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달갑지 않은 신조어 K-블카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경남 밀양시 산내면에는 한여름에도 얼음이 어는 얼음골이 있다.
이 일대에서 8월19∼20일 '얼음골 냉랭한 축제'가 열려 성황을 이뤘다.
11월에는 '밀양 얼음골 사과 축제'가 열릴 예정이다.
하지만 이런 우호적인 감정은 바로 곁에 있는 '영남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 탑승권을 구입할 때부터 바뀐다고 한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남 밀양시 산내면에는 한여름에도 얼음이 어는 얼음골이 있다. 1000m 이상의 준봉 7개가 멋진 풍광을 자아내는 ‘영남알프스’ 안에 위치해 사시사철 관광객이 줄을 잇는다. 이 일대에서 8월19∼20일 ‘얼음골 냉랭한 축제’가 열려 성황을 이뤘다. 11월에는 ‘밀양 얼음골 사과 축제’가 열릴 예정이다. 이곳을 찾은 관광객은 자연의 신비로움에 놀라고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이 베푼 정성과 친절에 큰 감동을 받곤 한다.
하지만 이런 우호적인 감정은 바로 곁에 있는 ‘영남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 탑승권을 구입할 때부터 바뀐다고 한다. 외지인과 지역주민을 구분해 차등요금을 받기 때문이다. 실제 외지인이 이 케이블카를 이용(1인 왕복)하려면 대인은 1만6000원, 청소년·장애인·유공자는 1만4000원을 지불해야 한다. 반면 밀양주민의 이용요금은 1만1000원이다.
차등요금제를 알게 된 외지 관광객은 대부분 불만을 쏟아낸다. 요금이 많고 적고를 떠나 차별을 받았다는 것 자체에 몹시 불쾌한 감정을 드러낸다. 지자체와 주민들이 친절을 베풀며 쌓은 좋은 이미지가 케이블카 차등요금제 하나로 허물어지는 안타까운 순간이다.
문제는 부산·경남 지역에서 운영 중인 대부분의 케이블카가 얼음골 케이블카처럼 차등요금제를 적용한다는 점이다. 부산 송도해상케이블카(일반캐빈 성인 1인 왕복)의 요금은 외지인이 1만7000원인 반면, 부산 서구 주민은 1만2000원이다. 영도구·동구 주민에게도 1만4000원만 받는다. 경남 통영의 케이블카도 성인 1인 왕복 요금이 1만4000원인데, 통영 시민과 통영 향인증 소지자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6000원을 받는다. 거제 해상케이블카(외지인 1만5000원, 거제 시민 1만1000원), 사천 바다케이블카(외지인 1만5000원, 사천 시민과 자매도시 주민 1만원), 하동 케이블카(외지인 2만원, 하동군 포함 인근 지역주민 1만5000원)도 차등요금을 적용한다.
케이블카는 보다 많은 외지 관광객을 유치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목적에서 민간 또는 공공이 만든 편의시설이다. 지역주민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한 시설이 아니다. 그런데도 보란 듯이 지역주민을 우대하는 차등요금제를 적용하는 것은 자칫 관광객에게 좋지 않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
9월로 접어들면서 전국은 축제의 물결로 넘실거리는데, 일부에선 ‘케이(K)-블카’라는 달갑지 않은 신조어를 써가며 지역축제까지 싸잡아 성토할 조짐마저 보인다. ‘K-블카’가 ‘K-바가지’ 같은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지 않도록 지혜를 모을 때다.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