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쿠팡 갈등 반면교사 삼자”...자사몰 키우는 식품社
“큰 회사도 결국 자사 유통채널 만든다” 교훈 얻어
자사몰 만들고도 냅두기 일쑤였는데
최근엔 자사몰 키우기에 집중
식품업계가 자사몰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CJ제일제당과 쿠팡간 갈등이 길어지면서 온라인 상에서의 유통채널 확보가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농심의 먹태깡처럼 품절 사태가 일어날 정도로 소비자 반응이 좋은 상품을 자사몰에서 판매하거나, 자사몰에서 상품을 구매하면 적립금을 더 주는 방식으로 소비자를 끌어당기고 있다.
4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지난 6월 말 먹태깡을 출시하고 자사몰인 ‘농심몰’에서 일부 물량을 판매하면서 이용객을 늘리는 데 성공했다. 먹태깡은 출시하자마자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될 정도로 인기를 끈 신상품이다.
농심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일 평균 가입자 수는 먹태깡을 출시하기 전인 올 상반기 평균 대비 300% 늘었다. 같은 기간 일 평균 방문자 수도 250% 증가했다.
농심 관계자는 “전체 회원 수는 작년 말보다 700% 가량 늘었다”면서 “자사몰 개점 1년이 된 시점에서 먹태깡 판매가 자사몰 이용자 수를 늘리는 데 도움을 줬다”고 했다. 농심 자사몰은 작년 8월 30일에 문을 열었다.
동원F&B도 비슷한 시기인 지난 6월말 건강기능식품을 취급하는 온라인몰 ‘웰프’를 만들었다. 이곳에서는 홍삼 건강기능식품 브랜드인 천지인과 GNC, 틱 등을 판매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할 때 온라인에서 관련 정보를 먼저 찾아보고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이 자사몰이 자리를 잡으면 홍삼 부문 부동의 1위인 KGC인삼공사의 정관장의 가두 점포(오프라인 채널)에도 어느 정도 대적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동원F&B는 이미 자사몰을 한 차례 안착시킨 경험이 있다. 2007년 만든 동원몰이 대표적이다. 동원그룹 관련 3000여 종의 식품과 식자재, 국내외 유명 브랜드의 식품, 생활∙주방용품 등 13만여 종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식품 전문 온라인몰이다. 누적 회원 수는 140만명이다.
온라인몰 강화를 위해 동원디어푸드라는 전담 자회사도 2020년 설립했다. 온라인몰을 키워나갈 전담 인력과 조직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동원F&B 관계자는 “최근엔 유료 멤버십 서비스 ‘밴드플러스’를 통해 충성 고객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밴드플러스는 연회비 3만원을 내고 가입한 회원에게 1년간 전용 혜택을 제공하는 유료 멤버십 서비스이다. 연회비 100%를 포인트로 돌려주고 동원 제품은 언제나 10% 할인을 받을 수 있어 소비자에겐 이익이다.
hy의 프레딧은 자사몰을 안착시킨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프레딧에서는 자사 제품 뿐만 아니라 제휴를 맺은 기업들의 제품까지 갖췄다. 취급 상품 수(SKU)는 1300여종에 달하고 프레시 매니저(옛 야쿠르트 아줌마)가 배송해준다. 2020년 12월 론칭 당시 65만 명이었던 회원 수는 이달 30일 기준 153만명으로 2배 이상이 됐다.
매일유업도 단백질 브랜드 셀렉스몰에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홈페이지에 새로 가입하면 5000원 쿠폰을 주고 특가전을 통해 최대 74%의 할인가로 제품을 살 수 있다.
식품업계가 자사몰 강화에 나선 것은 CJ제일제당과 쿠팡의 납품 단가 갈등이 작년 연말부터 8개월 이상 이어지고 있어서다.
식품업계는 쿠팡이라는 유통채널이 성장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갈등이 이렇게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CJ제일제당은 식품업계의 맏형격이고 ‘햇반’처럼 브랜드가 강한 상품도 많기 때문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CJ제일제당과 쿠팡의 갈등이 단기간에 끝났다면 자사몰 키우기에 대한 중요성을 알긴 했어도 우선순위로까진 올리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식품 제조사 중 맏형격인 CJ제일제당도 온라인 채널을 하나 잃어버리면 고전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차리게 돼 자사몰 강화에 힘쓰게 됐다”고 했다.
자사몰을 잘 안착시키면 여러가지 이점이 있다. 일단 수수료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두번째로 고객 데이터를 확보해 다양한 마케팅 활동에 이를 활용할 수 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한번 호감을 갖게 되면 반복 구매효과를 누릴 수 있는 상품이 식품”이라면서 “포인트 등의 혜택으로 가격적인 이점을 노리면서 기업들은 고객 정보를 비롯한 구매시기, 상품내역 등의 빅데이터를 활용 및 분석해 신제품 개발이나 마케팅 적인 측면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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