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지수 보면 삼성전자 주가 보인다?… ‘9만전자’ 향한 장밋빛 기대감
반도체 재고지수는 주가 반대 방향으로
240 돌파했던 재고지수, 6월부터 내림세
증권가 “3분기부터 D램 업계 실적 개선”
지난 5월 240을 돌파하며 고점을 찍었던 반도체 재고지수가 이후 내림세로 돌아서며 증권업계의 ‘반도체 바닥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의 여파로 올해 상반기 내내 부진했던 K-반도체는 최근 들어 반등 기대감에 휩싸여 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반도체 대장주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9만원대로 제시하며 장밋빛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일 6.13% 급등하며 다시 7만원대로 복귀했다. 2021년 1월 8일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적잖이 올랐지만,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크다.
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들어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월평균 주가는 1월 6만540원에서 5월 6만6900원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 국가통계포털(KOSIS)에서 반도체 재고지수를 뽑아보면 1월 189.7이던 반도체 재고지수는 5월 243.1로 상승했다. 반도체 수요 둔화로 재고가 쌓였는데, 회사 주가는 오히려 올랐다는 의미다.
이는 반도체 업황에 선행하는 주가 흐름의 특성이 반영된 거라고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실제로 반도체 재고 급증에도 최근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바닥론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3분기부터 D램 평균판매단가(ASP)가 고부가 신제품 출하 증가와 감산에 따른 공급 축소 효과로 2021년 3분기 이후 7개 분기 만에 상승 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지난 7월 삼성전자의 월평균 주가는 7만1348원으로 5월보다 더 올랐고, 반도체 재고지수는 221.7로 5월 대비 하락했다. 6월 재고지수도 213.1로 5월보다 낮았다. 재고지수가 여전히 200을 웃돌고 있지만, 고점을 찍고 하향 전환했다는 점에서는 반도체 바닥론이 힘을 얻을 수 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인공지능(AI) 수요 강세로 수혜 강도에 따라 3분기부터 D램 업계 실적이 개선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반도체주 주가와 재고지수의 연관성은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어수선한 경기 흐름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반도체 재고지수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90~100 사이에서 횡보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팬데믹 악재에도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2020년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29.5% 급증했다. 반도체 출하 호조로 재고가 많이 쌓이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 기간 삼성전자 주가도 2020년 4월 4만9000원대에서 2021년 1월 8만6000원대로 치솟았다.
반도체 재고는 2021년 하반기부터 서서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2021년 9월 121.1로 상승한 반도체 재고지수는 2022년 상반기까지 130~140선에서 움직였다. 이 시절 삼성전자 주가도 6만~7만원대에서 박스권을 형성했다. 재고지수가 급격하게 치솟은 건 작년 하반기부터다. 2022년 7월 155.0으로 오른 지수는 올해 1월 189.7까지 급등했고, 4월부터 200을 돌파했다.
치솟는 재고지수에 맞춰 맥을 못 추던 삼성전자 주가는 최근 반도체 바닥론과 함께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바닥론이 등장하자 재고지수도 하락 전환했다. 지난 1일에는 주가가 전날보다 6.13% 급등했다. 이 회사가 기존 D램의 2배 용량인 12나노급 32기가 비트(Gb) DDR5 D램을 개발했다고 밝힌 데 이어, 엔비디아와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덕이다.
증권가에서는 장기적으로 삼성전자가 9만원대 주가를 회복할 것이란 전망이 여전하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22곳의 삼성전자 목표주가 전망치는 9만1364원이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엔비디아가 양호한 실적 전망을 발표하면 글로벌 HBM 생산의 90%를 맡은 국내 반도체 기업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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