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어망도 섬유로… ‘플라스틱 재활용’ 600조 시장 주도
뉴 플라스틱 시대 여는 韓기업들
효성티앤씨는 바다에 버려진 어망을 수거해 고온·고압으로 분해해 나일론을 추출한 뒤 이를 노스페이스나 K2에 공급해 재킷과 가방을 만들어내고 있다. 폐어망은 바다 쓰레기 중 비율이 10%에 이르러 바다 생물을 위협한다. 이런 ‘쓰레기’를 활용해 옷과 가방을 만들어낸 것이다. 효성티앤씨는 3대 화학 섬유(나일론·폴리에스터·스판덱스)를 모두 ‘쓰레기 재활용’을 통해 만드는 세계 유일한 기업이기도 하다.
1869년 발명된 플라스틱은 나무·철로 만들던 제품을 대체하며 벌목 등을 막아주는 ‘친환경 신소재’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150여 년이 지난 지금, 플라스틱은 장기간 썩지 않는 ‘ 환경 파괴 물질’로까지 불린다. 이 때문에 전 세계가 기존 플라스틱을 재활용하기 위한 신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사업화하는 데 뛰어들고 있다.
컨설팅 기업 맥킨지 “2050년 생산되는 전 세계 플라스틱의 60%는 재활용 플라스틱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 60조원인 재활용 플라스틱 시장은 2027년 85조원, 2050년에는 600조원이 기대된다.
◇세계 최대 ‘재활용 플라스틱 단지’ 울산에
SK지오센트릭은 울산에 세계 최대 규모 ‘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를 짓고 있다. 축구장 22개 부지(21만5000㎡)에 1조8000억원을 투입해 2025년 준공한다. 플라스틱 재활용에는 잡다한 플라스틱을 고온에 녹여 깨끗한 나프타를 추출하는 ‘열분해 및 후처리’ 방식 외에도 페트(PET)를 분자 단위로 분해하는 ‘해중합’, 폴리프로필렌(PP)을 용매에 녹인 뒤 기화시키는 ‘고순도 PP 추출 방식 등 세 가지가 있다.
이 세 가지 기술이 적용된 공장이 한곳에 들어서는 것도 울산 클러스터가 세계 최초다. 이곳은 세계 최대 규모인 연 32만t 쓰레기를 처리해 23만t의 완제품을 생산하게 된다. 짓기도 전에 연생산 물량의 15%이상을 선판매했다.
SK의 울산 최대 단지에 전 세계 화학 업체들도 주목하며, 기술 참여에 나서고 있다. 캐나다 해중합 기술 기업 루프, 미국의 PP 추출 기업 퓨어사이클테크놀로지 등은 울산 단지에 합작 공장을 통해 진출하고 있다.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은 “울산 클러스터는 플라스틱 수요가 많은 제조업이 집중된 중국과 동남아가 가까운 점도 입지 차원에서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LG·GS·롯데 등에다 중소기업들까지 가세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에서 석유화학 제품은 반도체와 정유 제품 다음의 3위 수출 품목으로 국가 경제의 기둥 역할도 한다. 이를 주도해 온 국내 기업들이 이제 재활용 플라스틱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LG화학은 충남 당진에 고온 수증기로 폐플라스틱을 분해하는 연산 2만t 규모의 ‘초임계 열분해유’ 공장을 내년까지 건설한다. 롯데케미칼은 울산 2공장에 연산 4만5000t 규모의 페트 전용 해중합 공장을 짓고 있다.
GS칼텍스도 5만t 규모의 폐플라스틱 열분해 공장을 내년 완공한다. 공장 규모를 100만t 규모까지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화솔루션은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폴리에틸렌을 자사 제품 포장에 사용하고 있다. 2027년까지 이 제품 공급량을 연 1만t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다. HD현대오일뱅크는 열분해유 기반의 나프타를 국내외 기업에 판매하고 있고, 향후 열분해유 직접 생산도 검토중이다.
이 밖에 에코크리에이션이 지난 5월 플라스틱 열분해를 통해 나온 기름으로 디젤 발전기를 돌리는 데 성공하는 등 중소기업들도 선전하고 있다.
☞재활용 플라스틱
폐플라스틱을 수거, 선별, 재가공해 사용하는 제품으로, 가공 방식은 물리적 재활용과 화학적 재활용으로 나뉜다. 물리적 재활용은 폐플라스틱을 기계적으로 파쇄·압출해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품질이 저하돼 1~2회만 재활용할 수 있다. 화학적 재활용은 고온의 열, 촉매 등을 활용해 기름 같은 원료로 전환하기 때문에 품질 저하 없이 무한 재사용이 가능하며, 기술력이 필요하다. 친환경 플라스틱 중엔 바이오(생화학적 물질로 만든 플라스틱), 생분해 플라스틱(유기 생물에 의해 썩는 플라스틱)도 있지만, 재활용 플라스틱이 가장 효용성이 높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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