 예술관 확립에 중추적 역할을 한 판화작품 등 총 46점을 감상할 수 있다"며 "특히 '뿌리다'라는 의미를 가진 니치의 특징적 회화 작업 '슈트빌드'(Schuttbild) 중에서도 '바이로이트 연작'(Bayreuth Series)를 만날 수 있다"며 고 말했다.
김 디렉터는 "바이로이트 연작은 니치가 2021년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바그너의 오페라 '발퀴레' 예술감독으로 초청돼 퍼포먼스를 통해 탄생시킨 대형 회화 작업"이라며 "지난 2월과 7월 독일과 오스트리아를 방문해 헤르만 니치 재단과의 협의를 통해 이번 개관전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진형 디렉터의 아버지 김성민 K&L미술관 관장은 한국바그너협회 이사를 맡을 정도로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를 애정하고 있다. 김 관장은 1994년 설립된 와이셔츠 전문 수출기업 SMK 인터내셔널 대표이기도 하다. 김진형 디렉터는 "이번 개관전은 바그너(1813~1883) 탄생 210주년이기에 의미가 남다르다"고 덧붙였다.
자칭타칭 바그네리안(Wagnerian, 바그너애호가)인 김성민 관장이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발퀴레의 3막에 맞춰 각 장당 1000리터가 넘는 물감을 다루며 악극별로 특징적인 영감을 가감없이 표현한 니치의 회화 작품을 주목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김 관장의 차녀인 김진형 디렉터는 국내에서 선화예중·고를 졸업하고 미국 SAIC(School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에서 회화를 전공한 재원이다. 학업을 마친 그는 국제갤러리(2019~2021)에서 실무를 익혔으며 글래드스톤 한국지사 설립에 참여하기도 했다.
김진형 디렉터는 "헤르만 니치라는 거장의 초대전을 개최하기 위해 재단에 직접 방문해 관계자들과 깊은 소통을 이어왔다"며 "국내에서 아직 소개되지 않은 대표작을 미술관 차원에서 다수 소장하는 각고의 노력과 애정이 어린 기획을 통해 전시를 개최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김 디렉터는 "니치는 최근 미국의 메이저 화랑인 페이스(PACE) 갤러리에 소속됐다"며 "K&L이 니치의 모 화랑인 Jahn und Jahn갤러리와도 특별한 인연이 있는 미술관으로서 향후 대중에게 그의 작품을 지속 소개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개관전은 음악과 미술을 접목한 프로젝트를 기획하려는 K&L의 정체성이 잘 드러나는 전시"라며 "이외에도 년 1회의 소장품전과 국내외 작가들을 발굴하는 다양한 전시를 년간 3-4회 정도로 마련할 예정"이라고도 말했다.
K&L 미술관은 김성민 관장이 지난 19년간 SMK인터내셔널을 경영하며 쌓은 노하우와 김진형 디렉터가 학교와 미술계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결합한 곳이다. 김 디렉터는 여기에 전문성을 더하기 위해 김지예 큐레이터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김진형 디렉터는 "K&L이 의욕적 행보를 펼치기 위해 성곡미술관과 OCI미술관 등에서 활동한 김지예 큐레이터를 모셨다"며 "김 큐레이터가 국내 작가쪽을 전담하고 저는 해외작가와 네트워크를 전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디렉터는 "신생 사립미술관이 안정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 미술작품을 선별하는 식견과 작가를 존중하는 분위기도 중요하지만 사소한 부분에 놓치지 않는 예술경영 전반에 내공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라며 "1994년 창업한 모기업 SMK인터내셔널의 경영철학과 노하우를 잘 이식받겠다"고도 말했다.
끝으로 그는 "전세계 미술 애호가들의 이목이 프리즈 서울 2023 아트페어 기간에 집중되는 가운데, 아트페어뿐만이 아니라 주변 인근 지역까지 미술 연대의 장이 확장되기를 바란다" 며 "야심차게 준비한 이번 개관전으로 한국 미술계의 깊이와 수준을 더욱 탄탄하게 다지는 일에 보템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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