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박·폭우·폭염’ 이상기후 속출에… 농가 보험 예산 대폭 증액
신속한 복구 위해 보험금 지급 기간도 단축
수입보장보험 예산도 3배 이상 늘어
경기 화성에서 3150㎡ 규모의 원예시설을 운영하는 송○○(46)씨는 2022년 5억3000만원 규모의 재해보험을 들었다. 원예시설의 보험료로는 641만원이 책정됐다. 이 중 송씨가 낸 보험료는 64만원이었다. 보험의 절반을 정부가, 40%를 지자체가 지원해줬기 때문이다. 그해 송씨의 원예시설은 호우 피해를 입었다. 송씨는 자신이 낸 보험료의 100배가 넘는 7325만원을 보험금으로 받았다.
농작물재해보험금 지급 사례./ 출처=농업정책보험금융원
우박에 폭우, 폭염, 태풍까지 기후변화로 인한 농작물 피해 규모가 커짐에 따라 정부가 내년도 농작물재배보험 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4일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도 농작물재해보험 사업 예산을 5126억원으로 올해(4686억원) 대비 440억원(9.4%) 증액했다. 보험 대상 품목도 70개에서 73개로 늘렸다. 새로 추가된 품목은 수박과 블루베리, 두릅이다. 농식품부는 2027년까지 보험 대상 품목을 최대 8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농작물재해보험은 태풍, 강풍, 집중호우 등 자연재해로 인한 농가 경영 불안을 해소하고 농업인의 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만든 보험 상품이다. 특약을 통해 흰잎마름병, 벼멸구, 도열병 등 병충해 피해도 보장한다.
2001년 사과와 배 두 가지였던 재해보험 대상 품목은 해가 지나면서 계속 늘었다. 2001년 17.5%에 불과했던 가입률은 지난해 50%까지 올라갔다. 작년에는 농가 기준 51만5000가구, 농지 면적 기준 61만1000헥타르(ha)가 가입했다. 보험가입금액 규모는 26조원에 달한다. 국내 보험사 중에선 농협손해보험이 단독으로 취급한다.
농작물재해보험은 순보험료의 절반을 중앙 정부가 지원한다. 지방자치단체와 지역농협에서도 일정 부분을 지원해 농가가 실제로 내는 보험료는 순보험료의 10% 수준이다. 책정된 보험료가 5만원이라면, 농가는 5000원만 낸다는 뜻이다.
사업을 시작한 2001년부터 2022년까지 지급된 보험금 규모는 5조3016억원이다. 보험 지급액은 최근 들어서 늘고 있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 동안 지급된 보험금만 3조645억원에 달한다.
특히 2019년(9090억원), 2020년(1조193억원)에 지급된 보험금 규모가 컸다. 2019년엔 태풍 카눈, 2020년엔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이 한반도에 상륙해 상당한 피해를 안겼기 때문이다. 두 해의 보험손해율은 각각 186.2%, 150.6%를 기록했다. 모인 보험료보다 지급된 보험금의 규모가 1.8배, 1.5배에 달했다는 의미이다.
비교적 풍수해가 적었던 2021년과 2022년엔 지급 보험금이 5000억원대, 손해율은 70%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올해는 봄철 우박과 초장기 장마 이후 폭염이 이어지면서 보험금 지급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농업정책보험금융원 관계자는 “아직 가을 추수철이 오지 않아, 정확한 손해율은 추산하기 이른 시점”이라면서 “다만 올해 우박과 비 피해가 컸다는 점을 고려하면 2021~2022년보다는 보험금 규모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농가가 재해 피해 복구를 빠르게 할 수 있도록 보험금을 최대한 신속하게 지급하는 것에 신경을 쓰고 있다. 농업정책보험금융원에 따르면 손해평가를 완료하고 보험금을 확정한 후 계약자가 보험금 청구서를 제출하면 7일 이내에 보험금을 지급한다.
최근 들어선 보험금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피보험자가 청구할 경우 추정 보험금의 50%까지를 가지급 보험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7월 중부지역을 중심으로 한 호우 피해와 관련해, 방기선 당시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호우 피해로 인한 민생경제의 어려움을 조속히 극복할 수 있도록 농작물 재해보험은 추정보험금의 50% 내에서 선지급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농가의 일정 소득을 보장하는 수입보장보험 예산도 내년에 증액됐다. 재해보험이 재해로 발생한 농작물의 피해를 보장하는 보험이라면, 수입보장보험은 수확량과 가격을 모두 고려해 수입의 감소분을 보장하는 보험이다. 정부는 내년도 수입보장보험 사업 예산을 81억원 책정했다. 올해 예산(25억원) 대비 3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생산량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농작물의 특성을 반영해 농가 수입을 보상하겠다는 취지이지만, 정상 수입과 수입 감소분을 산정하기 어렵다는 점은 문제로 꼽힌다. 이 때문에 수입보장보험 사업 예산은 시범 도입 첫해인 2015년 31억원에서 2020년 52억원까지 늘었지만, 2021년에는 절반 넘게 깎인 25억원만 배정됐다. 올해는 작년과 동일하게 25억원이 배정됐다.
내년도 수입보장보험 사업 예산이 대폭 증액된 것은 농가 소득 파악을 위한 기반 구축 연구 용역으로 25억원이 배정됐기 때문이다. 순보험료도 47억원으로 올해(21억원) 대비 2배 이상으로 늘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수입보장보험을 운영 중인 미국과 일본에서는 농가에서도 소득 신고를 철저하게 하고 있어, 소득을 비교하기 쉽지만, 국내에서는 농가의 소득신고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체계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농가의 정상 소득을 파악하는 방안과 수입보장보험의 효과를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한훈 농식품부 차관은 “내년 농식품부 예산은 국제곡물시장의 불확실성, 공급망 불안, 기후변화 대응에 중점을 뒀다”면서 “식량안보를 강화하고 농가 소득 및 경영안정을 도모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의지를 반영한 예산”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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