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미스터리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2023. 9. 4.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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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강전 제4국 <흑 6집반 공제·각 3시간>
白 라이쥔푸 八단 / 黑 한승주 九단

<제12보>(168~181)=고수(高手)들은 형세가 기울면 장렬한 옥쇄(玉碎)로 마무리하길 원한다. 고분고분 판을 메워 패배를 확인하는 것은 ‘두 번 죽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초읽기에 몰리다 보면 뜻하지 않은 실착으로 갑자기 최후를 맞이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비장하게 돌을 거두기 위한 의도적 ‘폭투’인지, 불각(不覺)의 실수인지는 본인만이 안다.

중앙 흑백 대마가 서로 미생마로 얽힌 채 수상전에 돌입한 상황. 여기서 흑 ▲ 단수가 이 바둑의 결정타가 됐다. 백은 173 자리로 잇지 못하고 168로 굴복했고 그 순간 흑승이 확정됐다. 참고도 1이면 8까지 상변 백이 한 수 차이로 잡힌다. 173으로 백 두 점을 포획해선 중앙 흑백 간 수상전은 유가무가(有家無家) 형태로 중앙 백 대마가 전멸했다.

라이쥔푸는 바로 돌을 거두지 않고 이곳저곳을 건드려 보더니 흑 181이 놓인 시점에 이르자 항복을 선언했다. 흑 ▲의 수단을 과연 보지 못한 채 수상전을 도모한 것인지, 봤지만 이미 대세 역전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장렬한 피날레’를 연출한 것인지는 미스터리로 남았다. 아무리 초읽기 상황이라곤 해도 이 정도 수를 못 보았을 리는 없다고 짐작만 할 뿐이다. (176…△, 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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