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이 디지털 마약이라고? [손엄지의 IT살롱]

손엄지 기자 2023. 9. 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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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폼은 더 빠르게 많은 도파민을 얻을 수 있는 합성마약과 비슷"
숏폼에 중독되면 '전두엽' 활성도 떨어져…기억력·사고력 감퇴
ⓒ News1 DB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숏폼'(짧은 동영상) 전성시대다. 틱톡이 1분 이내 짧은 동영상 서비스로 공전의 히트를 치자 유튜브가 '쇼츠'를 내놨고, 인스타그램은 '릴스'라는 서비스로 맞대응했다. 현대인들의 평균 집중력이 10분 이내로 감소했다는 연구결과도 나온다. 짧고 자극적인 영상만이 현대인에게 쾌락을 주고 있다.

랜덤으로 이어지는 영상의 행렬에 시청시간은 3~4시간을 훌쩍 넘기기도 한다. 플랫폼 기업들은 숏폼을 도입하는 게 이용자 체류시간을 늘리는 가장 빠르고 쉬운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너도나도 숏폼 컨텐츠를 강화하는 이유다.

반면 전 세계적으로 숏폼 시청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숏폼의 원조 틱톡은 18세 미만 청소년 이용 시간을 하루 한 시간으로 제한했다. 중국에서는 14세 이하는 하루 40분만 틱톡을 쓸 수 있도록 했다. 미국 몬태나주는 틱톡 금지 법안을 통과시켰다. 왜?

최근 국내에서도 정신과 의사들은 잇달아 짧은 영상에 노출된 환경을 우려하고 있다. 숏폼을 '디지털 마약'에 빗대기도 한다.

'당신도 느리게 나이들 수 있습니다'의 저자 서울아산병원 정희원 교수는 짧은 영상이 우리의 뇌를 망가트리고 노화를 촉진한다고 경고한다.

숏폼은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이 사람의 도파민을 최대한 뽑아낼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한 결과다. 기술자뿐만 아니라 심리학 박사까지도 연구개발(R&D)에 참여했다. 마치 식품회사가 단맛, 짠맛을 극대화해 중독성 강한 식품을 내놓듯이 말이다.

정 교수는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숏폼은 사람이 더 빠르게 많은 도파민을 얻을 수 있는 합성마약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숏폼은 미국 카지노에서 제일 매출이 많이 나오는 슬롯머신과도 같다"면서 "슬롯머신처럼 다음에 무엇이 나올 지 모르고 랜덤으로 재밌는 영상을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합성마약 펜타닐 주사를 한 번 맞으면 도파민 시스템이 망가지면서 회복에 수십 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진다. 강한 자극에 익숙해지면 자연스러운 자극은 우리가 느끼지 못할 정도로 미미하게 느껴져서다. 마약과 술에 중독되면 일상생활은 흑백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숏폼이 뇌를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팝콘브레인'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뇌가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의 빠르고 강렬한 자극에 익숙해서 현실의 느리고 약한 자극에 무감각해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즉, 팝콘이 곧바로 튀어오르는 것처럼 즉각적인 현상에만 반응한다는 것이다.

박서희 정신과의사 유튜브 화면 갈무리

뇌는 좌뇌와 우뇌가 동시에 발달해야 한다. 뇌를 발달시키기 위해서는 미각, 후각, 촉각 등 오감을 충분히 느끼면서 뇌를 자극시키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숏폼에 익숙해진 우리의 뇌는 멈춰진 상태와 같아진다.

뇌파를 측정해보면 스마트폰에 중독됐을 때 전두엽의 활성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전두엽의 역할은 기억력, 사고력, 감정조절 등을 담당한다. 영상에 중독되면 주의 집중력이 떨어지고, 감정과 충동을 다스리기 어려워지는 이유다.

차라리 성인이 된 이후에는 이미 생성된 기능이 떨어졌다가 다시 회복할 수 있다고 하지만 만 0세~10세 성장기에는 위험할 수 있다.

박서희 정신과 의사는 유튜브 채널에서 "태어났을 때 성인보다 훨씬 많은 신경망을 가지고 있고, 자라면서 쓰지 않는 부분을 가지치기한다"면서 "전두엽을 어릴 때부터 쓰지 않으면 자라면서 해당 기능이 가지치기 당하고, 나중에 써야 할 때 기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콘텐츠를 보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생각 없이 시청하게 되는 숏폼에 허비하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전문가들은 아예 숏폼을 보지 않는 게 좋다고 하지만, 그게 안 된다면 일정 시간을 정해두는 것도 좋다.

건강한 삶을 살고 싶다면 뇌에 여러 자극을 줘야 한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을 하고, 여행을 떠나 새로운 것들을 보는 게 인생을 풍요롭게 만든다.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e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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