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변종오 KCC글라스 부사장 “인도네시아 공장, K-유리의 세계 시장 교두보”
”품질향상, 가격경쟁력 두마리 토끼 잡을 것”
”유리는 학문… 후학 양성해야 산업 발전할 수 있어”
KCC글라스가 인도네시아 공장 설립을 눈앞에 두고 있다. 동남아시아에 ‘K-글라스 클러스터’를 조성해 중동, 오세아니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신기술 개발과 더불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향후 세계 무대에 진입하겠다는 전략도 세웠다.
‘K-유리의 세계화’라는 과감한 출사표를 던진 변종오 KCC글라스 판유리사업총괄 부사장은 과거 우리나라의 선도산업인 자동차, 건설 등의 분야에 수입산 유리가 쓰일 시절부터 ‘유리의 국산화’를 위해 힘써온 유리 전문가다.
1984년 KCC의 전신인 주식회사 금강에 입사한 그는 KCC 중앙연구소 연구임원과 KCC여주공장 공장장 등의 자리를 거쳐왔다. 원료확보부터 공정개발, 그리고 KCC글라스가 세계 최대 규모의 유리공장을 보유한 현재까지 그의 손이 닿지 않은 과정 없다.
그는 글로벌 시장에서 큰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 유리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극강의 기술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국가선도산업이 기술력으로 세계 무대에서 승부를 봤던 만큼, 그 기반이 되는 사업인 유리도 기술력을 확보해 시너지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9일 KCC글라스 여주공장에서 만난 변 부사장은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유리에 다양한 기능을 요구하기 시작하고 있다”며 “2차 산업이었던 유리가 4차 산업화 되면서 기술력이 시장 점유율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변 부사장과의 일문일답.
현재 세계 최대 규모의 KCC글라스 여주공장을 보유하고 있는데, 해외 공장 설립을 서두르는 이유는 무엇인가.
“건축물 에너지 절감이나 친환경 문제 등으로 향후 세계적으로 판유리의 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현재 판유리 시장에서 중국∙동남아 등 국가의 저가 수입유리의 유입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품질의 상향평준화가 이뤄진 상황에서 소비자는 가격을 따진다. 물론 타 국가의 제품보다 상대적으로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는 있지만, 하루 빨리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해외진출의 교두보로 인도네시아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인구, 경제성장률, 인건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가장 적합한 국가라고 판단했다. 위치상으로도 중국, 인도, 유럽 등으로의 진출이 유리하다. 이러한 이점이 있기 때문에 중국 국적의 경쟁사도 인도네시아 진출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이지만, 인도네시아 공장에 KCC글라스의 모든 기술을 집약할 계획이기 때문에 승리할 자신이 있다.”
KCC글라스 여주공장과 인도네시아 신규 공장의 역할 분담은 어떻게 되는가.
유리산업은 각종 첨단산업의 근간이 되기 때문에, 기술이 발전할수록 유리에 요구하는 기술도 많아진다. 국내 공장은 고부가가치, 고성능을 요구하는 첨단 유리제품 생산 기지로 운영을 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 공장은 가격경쟁력 확보 및 생산성 향상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양과 질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겠다는 취지다.”
비교적 세계 무대에 늦게 진출한 K유리가 외국기업과의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인가.
“루이14세 시절에 설립된 프랑스의 유리 기업 ‘생고뱅’등 세계 유수의 기업들 사이에서 KCC글라스가 살아남으려면, 방법은 기술력 뿐이다. 유리가 기술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분야가 넒은 만큼 KCC글라스만의 다양한 기술을 개발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 특허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현재 가장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신기술은 무엇인가.
“건축용 판유리 및 자동차용 유리는 고기능성 원판 개발, 세계 최고 성능 수준의 코팅유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복사열 차단율을 극대화한 ‘트리플 로이유리’ 개발이 대표적이다. 전자, 디스플레이, 반도체, 자동차 등 한국이 선도하고 있는 산업 분야가 필요로 하는 스마트 글라스 등 특수 유리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 산업에 들어가는 기초 유리는 외국 회사들이 과점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국산유리로 대체하는 것도 목표다.”
1980년대 KCC글라스의 판유리사업 초창기 때부터 사업을 이끌어 왔다. 40여년 만에 국내 점유율 1위를 넘어 세계진출까지 넘볼 수 있도록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수많은 위기를 기회로 삼은 것이 성장의 가장 큰 비결이다. 처음에는 한국유리공업의 광권에 밀려 원료인 규사를 구하지 못할 정도였다. 결국 경기도 가평의 한 돌산을 발파한 뒤 이를 파쇄·분쇄해 규사를 얻는 방법을 찾아냈다. 또 세계 최대 유리 기업인 프랑스의 ‘생고뱅’의 기술을 들여왔지만, 유리가 깨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를 수차례 시행착오를 거쳐 우리의 규격에 맞게 조정했다. 공장에 들인 설비를 납품한 회사가 폐업을 해 직접 더 효율적인 수리법까지 찾는 등, 위기를 극복하면서 습득한 기술력이 큰 도움이 됐다.”
향후 유리산업의 전망은 어떻게 보는가.
“에너지 고효율 자재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에너지 절약 및 온실가스 절감 이슈가 부각되고,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시장 전반의 노력은 ‘패시브 하우스’ 및 ‘에너지 제로 하우스’를 통한 건축물의 에너지 절약 움직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성능이 높은 고성능 코팅유리 제품에 대한 수요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외에 자동차 시장의 메가트렌드인 Connected(연결), Autonomous(자동운전), Sharing(공유), Electricity(전동화)를 뜻하는 ‘CASE’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에서의 가전∙전자용 디스플레이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 기기의 적용도 새로운 수요 창출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유리산업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1983년 서울대학교 무기재료 석사학위를 취득할 당시에 유리 관련 전문가가 없어 고생했었는데, 현재도 교육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다. 유리는 건축 자재 중에서 유일하게 투명하다. 유리를 통해서만 밖을 내다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유리는 대체불가하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가가 필요하다. 다양한 발전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유리 분야를 학문화 시켜 후학을 양성해야 산업이 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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