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1위’ 세종도 1명대가 무너졌다
전분기 대비 감소폭, 전국 최대
“세종 공무원 아니었으면 아이 셋 낳아 키우는 건 불가능했을 것 같아요.” 세종에서 세 아이(첫째 7세·쌍둥이 5세)를 키우는 워킹맘이자 중앙 부처 공무원인 A(37)씨는 “임신 소식을 알리면 상사가 ‘축하한다’고 말하고, 육아휴직을 길게 쓰고도 복귀할 수 있는 공무원 사회 분위기 덕에 출산을 결심할 수 있었다”며 “친구들은 아이를 낳더라도 한 명 쯤인데, 세종 공무원 중에선 아이 둘씩인 경우가 많다”고 했다. A씨는 4년 연속 육아휴직을 썼지만, 육아휴직 때문에 업무상 불이익은 없는 분위기다. 정부청사 1층 곳곳에 직장어린이집이 잘 갖춰진 점도 큰 이점이다.
우리나라 출산율이 매년 역대 최저를 갈아치우며 떨어지는 가운데서도 세종은 ‘출산율 1위’를 기록하는 곳이다. 세종은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로 꼽히며 초저출생 시대에 유일한 희망처럼 비치기도 한다. 작년 전국 합계출산율이 0.78명까지 하락했을 때, 세종은 1.12명으로 17개 광역시도 중 나 홀로 1명대였다. 하지만 세종마저 최근 합계출산율 1명 선이 깨졌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숫자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 2분기(4~6월) 세종의 합계출산율은 0.94명을 기록했다. 올 1분기엔 1.19명이었는데 급감했다. 1분기 대비 0.25명 줄어 전국에서 감소 폭이 가장 컸다. 단, 세종은 전남(0.94명)과 함께 전체 17개 광역시도 중 여전히 가장 높은 합계출산율을 유지하고 있다. 올 2분기 기준 서울(0.59명), 부산(0.66명), 인천·대구(0.67명) 등에 비해 한참 높다.
세종 합계출산율은 통계청 전망보다 다소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통계청은 지난해 5월 ‘2020~2050 장래인구추계’를 발표하면서 지난해 세종의 합계출산율을 1.22명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실제론 1.12명을 기록했다. 통계청은 당시 세종의 합계출산율이 올해 1.17명, 내년 1.13명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보다 빠른 하락 속도인 것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혼인과 출산이 크게 줄면서 그간 상대적으로 높은 합계출산율을 유지해온 세종도 감소에 가속도가 붙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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