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로 만든 열분해유’ 정작 국내 사용은 불법… 규제가 발목 잡아

다른 미래 산업도 마찬가지지만 재활용 플라스틱 산업에서도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 낙후된 산업 생태계가 가장 큰 장애 요인이다.

우선 세계에서 가장 앞선 기술력을 갖춰 ‘쓰레기에서 뽑는 기름’인 열분해유는 현행법상 국내에서 사용하면 불법이다. 석유사업법에선 폐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재활용해 만든 열분해유는 석유 정제 공정에 원료로 투입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산업 생태계도 아직은 후진적이다. 재활용 플라스틱 사업 성공을 위해선 폐플라스틱이 필요하다. 정유 시장에 석유가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다. 지난해 유럽에선 “새 페트보다 비싼 재활용 페트가 등장했다”는 보도가 나올 만큼 폐플라스틱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그런데 ‘도시 유전(油田)’ 역할을 해줘야 할 쓰레기 수거·선별 업체들은 대부분 영세하다. 가정에서 재활용을 잘해도 업체에서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재활용률이 떨어지기도 한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대규모, 최첨단 설비를 갖추고도 ‘소중한’ 원료인 폐플라스틱과 비닐을 제대로 공급받기 어렵다. 정부의 영세 업체 기술 지원과 관리가 시급한 이유다. 김평중 한국석유화학협회 본부장은 “지자체별 폐기물 시설 고도화와 대형화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기업들은 각 사가 알아서 물량 확보에 나서고 있다. SK지오센트릭은 2021년 사내에 ‘R-인프라’(R-infra) 팀을 신설하고, 전국 쓰레기장부터 뒤졌다. 팀원 8명은 쓰레기 수거장을 돌며 재활용률을 확인하고, 물량 선점을 위해 협력할 수거 업체를 수소문했다.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타 업체들도 ‘재활용 캠페인’을 펼치고 지자체, 쓰레기 수거 업체와 협력을 늘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