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민들 ‘오염수 방류 중단’ 소송…“고의로 재앙 불러” [인터뷰]

김소연 2023. 9. 4.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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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이도 유이치 변호사
“원전 폭발은 과실이나 오염수 방류는 고의
런던협약·유엔해양법협약 위반 다투겠다”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 중단 소송을 담당하는 변호인단에 속한 가이도 유이치 변호사.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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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에 의한 ‘이중 가해 행위’를 고발하는 소송이 될 것이다. 원전 폭발은 도쿄전력과 국가의 중대한 ‘과실’이었지만, 오염수는 ‘고의’로 재앙에 가까운 피해를 주는 것이다.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

지난달 24일 시작된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 중단을 요구하는 일본 내 소송이 오는 8일 시작된다. 후쿠시마현·미야기현 등 지역 어민과 주민 100여명이 오염수 방류를 중단시켜달라며 8일 후쿠시마지방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소송을 담당하는 변호인단에 속한 가이도 유이치(67) 변호사는 지난달 29일 도쿄에서 한겨레와 만나 소송의 쟁점과 의미를 설명했다. 가이도 변호사는 ‘처리 오염수’라는 용어를 사용했지만, 기사엔 오염수로 표기했다.

―이달 8일 오염수 방류 중지 소송을 낸다.

“2021년 4월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로 처리된 오염수’(이하 오염수)의 바다 방류가 결정됐다. 소송은 그 직후부터 2년 정도 준비했다. 일본 전역에서 소송에 참여하고 싶다는 사람이 많지만, 이번 소송은 (2011년 3월) 직접 후쿠시마 원전 사고 피해를 당한 어민·주민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참가 지역도 후쿠시마·미야기·이바라키·이와테·지바현, 도쿄도 정도로 한정된다. 이들은 원전 사고에 이어 오염수 방류 피해를 입게 됐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에 의한 ‘이중 가해’를 고발하는 소송이 될 것이다. 특히 원전 폭발은 도쿄전력과 국가의 중대한 ‘과실’이었지만, 오염수 방류는 ‘고의’다. 소송엔 100명 이상이 참여할 예정이다. 8일 1차에 이어 10월 말께 2차 소송을 진행한다.”

―소송 대상은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와 도쿄전력인데.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오염수 방류 운용 등과 관련된 실시계획 변경 인가(5월10일)와 방류 설비의 사용 전 검사 합격(7월5일) 결정을 내렸다. 위원회를 상대로는 이 두 결정에 대한 취소를 청구한다. 방류를 허용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이다. 도쿄전력에 대해서는 방류를 중단하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한다.”

―핵심 쟁점은.

“일본 정부는 오염수의 바다 방류로 인한 어업 분야의 피해를 인정하고, 보상 계획을 밝힌 상태다. 즉 오염수 방류는 ‘재해’라는 것이다. 현재 상황은 일본 원자로 등 규제법에서 정하는 ‘재해 방지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어 위법하다고 생각한다.

(오염수 방류로) 주민들은 장래 건강상 피해를 우려하게 됐고 어업인들은 어업을 통해 생활할 권리를 침해당했다. 평온한 삶을 살 권리를 침해당한 것이다. 또 해양 오염은 피해가 있음을 입증한 뒤에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예방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위험한 행위는 일단 중단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런던 협약’과 ‘유엔해양법협약’에 규정돼 있다. 이런 부분들을 다투게 될 것이다.”

―‘런던 협약’ 등엔 어떤 내용이 들어 있나?

“런던 협약·의정서는 방사성 물질의 해양 투기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그래서 일본의 오염수 방류는 의정서 위반 가능성이 있다. 일본 정부는 의정서가 ‘선박 투기’에만 적용돼 이번 방류는 해당이 안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의정서를 잘 읽으면 ‘플랫폼 그 외 인공 해양 구축물에서 바다에 고의로 처분하는 것’도 금지 대상에 포함된다. 바다 방류를 위해 만든 1㎞ 길이의 해저터널을 해양 구축물로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일본의 방류가 런던 협약 대상인지 국제적 합의가 없었다. 이 부분을 법원에서 다툴 생각이다. 런던 협약이 일본 법원에서 논의되는 것은 처음이다. 유엔해양법협약에도 중요한 지점이 있다. 오염수가 해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인과 관계가 증명되지 않더라도 처분해서는 안 된다고 돼 있다. 이런 예방 원칙을 소송에서 적극 주장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판단을 근거로 오염수 방류가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도쿄전력처럼 방사성 물질을 고의로 바다에 방류한 사례가 없다. 오염수를 바닷물로 희석한다고 방사성 물질의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 알프스에서 처리한 오염수에는 삼중수소뿐 아니라 세슘134·137, 스트론튬90, 요오드129, 탄소14 등이 포함돼 있다. 이런 방사성 물질은 다양한 생물 속에서 농축될 가능성이 있다.

안전성을 말하려면 오염수가 생물에 어떤 식으로 농축돼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경로를 파악해야 한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이런 작업을 전혀 하지 않았다. 국제원자력기구도 보고서에서 일본 정부의 정책을 권장·지지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밝혔다. 위험도 입증이 안 됐지만, 안전도 확인이 안 됐다. 국제원자력기구가 이런 평가를 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안전하다 할 수 없다.”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탱크에 보관 중인 방사성 물질 오염수. 연합뉴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에서 오염수가 매일 발생해 이를 보관할 탱크가 부족하고, 원전 폐로를 위해 방류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도쿄전력이 탱크를 새로 만들어 보관할 땅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완벽한 거짓말이다. 원전 옆에 7·8호기를 짓기로 했던 건설 예정 공터가 있다. 그곳에 새로운 탱크를 만들면 된다. 도쿄전력의 목표대로 원전에서 데브리(녹아내린 핵연료의 잔해)를 꺼내 30년 뒤 폐로가 완료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전문가도 없다고 생각한다.

또 오염수 처리와 관련해 바다 방류 말고, 다른 방안이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장기 육상 보관이나 고체화 방법 등 환경에 부담을 덜 주는 대안이 있었다. 일본 정부는 제대로 검토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자료가 없다.”

―도쿄전력에 대한 불신도 크다.

“도쿄전력의 큰 문제점은 중요한 사실을 숨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24일부터 시작된 오염수 방류가 앞으로 30년 넘게 진행될 예정인데, 그 내용을 정확히 공개할지 의문이다.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원전의 멜트다운(노심용융) 사실을 장기간 은폐했고, 고농도의 오염수가 바다로 유출된 사실도 뒤늦게 시인했다. 재판에서도 주장하겠지만 도쿄전력은 2015년 8월 사장 명의로 오염수 바다 방류와 관련해 ‘관계자(어업인)가 이해하지 않으면 어떤 처분도 하지 않겠다’고 문서로 약속했지만 결국 지키지 않았다.”

―소송 결과를 어떻게 예측하나?

“어려운 질문이다. (소문 피해 등으로) 보상이 없다면 어민들은 생업 유지가 힘들 것이다. 일본 정부는 800억엔(약 7228억원)의 기금을 마련했고, 도쿄전력은 배상에 나선다. 이것은 대재앙이다. 과실이 아니라 고의로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이다. 법원은 이런 행위가 중단돼야 한다는 판결을 내려야 한다.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한국·중국뿐 아니라 말레이시아·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들, 태평양 도서국들이 큰 목소리를 내주었으면 좋겠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예를 들어 재판이 1년 더 걸린다고 해도 오염수 방류 기간이 30년 이상이기 때문에 30분의 1 시점에 중단시킬 수 있다. 잘못된 일은 그만두게 해야 한다.”

―한국 어민들도 피해가 예상된다.

“피해를 당한 한국 어민들이 도쿄전력에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배상은 국적에 상관없다. 도쿄전력이 무시하면 피해 사실을 증명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다만 한국 어민들만 나설 경우 한-일 외교 문제로 부각될 수 있다. 아시아나 태평양 도서국 등과 함께 소송을 제기하면 좋을 것 같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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