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ETF 오르는데… 빌빌대는 탄소배출권 ETF, 이유는?
이차전지 종목 비중 30% 이상
반면 탄소배출권 ETF는 기대와 달리 지지부진
유럽 탄소배출권 가격 하락 때문
올해 폭염과 폭우 등 이상기후가 나타나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기후변화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의 희비가 엇갈렸다. 이차전지 주 중심의 기후변화솔루션 지수를 추종하는 ETF는 최근 6개월간 평균 30% 가까이 올랐다. 기후변화솔루션 지수는 저탄소 성과가 높은 종목을 편입한다.
반면 탄소배출권에 투자하는 펀드는 부진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탄소배출권 가격은 탄소 배출량이 늘면 오른다. 하지만 최근 천연가스 가격이 내리면서 석탄 사용량이 줄었고, 이에 탄소배출권 가격이 내리면서 ETF 가격도 내린 것이다. 전문가들은 오는 10월부터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시행되면 탄소배출권의 수요가 늘어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후변화 솔루션 ETF 5개의 최근 6개월간 평균 수익률은 29.08%로 나타났다. 이 기간 ‘TIGER KRX 기후 변화 솔루션’ETF는 29.96% 올랐다. 같은 기간 ‘SOL KRX 기후 변화 솔루션’ETF는 29.11%, ‘KBSTAR KRX 기후 변화 솔루션’ETF는 29.08%, ‘KODEX KRX 기후 변화 솔루션’ETF는 28.87%, ‘HANARO KRX 기후 변화 솔루션’ETF는28.37% 상승했다.
이 상품은 모두 KRX 기후변화 솔루션지수를 추종한다. 이 지수는 저탄소 전환점수와 저탄소 특허점수가 높은 40개 종목을 편입한다. 저탄소 전환점수는 저탄소 경제로 전환했을 때 기업의 위기 대응 능력을 평가하는 지표다. 저탄소 특허점수는 저탄소 기술과 관련된 특허의 양과 질을 평가한다. 이 지수에는 탄소 절감과 직접적으로 연관성이 높은 이차전지 관련 기업이나 전기차, 태양광 업체 등이 대거 포진해 있다.
기후 변화 솔루션 ETF가 크게 오른 건 추종 지수에 포함된 이차전지 관련 종목 주가가 뛰었기 때문이다. 가장 상승률이 높았던 ‘TIGER KRX기후변화솔루션’ETF는 구성 종목에서 1일 기준 이차전지와 관련 기업 비중이 30% 이상을 차지한다. 에코프로(12.75%), 에코프로비엠(8.62%), SK하이닉스(7.87%), 포스코홀딩스(POSCO홀딩스)(6.83%), 삼성전자(6.7%), LG에너지솔루션(6.49%) 등이다.
반면 탄소배출권 ETF는 기후변화 관련 상품인데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탄소배출권 관련 ETF 중 지수를 정방향으로 추종하는 상품은 4개다. 최근 6개월간 ‘HANARO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CE(합성)’ETF는10.89% 손실을 냈다. ‘SOL 유럽탄소배출권선물S&P(H)’ETF와 ‘KODEX 유럽탄소배출권선물ICE(H)’ETF는 각각 10.69%, 10.59% 내렸다. ‘SOL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HS(합성)’ETF는 0.3% 올랐다.
탄소배출권은 기업이 일정 범위 내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다. 정부에서는 매년 기업별 탄소 배출 허용량을 설정하고 이에 맞게 탄소배출권을 지급한다. 각 기업은 할당량만큼의 탄소만 배출할 수 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ETS)에 따라, 할당량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한 기업은 배출권을 사야 한다. 반대로, 탄소 배출량이 허용량보다 적으면 배출권을 팔아 수익을 낼 수 있다. 탄소배출권은 화석 연료 사용량이 늘어나는 겨울철에 가격이 오르는 경향이 있다. 정부에서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친환경 정책을 추진하면 탄소배출권 수요가 늘어 가격이 오르기도 한다.
탄소배출권 ETF가 하락한 건 유럽의 탄소배출권 가격이 내려가고 있어서다. 유럽 탄소배출권 가격은 지난 2월 95유로를 넘었지만, 5월 이후 80유로대에 머물러 있다. 1일 기준 탄소배출권 가격은 86.03유로다. 석탄의 수요가 줄어든 게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일반적으로 석탄은 대체재 관계인 천연가스 가격과 함께 움직인다. 올해 들어 기온이 오르고 유럽의 가스 비축량이 늘어나자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했다. 앞서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대유행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에너지 위기가 심화했을 때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기도 했다.
증권업계에서는 탄소배출권 가격이 다시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주요 상승 요인이다. CBAM은 EU로 수출하는 철강·알루미늄·비료·전기·시멘트·수소제품 등 6개 품목의 탄소 배출량에 탄소 가격을 부과하는 제도다. 이에 따라 기업은 10월부터 EU로 수출하는 제품의 탄소배출량을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보고 규정을 어기면 톤(t)당 10∼50유로의 벌금이 부과된다. 기업은 2026년부터 보고 대상 품목의 탄소배출량에 대해 탄소배출권과는 별개로 탄소 관세를 내야 한다. 비용은 EU 배출권 가격에서 각 수입국의 배출권 가격을 차감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배출권 수요가 늘면서 가격도 덩달아 오를 것이란 판단이다.
EU가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를 높인 점도 탄소배출권 가격 상승에 한몫한다. EU는 탄소 배출을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43% 줄인다는 기존 목표를 62%로 조정했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탄소배출권 거래제도가 확대되고 탄소배출권 시장에서 공급 감소 등이 나타나면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탄소배출권 가격뿐 아니라 미국이나 영국 등 세계 탄소배출권 가격을 함께 추종하는 ETF에 투자하면 탄소배출권 가격 변동에 대한 위험성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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