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으로 본 세상] 하늘에서 바라본 마우이 산불의 막대한 피해 규모

박근태 기자 2023. 9. 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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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나라스페이스 공동 기획
지난 8월 17일 하와이 마우이섬 라하이나에서 발생한 산불 여파로 시내 곳곳이 잿더미로 변했다. /AP=연합뉴스
센티널-2 위성 사진을 통해 살펴보면 산불은 8월 8일 오전 11시 9분쯤 마우이섬 중부 올린다 지역에서 처음 관측됐다. 이후 다른 지역에서 산불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산불 피해 규모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ESA, 나라스페이스

지난 8일 하와이의 마우이섬에서 처음 발생한 산불이 삽시간에 확산하면서 섬 북서부 도시 라하이나의 옛 법원을 포함해 항구 앞 건물 대부분을 파괴했다. 불길은 약 12시간 동안 여의도 면적의 3배가 넘는 8.78㎢를 태우고 2207채의 건물을 파괴했다. 불은 그 뒤에도 몇 달째 이어진 가뭄으로 건조해진 섬 서부와 중부까지 번지면서 태평양 최고의 휴양지는 잿더미로 변했다.

하와이 비상관리국(EMA)은 이번 산불로 최소 115명이 숨지고 385명이 실종된 것으로 보고 있다. 마우이 카운티는 2일(현지 시각) 이번 산불로 지금까지 섬에서 불에 탄 면적은 14㎢에 이를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이번 화재가 “하와이 주 역사상 가장 큰 자연재해”라며 해변 마을의 80%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자회사인 무디스 위험관리솔루션(RMS)은 하와이 마우이섬을 황폐화한 산불로 최대 피해액이 8조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무디스RMS는 “마우이섬의 역사적인 도시 라하이나의 대부분과 쿨라 지역 산불 피해액이 40억∼60억달러(약 5조3600억∼8400억원)에 이른다”고 평가했다.

보험사들은 최근 방대한 지역에서 발생한 재난 피해 규모를 산정하기 위해 위성 영상을 활용하고 있다. 무디스RMS도 피해 지역의 위성·항공 촬영 이미지와 마우이 당국이 발표한 피해 지도 등을 바탕으로 분석을 진행했다.

나라스페이스 어스페이퍼팀도 정확한 피해 규모 산정을 위해 유럽우주국(ESA)이 운용하는 지구관측 위성인 센티널-2 위성과 민간 위성서비스 기업 플래닛랩스의 스카이샛 위성 영상을 활용해 이번 하와이 마우이섬 산불의 피해 면적을 산출했다.

13일에는 마우이섬 서부 키헤이와 중부 푸칼라니 남쪽 일대, 섬 북서부의 인구 만명의 도시 라하이나에서 대규모 산불이 포착됐다. 불은 순식간에 라하이나를 휩쓸며 도시 하나를 송두리째 집어삼켰다. /ESA, 나라스페이스

이들 위성이 촬영한 사진을 살펴보면 산불은 지난 8일 오전 11시9분쯤 섬 중부의 올린다 지역에서 가장 처음 관측됐다. 이후 다른 지역에서 산불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산불 피해 규모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달 13일에는 마우이섬 서부 키헤이와 중부 푸칼라니 남쪽 일대, 섬 북서부의 인구 만명의 도시 라하이나에서 대규모 산불이 포착됐다. 불은 순식간에 라하이나를 휩쓸며 도시 하나를 송두리째 집어삼켰다.

한때 하와이 왕국의 수도이자 최고의 관광 명소인 라하이나는 이번 산불로 마을과 아파트 단지, 도심 상가 건물들이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새카맣게 타버렸다. 유럽우주국(ESA)이 운영하는 센티널-2 위성이 8월 13일 라하이나 지역을 촬영한 사진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산불 피해 면적은 축구장 1136개에 해당하는 약 8.11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와이 소방당국이 추산한 규모보다는 다소 적은 면적이다. 이 가운데 산불 피해가 가장 심각하다고 분석된 지역은 건조한 풀이 자라던 초목 지대로, 피해 규모는 여의도 면적(2.9㎢)보다 조금 적은 약 2.24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화로웠던 마우이섬의 라하이나는 산불이 덮친 뒤, 약 8.117㎢면적에 산불 피해를 입었다. 마을에서도 통째로 전소될 만큼 심각한 화재가 발생했지만, 산불 피해가 가장 심각하게 나타난 곳은 식물이 자라나고 있는 초목 지역으로, 해당 피해 면적은 약 2.242㎢으로 분석된다. 자료=나라스페이스

같은 시각 마우이섬 서부 키헤이와 중부 푸칼라니 남쪽 일대에서도 초목 지대에서도 큰 산불이 위성에 포착됐다. 이 지역에선 여의도 면적의 6배가 넘는 면적인 약 20㎢가 불에 탄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마우이 카운티가 잠정 집계한 넓이보다 더 넓은 면적이다.

이곳도 산불 피해가 심각한 지역들은 라하이나 지역처럼 건조한 초목이 무성한 지역으로 확인되는데 피해 총면적은 약 5.46㎢로 분석됐다.

같은 13일 마우이섬 서부 키헤이와 중부 푸칼라니 남쪽 일대에서도 초목 지대에서 큰 산불이 나면서 여의도 면적(2.9㎢)의 6배가 넘는 면적인 약 2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성 사진으로 보면 연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피해 지역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불이 구체적으로 얼마나 번졌는지 정보를 파악하기 어렵다. 산불 피해 면적은 불이 난 지역을 식별할 수 있는 화재 면적 지수(BAI)를 이용하면 정확한 분석이 가능하다. BAI는 스펙트럼의 적색과 근적외선(NIR) 부분의 반사율 값을 사용해 화재의 영향을 받는 지형 영역을 식별하는데 쓰인다.

기존에는 신속히 산불 면적을 분석하는데 BAI를 주로 사용했다. 하지만 이번 분석에는 센티널-2 위성을 위한 BAI(BAIS2)를 활용해 산불 발생 이후 피해 면적을 추산했다. 이 새 지수는 단파적외선(SWIR)과 가시광선의 적색과 근적외선 사이의 적색경계 밴드 정보를 추가해 더 풍부한 스펙트럼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더 정교한 피해 지역 지도 만들기를 할 수 있다.

최근 수년새 하와이에서 산불은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최근 하와이 화재는 더 심해지고 빈번해지고 있었다. 많은 관광객들은 여러 섬으로 이뤄진 하와이가 무성한 열대 식물이 자라는 곳으로 상상하지만 하와이 여러 섬에는 바람을 맞는 산 뒤편으로 항상 덥고 건조한 지역들이 있다. 미국 클라크대 연구진은 “마우이섬을 포함한 하와이의 산불이 꽤 꾸준한 증가를 보여왔고, 최근 수십 년 동안 매년 불타는 면적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마우이섬 산불이 이번처럼 급속히 확산된 주요 요인으로는 건조할 대로 건조해진 풀이 지목되고 있다. 섬 경제가 목장과 설탕, 파인애플 재배에서 최근 수십 년간 관광업으로 전환되면서 이전에 농업 지역에 심었던 외래종 초목이 무성해졌다. 20세기초 하와이에 말 먹이와 관상용 식물로 도입한 키쿠유풀, 분수풀, 당밀풀, 기니풀이 긴 가뭄에 건조해지면서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로 하와이의 복잡해진 기상 패턴도 산불 피해를 키웠다는 분석도 있다. 태평양은 2022년 말부터 2023년 초까지 라니냐가 발생해 매우 습한 우기가 이어졌다. 이 시기 하와이에는 평년의 90~120%에 달하는 비가 쏟아지면서 풀이 무성하게 자랐다. 그러나 6월 이후 따뜻하고 건조한 날씨를 가져오는 엘니뇨가 발생하면서 섬은 한 달 넘게 가뭄으로 몸살을 앓았다. 미국통합가뭄정보시스템(NIDIS)에 따르면 마우이의 풍하측 지역에서는 평균 이하의 강수량과 가뭄이 한 달 넘게 이어졌다.

북태평양 고기압과 마우이 해안에서 800km 떨어진 남쪽을 통과하는 허리케인 도라의 강렬한 중심 저기압 사이에 극적인 기압차가 발생하면서 발생한 돌풍이 불을 빠르게 확산시켰다. 여름철 하와이에서는 보통 때에도 시속 56km에 이르는 돌풍이 자주 부는데 마우이 산불 당시에는 시속 107km에 이르는 돌풍이 빠르게 불씨를 옮긴 것으로 분석됐다. 일각에선 이번에 문제가 된 가연성 식물을 교체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하지만 하와이 토종 식물이 반드시 불을 더 잘 견디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어스페이퍼팀은 이번 분석을 위해 유럽우주국(ESA)이 운영하는 센티널-2 위성과 플래닛랩스가 운용하는 스카이샛이 촬영한 위성영상으로 피해 상황을 파악하는 ‘파이어 레이어(Fire Layer)’를 활용했다. 인공위성이 촬영한 영상에서 산불과 대형 화재를 즉각 확인하는 시스템으로 불이 타오른 면적과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센티널-2 위성은 해상도 10~60m 광학 카메라가 달려 있는데 가시광선 , 근적외선, 단파 적외선 스펙트럼 같은 다양한 빛을 수집한다. 위성 2기가 180도 마주보고 쌍을 이뤄 786km 상공을 돌며 농작물 작황, 대형 재난 감시, 토지 피복과 수질 분석 등에 필요한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북태평양 고기압 지역과 마우이 해안에서 불과 800km 떨어진 남쪽을 통과하는 허리케인 도라의 강렬한 중심 저기압 사이에서 극적인 기압차가 발생하면서 불을 빠르게 확산시켰다. /NASA

스카이샛 위성에는 가로 0.5m, 세로 0.5m인 물체를 한 점으로 인식하는 0.5m 해상도를 가진 광학카메라가 실려 있다. 스카이샛 위성은 여러 기 위성이 마치 연결된 기차처럼 같은 궤도를 따라 같은 지역 상공을 하루에 5~7번씩 지나며 땅 위에서 벌어지는 변화를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있다. 지구에서 벌어지는 변화를 스캔하듯 볼 수 있어 북한의 핵실험이나 로켓 발사, 자연 재난, 농작물 작황 등을 지속해서 감시하는 데 유용하다.

자세한 내용은 나라스페이스 어스페이퍼 사이트를 보면 된다. 산불 전후 촬영된 위성 영상을 보고 싶으면 조선비즈 사이트에서 더 편하게 영상을 비교할 수 있다.

참고자료

나라스페이스 어스페이퍼 https://ep.naraspace.com/

수년 전만 해도 하루 한번 같은 장소를 찍기 어려웠지만 저가 발사체가 늘어나고 소형위성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제는 지구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실시간 감시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국방 분야는 물론 재해와 재난 감시, 손해 사정, 산업 동향 분석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위성 영상이 활용되고 있다. 국내 위성 서비스 기업 나라스페이스와 조선비즈는 우주 데이터가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우주경제 시대를 앞두고 인공위성 영상 데이터와 국방과 산업,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를 접목해 분석하는 ‘위성으로 본 세상’과 ‘위성으로 보는 경제’라는 ‘스페이스 저널리즘’ 시리즈를 매주 공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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