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용 주춤한데 증시는 랠리, 왜일까

한겨레 2023. 9. 4.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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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한 흐름을 이어오던 미국의 고용 상황이 다소 주춤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간 높은 물가와 함께 웬만해서는 꺾일 것 같지 않던 고용이 둔화 징후를 보임에 따라 미국의 추가적인 정책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 역시 크게 약화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높은 물가와 탄탄한 고용 여건을 근거로 매우 이례적이고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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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conomy | 공동락의 경제스토리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에서 한 남성이 식당 앞에 걸린 ‘구인 중’이라고 적힌 표지판을 지나가고 있다. 알링턴/AFP 연합뉴스

탄탄한 흐름을 이어오던 미국의 고용 상황이 다소 주춤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간 높은 물가와 함께 웬만해서는 꺾일 것 같지 않던 고용이 둔화 징후를 보임에 따라 미국의 추가적인 정책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 역시 크게 약화하고 있다.

최근 미국 노동부가 집계·발표한 구인·이직 보고서(JOLTs)에 따르면 7월 채용공고는 882만건으로 전달보다 33만8천건 감소했다. 이번 수치는 지난 2021년 3월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일 뿐만 아니라 월가의 예상치인 950만건을 크게 밑돈다. 기업들의 채용공고가 이처럼 감소한 것은 경기 둔화 우려로 기업들이 인력 채용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뜨거웠던 고용의 냉각 신호는 여기서 그친 것이 아니다. 구인·이직 보고서가 발표된 다음 날 미국의 민간 고용정보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이 발표한 민간 고용은 전월보다 17만7천건 늘어났는데 역시 월가의 예상치인 20만건을 밑돌았다. 부문별로는 레저와 접객 업종에서의 고용이 둔화했고, 특히 호텔, 레스토랑 등의 일자리가 3만건 줄었다. 레저와 접객 업종은 팬데믹 이후 가장 빠른 고용 회복을 보여 온 업종 중 하나다.

그동안 미국 고용시장은 소위 ‘타이트하다’(tight)라는 표현으로 설명됐다. 팬데믹 이후 노동시장에 일었던 조기 은퇴 붐, 일자리 복귀 지연 등과 같은 다소 구조적인 요인까지 결부되면서 일자리를 찾는 사람보다 일자리가 더 많이 남는 노동의 초과 수요 상태가 이어지고 있었다. 미국 노동부의 구인·이직 보고서는 이처럼 노동시장에서 일자리를 찾는 구직자와 일할 사람을 찾는 구인자 간의 격차를 보여주는 지표다. 이번에 채용공고, 즉 일할 사람을 찾는 구인 숫자가 예상에 크게 못 미쳤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국의 고용시장에서는 구인 건수가 구직자 숫자에 비해 많다.

흥미로운 것은 해당 고용 지표가 발표된 이후 금융시장의 반응이다. 보통 고용 여건이 악화하면 당연히 주식 등 금융시장은 대체로 약세를 나타내기 마련이나, 이번에는 이와 달리 증시가 랠리(약세에서 강세로의 전환)를 보인 것이다. 매우 역설적인 반응으로 좋지 않은 신호에도 주식시장은 환호하는 소위 “나빠서 오히려 좋은(Bad is Good)” 장세가 연출된 것이다.

지난해 3월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높은 물가와 탄탄한 고용 여건을 근거로 매우 이례적이고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해 왔다. 그 결과 인상을 시작할 당시 0.25%(상단 기준)에 머물렀던 미국 정책금리는 올해 7월 5.50%까지 높아졌다. 각종 물가 상승률이나 시간당 임금상승률을 웃돌 정도로 정책금리가 높아졌으나, 좀처럼 식지 않던 고용 지표로 인해 금리를 추가로 올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이번 고용의 냉각 징후는 그간 줄기차게 정책금리 인상을 진행했던 연준의 입장에서도 긴축 일정에 대한 호흡을 조절하거나 기존 긴축 일정의 마무리를 구상할 수 있는 절호의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연준은 인상 사이클의 종료나 마무리를 곧바로 정책금리 인하 기대로 확대 재생산하는 금융시장의 속성을 고려해, 최대한 인상 기조가 계속될 수 있음을 시사할 것이다. 섣불리 금리 인하를 논의하기에는 여전히 물가는 높고, 노동에 대한 초과 수요도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채권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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