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불필요한 손흥민 걱정, 도우미 아닌 ‘손(SON)톱’으로 해트트릭 무력시위…이 느낌 그대로 ‘클린스만호’까지 [사커토픽]

손흥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손(SON)톱’을 세우자 해트트릭이 폭발했다. 세상에서 가장 불필요한 것이 ‘손흥민 걱정’임을 다시금 입증했다.

우리가 알던 손흥민(31·토트넘)이 돌아왔다. 3일(한국시간) 터프무어에서 끝난 번리와 2023~20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4라운드 원정경기에서 3골을 몰아치며 토트넘의 5-2 대승을 이끌었다. 개막 4경기 무패(3승1무), 승점 10을 기록한 토트넘은 선두 맨체스터시티(승점 12) 추격을 이어갔다.

주장 완장을 차고 전반 16분 1-1 동점골로 시즌 첫 득점을 신고한 손흥민은 후반 18분과 21분 연속골을 뽑아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지난해 9월 17일 레스터시티와 2022~2023시즌 EPL 8라운드 이후 1년여만의 해트트릭이다.

특유의 ‘몰아치기’를 반복했다. 앞서 리그 3경기에 선발출전하고, 최근 카라바오컵 2라운드를 교체로 뛴 손흥민은 공격 포인트가 없었다. 그러나 시즌 5번째 공식경기에서 소나기 골로 존재감을 뽐냈다. 특히 번리는 손흥민에게 유쾌한 추억을 안겨준 상대다. 2019년 12월 2019~2020시즌 EPL 16라운드 경기에서 약 70m를 폭풍 질주하며 ‘원더 골’을 터트렸던 적도 있다. 이번에는 새로운 기록도 세웠다. EPL 통산 106골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103골), 디디에 드록바(104골)를 제치고 역대 득점 30위에 올랐다.

손흥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포지션 변화가 적중했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페이스가 떨어진 히샬리송을 대신해 손흥민을 최전방에 세웠다. 그동안은 측면 미드필더로 기회 창출을 돕는 연계 플레이에 집중했으나, 이날 번리 원정에선 해결사였다.

동료들과 호흡이 눈부셨다. 전반 16분 왼쪽 날개 마노 솔로몬과 리턴 패스를 주고받은 손흥민은 상대 문전 오른쪽에서 오른발 칩 슛으로 골문을 열었다. 3-1로 앞선 후반 18분에도 번리 진영 왼쪽으로 침투한 솔로몬이 중앙으로 흘린 볼을 손흥민이 왼발 슛으로 연결해 추가골을 낚았다. 3분 뒤에는 측면 수비수 페드로 포로가 후방에서 길게 찔러준 볼을 받아 왼발 슛으로 쐐기를 박았다. 손흥민은 후반 27분 히샬리송으로 교체됐다. ‘영혼의 단짝’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의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활약상이었다.

BBC스포츠가 홈페이지 메인에 손흥민을 내걸고, 풋볼 런던이 평점 만점(10점)을 부여한 가운데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모두 손흥민을 바라보고 의지한다. 늘 적극적으로 팀을 이끌고, 모든 시스템도 소화하는 이상적 선수”라고 극찬했다. 그럼에도 손흥민은 “훌륭한 동료의 도움을 받았을 뿐이다. 더 책임감을 갖고 모범이 되고자 노력한다. 우리는 더 전진할 것”이라고 겸손해했다.

손흥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손흥민의 활약은 국가대표팀에도 무척 반갑다. 대표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독일)은 3월 부임 이후 4경기를 2무2패로 마쳤다. 공격을 강조했음에도 주축들의 컨디션 난조, 잦은 부상, 경기력 부족 등으로 기대이하의 행보를 보인 터라 손흥민과 같은 다용도 골잡이의 역할이 한층 중요해졌다. 웨일스(8일)~사우디아라비아(13일)와 9월 A매치 2연전을 앞둔 ‘클린스만호’로선 무척이나 반가운 ‘킬러 손’의 부활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