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CJ CGV와는 다른 '한화오션'의 유상증자

한화오션이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발표하자 주주들의 원성이 터져 나왔다. 발행 주식 수 증가로 주주가치가 훼손되고 주가가 하락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하지만 한화오션의 자금 조달 후 사용 내역이 자세히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화오션이 이번에 확보한 실탄을 신사업과 생산설비 확충 등에 투자해 미래 해양산업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기대돼서다.

한화오션 주가는 유상증자 소식이 알려진 지난 8월22일 3만58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 거래일 대비 5.03% 떨어졌다. 이후 8월25일까지 4거래일 연속 하락해 3만5000원을 기록했으나 지난 8월28일과 29일 각각 3만7650원, 4만250원으로 올라 4만원대를 회복했다.


유상증자는 신주를 발행해 기존 주주나 신규 주주에게 대금을 받고 파는 것이다. 기업은 부채상환이나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지만 통상 신주에 할인율을 적용해 발행하는 데다 전체 주식 수가 늘어나 기존 주주들의 주식 가치가 희석될 우려가 있어 악재로 인식된다. 한화오션의 주가가 빠르게 회복된 것은 투자자들이 증자의 목적과 취지 등에 공감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CJ CGV는 유상증자 금액 대부분을 채무 상환에 활용한다고 밝혀 주주의 반발이 거셌다. CJ CGV의 주가는 유상증자 발표 당일인 지난 6월21일 전 거래일(1만4500원)보다 3060원(21.10%) 내린 1만144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지난 8월30일엔 7630원까지 급락했다. 유상증자로 부채상환 자금을 조달한다는 점에서 '주주 호주머니를 털어 빚을 갚는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한화오션은 유상증자로 마련한 자금 전액을 신규 투자에 활용한다는 점에서 타 기업 사례와 차이가 있다. 한화오션은 ▲방산 9000억원 ▲친환경·디지털 선박 6000억원 ▲해상풍력 2000억원 ▲스마트 야드 구축 3000억원 등 2조원을 신규로 투자할 계획이다.


한화오션은 악화된 재정상태로 그동안 투자에 소극적이었다. 지난해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의 연구개발(R&D)비용은 각각 1252억원, 609억원으로 전년 대비 35.4%, 19.9% 늘었다. 반면 한화오션은 지난해보다 3% 늘어난 745억원을 투자하는 데 그쳤다.

한화오션은 이번 투자로 2040년 매출 30조원, 영업이익 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가장 중점을 두는 분야는 방산이다.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방산시장에 진출해 고부가가치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지정학적인 위기에 따른 국방예산의 증가로 전 세계 함정 시장 규모는 향후 10년 동안 누적 기준 약 9860억달러(약 132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강화되는 글로벌 해양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친환경 제품 개발에도 힘을 쏟는다. 한화오션은 암모니아와 메탄올, 수소 기반의 '친환경 추진 시스템' 개발에 뛰어든다. 자율운항 선박 시장에 대비해 2030년까지 '레벨 4' 수준의 완전자율운항이 가능한 스마트십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연간 18%씩 성장하고 있는 글로벌 해상풍력 사업도 본격화할 방침이다.

한화오션은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분기별 흑자 전환이 유력한 데다 내년엔 고선가에 수주한 선박 매출 비중이 80%에 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투자로 한화오션이 앞으로도 세계 무대에서 순항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