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소총들고… 러, ‘소비에트 군사교육’으로 돌아간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러시아를 파괴하려 내세운 초(超)국수주의 나치 국가다. 특수 군사 작전(우크라이나 침공)은 이들로 인한 러시아인의 학살을 막고 러시아 문명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지난 1일 새 학기부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점령지의 10~11학년(고등학교 1~2학년)이 배우는 역사 교과서 ‘러시아의 역사, 1945년부터 21세기 초까지’ 개정판 내용의 일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해 온 논리들이 빼곡하게 들어찼다. 지난해 2월 시작돼 여전히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침공 부분을 다룬 내용만 28페이지에 달한다. 푸틴 대통령을 ‘민족을 위한 결단’을 내린 위인으로 묘사하는 내용도 있다. 러시아에서는 내년부터 남학생을 대상으로 실질적인 군사 훈련도 시작된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 서방 매체들은 “러시아 청소년들을 모스크바(러시아 지배층)의 뜻대로 하려는 이념 교육, 병영화 교육이 본격화하고 있다”라는 분석을 내놨다.
푸틴 정부의 이념 교육은 10세 이상 모든 연령대의 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3일(현지 시각) “내년엔 5~9학년(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생) 등 어린 학생들을 위한 새 역사 교과서도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고등학교 교과서와 마찬가지로 러시아에 대한 충성심과 우크라이나 전쟁의 정당성, 푸틴 정부의 공적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교육 현장에선 이미 분위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WP는 “한 초등학교에선 등교 첫날 학생들에게 군복을 입히라는 지시가, 또 일부 학교에선 학부모들에게 (선생님께 드릴) 꽃다발을 살 돈으로 전쟁 후원금을 내라는 권고가 내려왔다”고 전했다.
대학 신입생들은 ‘러시아 국가의 기초’란 수업을 필수 수강하게 됐다. 이 수업은 “러시아는 ‘국경이 없는 나라’”라며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모든 사람은 러시아인이며, 러시아 정부의 책임하에 있다”고 가르친다. 우크라이나를 포함, 구(舊)소련에 속했던 국가는 모두 러시아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구소련 제국의 부활을 꿈꾸는 푸틴의 사상이 그대로 녹아 들어갔다. 새 역사 교과서 편찬에는 전 문화부 장관이자 푸틴 대통령의 측근 중 한 사람인 블라디미르 메딘스키가 직접 참여했다. 그는 “미국이 구소련 국가들에 러시아 혐오증을 퍼뜨린다”고 주장해 왔다.
러시아 정부는 “새 역사 교육은 러시아를 약화하려는 세력과의 ‘정보 전쟁’”이라며 노골적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한 발 더 나가 직접적인 ‘학교의 병영화’도 시도된다. 5~11학년을 위해 신설된 ‘생활 안전의 기초’ 과목에서 고학년 학생들은 기본 제식 훈련을 받게 된다.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내년부터 시작되는 ‘조국 안보와 국방의 기초’ 수업에선 남학생들이 러시아군 제식 소총(AK-47) 사용법과 무인기(드론) 사용법, 기초 전투 전술에 대해 배운다. 여학생들은 전장 응급 처치법을 배울 예정이다. 이들 수업의 커리큘럼(교육 과정) 개발은 아예 러시아 국방부가 맡았다.
러시아 정부는 이미 지난해부터 학생들을 대상으로 ‘중요한 것에 대해 이야기하기’라는 이념 교육 수업을 해왔다. 그 일환으로 푸틴 대통령은 최근 직접 나서 공개 수업도 했다. 푸틴은 지난 1일 모스크바 인근 솔네크노고르스크의 한 행사장에 전국의 우수 학생 30명을 불러 놓고 “위대한 애국 전쟁(2차 세계 대전)을 통해 알게 됐듯, 국민정신이 단결되고 고양된 국가(러시아)를 상대로 이길 수 있는 나라는 없다”며 “러시아는 절대 무적”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드론 공방전’ 등 전쟁은 더욱 격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3일 “러시아의 이란제 샤헤드 드론 25대가 오데사 일대에 대규모 공격을 퍼부었다”고 발표했다. 오데사는 우크라이나 남부 흑해 연안의 최대 항구 도시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의 중심지다. 우크라이나 남부작전사령부는 “이번 공격으로 다뉴브강 인근 하천 항의 민간 항만 시설이 일부 파괴되고, 민간인 2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반면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가 지난 1일 밤부터 2일 새벽에 걸쳐 여러 대의 수상 드론으로 크림대교 공격을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며 “2일 오후에는 무인기를 동원한 러시아 본토 공격도 시도했으나 방공망에 포착되어 4대가 격추됐다”고 주장했다. 이 공격으로 인해 크림대교 통행이 차단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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