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일상이 산업이 되다, 여행

관리자 2023. 9. 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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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대가 좋아하는 영어 단어 가운데 하나는 '트래블(Travel)', 여행이다.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은 인간의 속성을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 즉 길을 가는 사람, 여행자로 규정했다.

여행이 일상인 이 시대에 '스파이처럼 행동하기'를 제안한다.

여행이 일상이 되면서 너무 많은 관광객은 현지인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이 대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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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객들 해외로 눈돌리고
중국인 방한 줄며 관광적자 급증
우리나라 여행 매력도 높이려면
경관·문화 콘텐츠에 개성 담아야
구호만 요란한 행사는 후유증만
지역주민 뜻모아 차별화 전략을

2030세대가 좋아하는 영어 단어 가운데 하나는 ‘트래블(Travel)’, 여행이다. 젊은이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속에는 이국적 마을과 원색의 바다가 가득하다.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은 인간의 속성을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 즉 길을 가는 사람, 여행자로 규정했다. 인류는 끝없이 이동했고 인류 진화는 여행으로 이루어졌다. 여행은 우리의 본능이고 뿌리다.

여행과 관광은 비슷하다. 여행이란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곳으로 가는 일’인 반면 관광은 ‘다른 곳으로 가서 그곳의 풍경·풍습·문물 따위를 구경함’을 의미한다. ‘구경하는 것’에 초점이 있는 관광보다 여행은 포괄적이고 적극적이다.

여행 가운데 ‘패키지 관광’은 편리하고 경제적이다. 비용만 지불하면 모든 것을 여행사에서 챙겨준다. 반대로 모든 일정을 스스로 정하는 자유여행도 있다. 방문지에서 현지인처럼 살아보고 싶은 여행자도 많은데 ‘한달 살기’가 대표적이다. 전세계 여행자수는 1950년 2500만명에서 2019년 14억6500만명으로 59배 증가했다. 여행이 일상인 이 시대에 ‘스파이처럼 행동하기’를 제안한다. 현지에 최대한 스며들기 위해서는 낮은 태도가 좋다는 뜻이다. 말도 문화도 낯선 동네에 스며들기가 쉽지 않지만, 최소한의 현지 인사말과 지역문화를 이해한다면 훨씬 수월하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관광수지 적자는 46억5000만달러인데 2001년 이후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관광수지 적자는 2016년 6억달러였지만, 올해는 100억달러에 육박할 수 있다. 상반기에 해외로 나간 국민은 993만명이지만 방한한 외국인은 443만명에 불과하다. 관광 적자가 급격히 증가한 것은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한 원인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여행 매력도 문제와 함께 우리 국민의 해외 관광 수요가 수직 상승했기 때문이다.

좁은 국토와 콘크리트 아파트에 사는 우리 국민이 해외의 광활한 자연과 새로운 풍광을 즐기려 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해외여행 수요를 국내로 돌리려 하지만 쉽지 않다. 대다수 도시는 특색 없는 ‘작은 서울’이 되고 있고 농어촌도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특별함이 적다. 나아가 고층 아파트가 우후죽순처럼 올라오면서 시골 풍광도 도시를 점점 닮아간다.

정부는 “2027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3000만명, 관광 수입 300억달러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서울뿐만 아니라 지역마다 특성에 맞게 즐길거리가 총체적으로 차별화되어야 한다. 맥락 없는 구조물 설치나 구호만 요란한 행사는 후유증만 클 뿐이다. 주민 참여하에 지역 경관, 문화 콘텐츠 차별화가 내밀하게 이루어진다면 천혜의 자연경관이 없어도 여행객은 찾아온다. 지역마다 개성 있는 경관, 문화 체험을 구조화해서 뿌리내리도록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보는 관광보다 경험하는 여행이 부가가치도 높다. 관광산업도 ‘질’이 중요하다.

여행이 일상이 되면서 너무 많은 관광객은 현지인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이 대두됐다.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뿐만 아니라 서울의 북촌 한옥마을 주민도 ‘과잉관광’의 불편함을 겪고 있다. 오버투어리즘은 관광객수와 함께 현지 문화와 현지인의 삶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가 원인이다. 일상이 여행인 시대에 역지사지와 상호 배려는 기본이며 원칙이다. ‘번역기를 현지인에게 무조건 들이밀면 된다’는 자기중심적 여행보다 현지어 인사와 몸짓으로 소통한 후 그래도 어렵다면 번역기를 이용하는 공감의 여행이 좋다. 인공지능(AI)과 디지털이 만연할수록 사람과의 직접 만남과 소통이 더 소중하기 때문이다.

김헌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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