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일본 '진흥책' 쏟아내는데…한국은 '옥죄기'[코인 잡는 킬러규제]④

김지현 기자 2023. 9. 4.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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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산업 육성에 힘쓰는 일본·홍콩…진흥 정책 부재한 韓
해외로 눈 돌리는 국내 기반 기업들…"국내 상황 불확실해"

[편집자주]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휘청이고 있다. 지난 2017년 말 '비트코인 붐'을 기점으로 수많은 가상자산 기업들이 생겨났지만, 규제 불확실성과 '그림자 규제'에 살아남은 기업은 많지 않다. 그동안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기술은 투자처를 넘어 신산업 분야인 '웹3'로 발전했다. 이에 가상자산 시장에 강경했던 일본, 홍콩 등은 규제를 풀며 신산업 발전을 장려하고 있으나, 국내 당국은 여전히 규제에만 치중해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뉴스1>은 총 4회에 걸쳐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킬러 규제' 문제를 들여다본다.

가상자산.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지현 기자

(서울=뉴스1) 김지현 기자 = 최근 일본과 홍콩 등 동아시아권 국가들 사이에서는 유망 산업으로 분류되는 가상자산 산업의 '키'를 쥐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우리나라도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한 시장의 '파이'가 작지 않지만, 정부의 기조에 따라 가상자산 산업에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일본과 홍콩에 비해서는 업계 발전 가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콩은 올해 6월부터 거래소를 통한 일반 투자자의 가상자산 거래를 허용했다. 가상자산에 대해 규제 중심 국가로 분류되던 일본도 최근 들어 웹 3를 중심으로 가상자산 산업을 유망 산업으로 지정하면서 산업 활성화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양새다.

개인 투자자가 700만명에 달할 정도로 개인의 가상자산 투자 열기는 여전히 뜨겁지만, 이 같은 관심을 업계의 발전으로 진화시킬 '업권법'이나 진흥 정책이 부재한 우리나라와는 대조적이다.

◇ 글로벌 거래소 진입 적극 반기는 홍콩…외국 기업 진입에 조심스러운 한국

우선 홍콩은 지난 6월1일을 시작으로 라이선스를 취득한 거래소의 영업 허가를 내렸다. 이에 게이트아이오 거래소를 운영하는 게이트그룹을 포함해 후오비, OKX, 비트맥스 등 글로벌 거래소들이 홍콩 시장으로 진출했다.

이같이 글로벌 거래소들이 홍콩 가상자산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것은 단순히 거래소의 허가제때문만은 아니다. 업계로부터 홍콩의 가상자산 시장의 규제 정책이 타국에 비해 '협력적'인 환경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업체 매트릭스포트는 홍콩 시장과 관련해 "홍콩은 중앙아시아 나라 중 가상자산 사업에 있어 가장 번거롭지 않으면서도 편리한 도시"라며 "이들이 아시아 최고의 가상자산 허브로서의 지위를 가질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블록체인 투자 회사인 파인키아도 홍콩의 규제 접근 방식에 대해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가상자산 산업에 대해 보다 협력적이고 지원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홍콩 정부는 실제 홍콩 시장에 진입한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 기업들이 계좌 개설을 위한 현지 은행들과의 협력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자, '은행 서비스를 보장하겠다'는 내용의 완화된 은행 정책을 도입을 하기도 했다.

'고파이 문제'가 얽힌 고팍스의 가상자산사업자(VASP) 변경 신고서 수리에 대한 결정을 미루는 국내 금융당국의 기조와 대조가 되는 부분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은행으로부터 거래소가 실명계좌를 받기 힘든 환경이라 사실상 업계에서는 '1거래소 1은행으로 제한된다'라는 평가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원화마켓인 '5대 거래소'가 시장 점유율의 99% 이상을 차지할 만큼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구도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평가도 나오지만, 여전히 실명계좌 발급은 거래소들의 가장 어려운 '허들'로 작용하고 있다.

◇ 스테이블코인 발행 허용 및 법인세 폐지하는 日, 진흥 요소 논의 조차 못한 韓

일본의 경우에도 홍콩과 마찬가지로 최근 들어 가상자산 산업에 완화된 기조를 보이고 있다.

일본은 지난 6월부터 자금결제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스테이블코인을 전자결제수단으로 지정하며 은행이나 신탁회사, 자금이체 사업자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했다. 이를 통해 스테이블코인 관련 글로벌 기업들의 일본 진출의 길도 활짝 열렸다는 평가다.

일본은 이외에도 가상자산 발행자의 미실현 수익에 대한 법인세 30% 부과 의무를 폐지하는 등 규제 완화를 통해 웹3의 상용화 움직임에 발맞춰 움직이는 중이다.

게다가 일본은 이용자들을 위한 완화 정책도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 국회에 상정된 가상자산 소득세 개정안은 기존 가상자산 소득세 최대 세율인 55%에서 20%로 경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및 관리를 포함해 가상자산 업계의 진흥의 요소가 예상되는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의 논의를 아직 하지 못한 국내의 상황과도 대조적이다.

국내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지난 6월 국회의 문턱을 넘은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의 통과 이후 진흥의 요소가 들어간 개정안이 등장하길 바라고 있지만, '김남국 사태' '하루인베스트·델리오 사태' 등의 충격으로 이같은 기대감은 낮아지고 있다.

◇ 빠르게 변화하는 가상자산 시장…"국내선 이 속도 따라가기 쉽지 않다"

이 같은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상황과 관련해 업계에서는 '국내 당국이 가상자산 시장의 성장을 옥죄고 있다'라는 비판론까지 제기된다.

국내에서 해외로 사업 기반을 튼 한 블록체인 플랫폼 팀장은 "가상자산 산업이 아직 초기 산업 단계에 해당하는 만큼, 변화의 속도가 무척 빠르다"며 "현재 국내에서 적용받고 있는 규제 환경 안에선 이 속도를 (프로젝트가) 따라가기엔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국내의 규제 상황이 개선되기만을 기다릴 수도 없는 입장 아니냐"며 "(가상자산) 2단계 법안 안에 진흥 요소가 어느 정도 들어갈지 모를 정도로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국내 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삼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일본이 웹엑스 등 주요 행사를 통해 가상자산과 블록체인에 대한 비전과 그에 따른 기대감을 정부 차원에서도 보이면서 여러 글로벌 기업들이 아시아 시장의 공략 거점으로 일본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 기반을 둔 블록체인 프로젝트들도 마찬가지다. 최근 들어 네오위즈홀딩스의 블록체인 관계사 네오핀은 일본 대형 금융지주 SBI홀딩스의 웹3 자회사 SBINFT와 파트너십을 맺었고, 컴투스표 블록체인 엑스플라와 카카오의 그라운드엑스 등은 일본 기반 웹 3 게임 특화 블록체인인 오아시스와 손을 잡았다.

지금과 같은 규제 상황에서 한국 시장만 보고 버틸 수는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가상자산 벤처캐피털(VC) 업계의 종사자는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명확하지 않은 규제 환경은 최근 일련의 사태로 증명이 된다"며 "규제와 진흥이 균형을 맞춰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규제의 환경이 명확하지 않다면 산업의 발전 방향도 명확하지 않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mine12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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