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올 상반기 방카슈랑스 매출 30% '뚝'
매출 27% 떨어진 저축보험, 방카 매출 하락 주도
"IFRS17서 저축성보단 보장성 유리…고금리 유인↓"
[이데일리 유은실 기자] 생명보험사들의 올해 상반기 방카슈랑스(은행 판매 채널, 이하 방카) 매출이 전년 대비 30%가량 뚝 떨어졌다. 지난해 유동성이 필요했던 생보사들이 저축성보험 금리를 높여 방카 채널에서 현금을 끌어모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같은 기간 신계약 건수 역시 감소했다. 생명보험사가 방카 채널을 통해 계약한 건수는 2022년 상반기 15만7344건에서 2023년 상반기 15만3552건으로 2.41% 줄었다.
특히 저축성보험 매출이 26.93% 감소하며 방카 시장 하락을 주도했다. 저축성보험은 예·적금과 비슷하지만 보험성격이 가미된 상품으로, 은행 방카 채널 판매 상품 중 비중이 70~80%에 달한다. 그간 이 상품은 생명보험사들의 외형확대 수단으로 자주 활용돼왔다. 현금이 필요할 때 고금리 저축성보험을 출시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는 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6%대 고금리 저축보험이 쏟아지면서 방카슈랑스 매출이 증가했었다”며 “올해는 금리를 높여 공격적으로 저축성보험 판매에 나서는 생보사들이 아직 없어, 실무 부서에서도 당초 목표치를 채우기 힘들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말했다.
실제 저축성보험의 금리 매력도는 지난해 말 대비 다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새회계제도(IFRS17) 준비, 이전에 팔았던 저축성보험 만기 도래 등으로 시중 유동자금 유치가 필요했던 생보사들은 하반기에 고금리 상품을 잇따라 내놓은 바 있다.
김성주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생보사들의 방카 저축성보험 평균금리 수준은 2022년 3월 2.26%에서 6월 2.39%까지 오른 뒤, 그해 12월말 2.52%까지 뛰었다. 올해 3월엔 2.50%로 0.02%포인트(p) 내렸고 이어 6월 기준으론 2.48%까지 하락한 상황이다.
같은 시기 회사별 평균 금리를 살펴보면, 생보사 톱3인 삼성·한화·교보생명 모두 금리가 하락했다. 이중 교보생명은 3.0%에서 2.80%로 떨어져 금리 하락폭이 가장 컸다. 삼성생명은 2.90%에서 2.82%로, 한화생명은 2.85%에서 2.80%로 평균 금리를 조정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저축성보험은 IFRS17에서 보장성보험보다 질 좋은 매출로 인식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며 “보험사들 입장에서 저축성보험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설 동기가 지난해보다 떨어진 데다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다른 통로들도 열려 있어 작년 출시된 6%대 고금리 상품은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보험업계 일각에선 올해 하반기부터 생보사들이 다시 방카슈랑스 판매에 다시 열을 올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올해 하반기 보험사들의 자본성증권 상환 규모가 꽤 큰 데다, 지난해만큼은 아니지만 만기가 도래하는 저축성보험금이 약 12조원가량으로 추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저축성보험발(發) 고금리 경쟁의 불씨가 아직은 살아있다는 평가다. 시중 자금이 필요한 중소형사들 위주로 금리 경쟁이 다시 재현될 가능성이 아예 없다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김성주 의원실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ABL생명의 월납환산초회보험료는 올해 2분기 45억5200만원으로 전분기(4900만원) 대비 90배 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동양생명은 13억5400만원에서 32억7500만원으로 141% 증가, 흥국생명은 2억4400만원에서 5억1500만원으로 111% 증가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IFRS17에서 중요한 계약서비스마진(CSM)을 늘릴 궁리를 하고 있는 보험사들은 저축성보험보다는 보장성보험에 집중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회사에 따라 현금 유동성이 필요한 곳은 금리를 좀 올려, 방카 채널에서 저축성보험 판매량을 올리는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유은실 (yes24@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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