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O부터 코인 예치까지…'그림자 규제' 판친다[코인 잡는 킬러규제]①

박현영 기자 2023. 9. 4.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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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ICO 금지부터 최근 코인 예치 금지까지…명확한 법규 없어
규제 마련 기회 많았지만 방치…업권법 마련에도 그림자 규제 여전

[편집자주]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휘청이고 있다. 지난 2017년 말 '비트코인 붐'을 기점으로 수많은 가상자산 기업들이 생겨났지만, 규제 불확실성과 '그림자 규제'에 살아남은 기업은 많지 않다. 그동안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기술은 투자처를 넘어 신산업 분야인 '웹3'로 발전했다. 이에 가상자산 시장에 강경했던 일본, 홍콩 등은 규제를 풀며 신산업 발전을 장려하고 있으나, 국내 당국은 여전히 규제에만 치중해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뉴스1>은 총 4회에 걸쳐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킬러 규제' 문제를 들여다본다.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태블릿에 나타난 비트코인 시세. 2022.11.10/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비트코인 붐'이 일었던 2017년 말로부터 약 6년이 지났다. 그동안 '무법지대' 가상자산 시장에 명확한 법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랐지만, 첫 가상자산 업권법은 올해 6월이 돼서야 국회 문턱을 넘었다.

그러나 가상자산 시장이 마냥 무법지대였던 것은 아니다. 규제 문턱에 가로막혀 사업을 중단해야 했던 업체들도 많았다. 규제 대부분은 보이지 않는 규제, 즉 '그림자 규제'였다.

그림자 규제란 명시적인 법규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이 행정지도나 구두 지시로 기업을 규제하는 것을 말한다.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2017~18년부터 그림자 규제가 시작됐다. 금융당국의 가상자산공개(ICO) 금지가 대표적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7년 9월 모든 형태의 ICO를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싱가포르 같은 해외 국가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후 토큰을 발행하는 우회적 방식으로 ICO를 해왔다.

문제는 ICO를 금지할 만한 법적 근거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그동안 토큰을 발행한 수많은 국내 기업들은 모두 '그림자 규제'에 의해 해외로 향했다.

이후 2021년을 기점으로 가상자산 시장 규모가 커지자, 법적 근거조차 없었던 'ICO 금지'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거세졌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출범 당시 국정 과제 중 하나에 ICO 허용을 포함했다.

그러나 가상자산 업권법이 생긴 지금도 그림자 규제는 여전하다.

지난 6월 첫 가상자산 업권법인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용자 보호법 제7조 제2항은 가상자산사업자에게 이용자로부터 위탁받은 가상자산과 동일한 종류와 수량의 가상자산을 '실질적으로 보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해당 조항은 비교적 폭넓게 해석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용자로부터 가상자산을 위탁받아 운용한 후 수익을 지급하는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의 경우, 코인을 거래소로 보내 운용하더라도 이용자에게 100% 지급만 할 수 있다면 가상자산을 실질적으로 보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하루인베스트, 델리오 등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들이 잇따라 출금을 막는 사고가 터지자 금융당국은 또 한 번 그림자 규제를 내세웠다. 유사 서비스 헤이비트에 해당 조항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적용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즉, 문자 그대로 이용자가 맡긴 가상자산을 동일한 종류와 수량으로 보유하게끔 했다. 이를 완벽히 지키려면 가상자산을 외부로 보내 운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헤이비트는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했다.

이충엽 헤이비트(업라이즈) 대표에 따르면 이 같은 지시는 규제당국과의 면담을 통해 이뤄졌다. 그림자 규제 대부분이 구두 지시로 이뤄지는 것을 고려하면 또 한 번의 그림자 규제가 작용한 셈이다. 심지어 헤이비트는 이용자 보호법 속 규제 대상인 '가상자산사업자'로 등록된 업체도 아니다.

이에 업계에서는 그동안 국회와 금융당국이 규제를 더 명확히 마련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있었음에도 불구, 아직까지 그림자 규제로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면담을 통해 지시할 것이 아니라, 하루인베스트나 헤이비트 같은 가상자산 예치 운용사들은 가상자산 투자매매업으로 분류해 규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은 금융투자업에 해당하는 다양한 업종을 정하지 않고, 특금법에 있는 가상자산 사업 종류를 그대로 들고 갔다"며 규제 공백이 여전하다고 밝혔다.

ICO, 즉 가상자산 발행과 관련한 규제도 여전히 부재한 상태다. 국회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1단계 입법이며, '2단계 입법'에서 가상자산 발행을 규제한다는 입장이지만 21대 국회에서 추진될 가능성은 요원하다.

구 변호사는 "2단계 입법도 1단계 이후 바로 마련했어야 한다"며 "2017년 이후 규제를 마련할 수 있는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 일본이 '가상자산 화이트리스트(거래 가능한 가상자산 목록)'을 만드는 동안 코인 발행에 대한 규제도 추진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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