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 구독' 변호사 유튜버…'욕설 가득' 악플 골라 읽어드립니다

변휘 기자 2023. 9. 4.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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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클린 2023 ①-1]인터뷰-변호사 크리에이터 이지훈씨
30만 구독 '아는 변호사' 운영..."좋은 콘텐츠 고르는 '생각의 힘' 중요"
유튜브 채널 '아는 변호사'를 운영하는 이지훈 변호사. /사진=이지훈 변호사 제공

"유튜브에는 A부터 Z까지, 좋고 나쁜 콘텐츠가 모두 있어요. 결국 크리에이터와 구독자가 모두 가치 있는 콘텐츠를 가려낼 수 있는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게 중요합니다"

조회 수와 수익에 목을 맨 크리에이터는 자극적인 콘텐츠에 몰두하고, 구독자는 익명에 숨어 악플을 쏟아내는 유튜브 세상. 30만명에 가까운 구독자의 유튜브 채널 '아는 변호사'를 통해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이지훈 변호사는 스스로 법률가임에도 악성 콘텐츠에 대한 규제 강화에는 반대한다. 크리에이터가 저마다의 창의력을 발휘하는 공간인 유튜브를 법률의 잣대로 재단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결국 나쁜 콘텐츠를 억누를 수 있는 힘은 "독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이 변호사는 강조한다.

애초 군 법무관을 거쳐 변호사로 활동하기까지 도움이 됐던 자신만의 공부법 콘텐츠로 주목받았던 이 변호사는 최근에는 논란 중인 사건·사고의 이슈를 해설하는 '아변 브리핑', 또 결혼과 이혼을 비롯한 다양한 인간관계, 철학까지 다양한 내용을 유튜브에서 다룬다. 채널 초기 이른바 '떡상'했던 공부법 콘텐츠를 계속 고집할까 고민도 했지만 "어떤 소재든 삶에 대한 얘기를 다룬다면 시청자들과 소통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에 콘텐츠의 소재를 꾸준히 확장했다.

자극적인 콘텐츠의 유혹도 물론 있다. "적어도 제목은 눈에 확 띄게 달아야 한다"는 게 이 변호사의 지론이다. 다만 이 변호사는 "모든 콘텐츠는 내 안에 있다. 내 것이 아닌 데 가진 것처럼 만들면 혹시나 한두 개는 '떡상'할 수 있어도, 지속성을 갖긴 어렵다"고 봤다. 그는 "대상이 많건 적건 누군가의 삶에 필요한 지식을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누구나 크리에이터인 동시에 시청자다. 알고리즘이 부적절한 콘텐츠를 추천해도 막상 시청해 보면 금세 좋고 나쁨이 드러난다"며 "결국 모두가 스스로 좋은 콘텐츠를 선택할 수 있는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굿 크리에이터(Good Creator)'와 '굿 유저(Good User)'를 독려하는 '디지털 리터러시'가 건전한 유튜브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필수라는 진단이다.
크리에이터·유저 모두 '생각의 힘' 길러야…'악플' 읽어주는 이유
아는 변호사의 악플대처법. /사진=유튜브 '아는 변호사'
이 변호사는 악플을 대처하는 방법이 남다르다. 그는 20만 구독자를 기념한 영상으로 '악플 읽기'에 도전했다. 그간 영상에 달린 24개 악플을 꼽아 작성자의 의도와 심리, 또 오탈자와 문법 등 글의 완성도까지 분석했다. 이 변호사는 "악플 작성자를 일일이 고소할 생각은 없다"면서 "대신 악플을 읽어주면서 작성자가 '다른 사람들은 내 악플에 이렇게 생각하는구나'라고 인식하게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예컨대 이 변호사의 콘텐츠에 '남여평등을 옹호한다'는 댓글이 달리면 "남여평등은 헌법적 가치다. 옹호하거나 두둔할 대상이 아니다"라고 받아치거나, '이런 애도 변호사임?'이라는 댓글에는 "'이런 애'라는 상대방 비하 표현을 쓰면 이미 글의 품격이 떨어진다"고 꼬집는다. 온통 욕설뿐이면 "악플도 수준이 있는데, 이 정도면 최하급. 주변에 욕하는 사람이 많아 욕을 쓰는 것"이라며 "겉모습이 사람이라고 다 사람이 아니듯 글도 썼다고 다 글은 아니다"라고 쏘아붙이기도 한다.

특히 악플 작성자의 아이디도 콘텐츠에 그대로 공개한다. 이 변호사는 "의도치 않은 말실수와 굳이 글로 악플을 남기는 건 다르다. 악플 작성자들이 다른 이용자들의 비판을 떳떳하게 받아들이기를 바라는 의도"라며 "이게 유튜브기 때문에 가능한 악플 대응 방법이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유튜브 생태계 폭넓게 참여하는 '분쟁조정기구' 필요"
/사진='아는 변호사' 채널
탈법적이거나 타인에 피해를 주는 콘텐츠라 해도 일률적으로 제재를 강화하는 방식으로는 유튜브 생태계의 정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이 변호사의 생각이다. 그는 "법적 제재 등의 강화 조치는 유튜브 생태계의 자율성과 창의력을 훼손할 수 있다. 지상파 방송과 똑같아지면 누가 유튜브를 찾겠나"라고 말했다. 또 "제재의 기준은 누가 만들 것이며, 또 하나의 플랫폼을 제재하면 이용자는 또 다른 해방구를 찾기 마련"이라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무분별한 콘텐츠로 상존하는 피해는 그저 개인들이 감수해야 할까. 실제로 크리에이터이자 변호사인 만큼 '나를 비난하는 영상이 있다' '댓글로 명예훼손을 당했다' '내가 문제 있는 영상에 찍혔다'는 등의 상담 요청이 많고, 피해자도 주로 어린이나 학생 등 사회적 약자가 많았다는 게 이 변호사의 경험이다. 대응을 위해선 문제의 영상을 제작한 아이디 소유자의 정확한 신상을 특정해야 하지만, 신상 정보를 보유한 구글 등 글로벌 플랫폼이 개인정보 보호와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협조를 꺼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이 변호사는 유튜브 생태계의 구성원이 폭넓게 참여하는 '분쟁조정기구'의 설치를 제언했다. 그는 "개인 방송에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사례가 발생할 경우, 피해 당사자는 물론 객관적이면서 중립적 판단을 내릴 전문가 기구, 또 유튜브 운영사인 구글 등 플랫폼 운영자 측도 폭넓게 참여하는 조정기구에서 사안의 성격에 대해 논의·판단해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합의점을 도출하는 방식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변휘 기자 hynew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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