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올 상반기 방카슈랑스 매출 30% '뚝'

유은실 2023. 9. 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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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카 월납환산초회보험료, 1499억→1164억으로
매출 27% 떨어진 저축보험, 방카 매출 하락 주도
"IFRS17서 저축성보단 보장성 유리…고금리 유인↓"

[이데일리 유은실 기자] 생명보험사들의 올해 상반기 방카슈랑스(은행 판매 채널, 이하 방카) 매출이 전년 대비 30%가량 뚝 떨어졌다. 지난해 유동성이 필요했던 생보사들이 저축성보험 금리를 높여 방카 채널에서 현금을 끌어모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생명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기준 생보사들이 방카에서 거둔 ‘월납 환산 초회 보험료’는 1164억300만원으로 전년 동기(1499억2200만원) 대비 28.79% 감소했다. 월납 환산 초회 보험료는 초회보험료를 월 단위 납입금액으로 환산한 보험료로, 보험사의 신계약 성장성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같은 기간 신계약 건수 역시 감소했다. 생명보험사가 방카 채널을 통해 계약한 건수는 2022년 상반기 15만7344건에서 2023년 상반기 15만3552건으로 2.41% 줄었다.

특히 저축성보험 매출이 26.93% 감소하며 방카 시장 하락을 주도했다. 저축성보험은 예·적금과 비슷하지만 보험성격이 가미된 상품으로, 은행 방카 채널 판매 상품 중 비중이 70~80%에 달한다. 그간 이 상품은 생명보험사들의 외형확대 수단으로 자주 활용돼왔다. 현금이 필요할 때 고금리 저축성보험을 출시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는 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6%대 고금리 저축보험이 쏟아지면서 방카슈랑스 매출이 증가했었다”며 “올해는 금리를 높여 공격적으로 저축성보험 판매에 나서는 생보사들이 아직 없어, 실무 부서에서도 당초 목표치를 채우기 힘들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말했다.

실제 저축성보험의 금리 매력도는 지난해 말 대비 다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새회계제도(IFRS17) 준비, 이전에 팔았던 저축성보험 만기 도래 등으로 시중 유동자금 유치가 필요했던 생보사들은 하반기에 고금리 상품을 잇따라 내놓은 바 있다.

김성주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생보사들의 방카 저축성보험 평균금리 수준은 2022년 3월 2.26%에서 6월 2.39%까지 오른 뒤, 그해 12월말 2.52%까지 뛰었다. 올해 3월엔 2.50%로 0.02%포인트(p) 내렸고 이어 6월 기준으론 2.48%까지 하락한 상황이다.

같은 시기 회사별 평균 금리를 살펴보면, 생보사 톱3인 삼성·한화·교보생명 모두 금리가 하락했다. 이중 교보생명은 3.0%에서 2.80%로 떨어져 금리 하락폭이 가장 컸다. 삼성생명은 2.90%에서 2.82%로, 한화생명은 2.85%에서 2.80%로 평균 금리를 조정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저축성보험은 IFRS17에서 보장성보험보다 질 좋은 매출로 인식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며 “보험사들 입장에서 저축성보험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설 동기가 지난해보다 떨어진 데다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다른 통로들도 열려 있어 작년 출시된 6%대 고금리 상품은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보험업계 일각에선 올해 하반기부터 생보사들이 다시 방카슈랑스 판매에 다시 열을 올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올해 하반기 보험사들의 자본성증권 상환 규모가 꽤 큰 데다, 지난해만큼은 아니지만 만기가 도래하는 저축성보험금이 약 12조원가량으로 추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저축성보험발(發) 고금리 경쟁의 불씨가 아직은 살아있다는 평가다. 시중 자금이 필요한 중소형사들 위주로 금리 경쟁이 다시 재현될 가능성이 아예 없다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김성주 의원실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ABL생명의 월납환산초회보험료는 올해 2분기 45억5200만원으로 전분기(4900만원) 대비 90배 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동양생명은 13억5400만원에서 32억7500만원으로 141% 증가, 흥국생명은 2억4400만원에서 5억1500만원으로 111% 증가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IFRS17에서 중요한 계약서비스마진(CSM)을 늘릴 궁리를 하고 있는 보험사들은 저축성보험보다는 보장성보험에 집중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회사에 따라 현금 유동성이 필요한 곳은 금리를 좀 올려, 방카 채널에서 저축성보험 판매량을 올리는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유은실 (yes24@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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