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생도 소프트웨어 수업 들어야… 첨단분야 교수 두 자릿수 늘리겠다”
원용걸 서울시립대 총장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개교 105주년을 맞아 세계 유수 대학과 교류·협력을 늘릴 것”이라며 “첨단 분야 인재 육성은 대학에 선택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됐다”고 밝혔다. 원 총장은 “서울시립대가 강점을 가진 도시 과학 분야에 첨단 학문을 융합하겠다”고 했다. 서울시립대는 지능형 반도체, 융합 바이오 헬스, 첨단 인공지능(AI) 등 전공 3개로 이뤄진 ‘첨단융합학부’를 신설해 내년부터 신입생 20명을 받는다. 소프트웨어 활용을 교양 필수 강의로 지정해 인문 계열 학생들도 수강하도록 할 계획이다. 원 총장은 “첨단 분야 교육 강화를 위해 관련 교원을 두 자릿수 이상 늘리는 것을 서울시와 협의 중”이라며 “산학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SK하이닉스·LG전자 등과도 채용 연계형 계약 학과 설치를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대학가에선 학문 간 영역을 허무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원 총장은 학생이 관심 과목 3~4개를 하나의 주제로 묶어 수강한 뒤 학위를 받을 수 있는 ‘소단위 전공(마이크로 디그리·Micro Degree)’ 제도를 안착시키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그는 “소단위 전공이 활성화하면 학생은 진로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고 했다. 공대 학생이 세계은행에서 일하고 싶다면 국제 개발 협력에 관한 문과 수업을 듣고 지원 자격을 준비하는 식이다. 그는 “관심 분야의 지식을 체계적으로 갖출 수 있도록 학사 제도를 정비할 것”이라며 “특히 수요가 많은 첨단 분야에 대한 소단위 전공 과정을 최대한 확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양질의 해외 유학생을 유치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원 총장은 “국내 학생들이 수준 높은 유학생들과 교류하면서 배우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외국에서 동문을 선발한다는 생각으로 정규 과정 입학 전 한국어학당에서 한국어 교육을 하고 이들의 국내 취업까지 돕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했다. 국내 학생을 대상으로는 방학 중 해외 도시 탐방 기회를 넓히고, 국제 공동 연구를 하는 교수에게는 인사 평가 때 가점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교직원들에게 싱가포르국립대학·홍콩과기대 등으로 교육 연수를 지원할 계획이다.
원 총장은 서울시와 정책 협력을 강화해 서울의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싱크 탱크’ 역할을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1997년 국내 첫 도시과학대학을 세운 전문성을 살려 서울의 에너지∙환경 등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겠다는 것이다. 그는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과 공동 정책 연구를 늘리고, 도시·디자인·행정 등 서울시립대의 강점을 살려 서울 시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립대는 ‘서울디자인연구소’를 신설해 서울의 공공 디자인 발전 방안을 지원하고 서울연구원과는 ‘도시 트렌드 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원 총장은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을 보석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는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후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2년 3월 서울시립대 교수로 부임해 정경대학장 등을 거쳐 지난 3월 총장에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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