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싱가포르는 왜 사형제 고집하나
싱가포르는 각종 국제인권단체가 내는 성명에 단골로 등장하는 나라다.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 9만 달러를 돌파한 경제 선진국임에도 사형과 태형 같은 형벌을 고집하는 모습이 인권단체 눈에 곱게 보일 리 없다. 눈에 띄는 건 이에 대한 싱가포르의 태도다. 유럽연합(EU) 등 국제기구들이 사형 집행을 중단하라는 성명을 쏟아내도 귓등으로 듣고 만다는 점이다. 작년 4월 싱가포르가 말레이시아 출신 30대 마약사범의 사형을 집행하려 하자 말레이시아 국왕이 직접 편지를 보내 이를 유예해 달라 호소하기도 했다. 싱가포르는 예정대로 사형을 집행했다.
‘어떤 나라와도 척지지 않는다’가 중립국 싱가포르의 외교 방향이지만 범죄자 처벌, 특히 사형 집행에서만큼은 타협이 없다. 사형제에 대한 확고한 국정 철학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3월 케이 샨무감 법무장관은 3년 만의 사형 집행 재개를 앞두고 의회에 출석해 “사형 제도가 범죄 억제에 분명한 영향을 미쳤다”며 역사가 이를 증명했다고 했다. 그가 내세운 통계를 하나 보자면, 싱가포르는 1961년 아동 납치 범죄에 대한 사형 제도를 도입했다. 1959년 38건, 1960년 28건 등 당시 아동 납치가 횡행했지만 사형제를 도입한 해 아동 납치 범죄가 1건으로 급락했고, 이후 거의 사라졌다는 것이다.
싱가포르에서는 살인 등 흉악 범죄뿐만 아니라 15g 이상의 헤로인 등 마약 밀매로 유죄가 확정돼도 사형에 처한다. 마약 밀매범에게 사형은 가혹하다는 주장에 샨무감 장관은 “사형이 폐지되면 해악이 막대한 마약 범죄가 늘어날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그는 의회에서 사형 도입 후 마약 남용자의 수가 1990년대 6000명에서 현재는 절반으로 줄었다는 등 각종 통계도 제시했다.
반면 사형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철학은 불분명하다. 한국은 사형 제도는 있으나 1997년 이후 사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았다. 형사소송법 465조는 ‘사형 집행 명령은 판결 확정부터 6개월 이내 해야 한다’고 규정하지만, 집행하지 않은 사형수가 현재 59명이다. 집행 주체인 행정부의 직무유기이지만, 역대 어느 정부도 속시원히 답을 내놓은 바가 없다. 미국·일본·싱가포르처럼 집행을 재개할 건지 집행은 하지 않되 상징적 의미로 제도는 남겨 두자는 건지 혼란스럽다.
그런 와중에 한동훈 법무장관이 방치됐던 사형 집행 시설 점검을 지시하며 쉬쉬하던 문제를 끄집어냈다. 그런데 “주권적 결정이지만 외교적 문제도 고려할 부분” “저의 말이 이전(정부)과 달라진 바는 없다” 등 이후 한 장관 발언은 솔직히 알쏭달쏭하다. 흉악 범죄가 잇따르며 사형제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철학을 묻는 국민이 여느 때보다 많다. 정치·외교적 후폭풍을 피하려 다음 정부로 답을 미루는 폭탄 돌리기가 이제는 멈출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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