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 애초 방류를 막았다면 하지 않아도 될 일들

이진규 기자 2023. 9. 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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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오염수 방류 최악 선택, 韓 사회·경제 비용 덤터기
방사능 불안감 씻으려면 정화과정 투명성 높이고 지금이라도 중단 노력을

이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하기 시작한 지 열흘 남짓 흘렀다. 염두에 두고는 있었지만 설마설마하던 일이 닥쳤다. 그러자 일본과 가장 가까우며 따라서 원전 오염수 방류를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는 이를 두고 온 나라가 들썩인다. 정부 여당과 야당의 싸움과는 별개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 대응에 분주하다. 일본이 방류 시점을 발표한 직후부터 방사능 검사 확대와 수산인 보호, 대국민 이해를 위한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

지역 경제에서 수산업이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하는 경남도도 마찬가지다. 통영에서만도 417어가가 115개 양식장에서 우럭 돔 쥐치 등 1억2700만 마리를 양식한다. 수산 분야의 소비 감소로 다른 지역보다도 큰 타격을 받는다. 이에 경남도는 방류 발표 전인 지난달 16일 수산물 안전에 대한 도민 신뢰 회복을 위해 전문가 세미나를 개최한 데 이어 23일에는 방사능과 수산, 식품 분야 전문가의 릴레이 강연을 지역에서 개최했다. 과학에 기반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 수산물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방류 하루 전인 23일에는 경남도 차원의 추가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미 2021년 일본이 오염수를 해양 방류하겠다고 발표한 이래 도내 해역과 유통되는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확대했다. 방사능 안전감시망 구축을 위해 삼중수소 분석 장비를 설치하고 해양 방사능 조사정점을 기존 8곳에서 23곳으로 확대했다. 또 수산물 유통단계 안전 강화를 위해 수산물 위판장의 유통 전 방사능 민간 검사도 확대해 시행했다. 경남도의 대책은 이를 더욱 확대하고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경남도의 추가 대책은 도민이 안심하고 수산물을 소비할 수 있도록 검사와 정보 제공을 강화하고 어려움이 예상되는 수산업계 지원을 늘리는 한편 수산물 소비 촉진과 판촉 활동을 확대하는 것과 같이 이전에 해왔던 예상 가능한 방안들이다. 그런데 검사 확대와 할인 판촉전 등의 대응 방안은 하나 같이 비용을 수반한다. 정부 차원에서도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한다. 지난달 29일 확정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보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대응 예산으로 7319억 원을 편성해 올해의 5240억 원보다 2080억 원을 늘렸다. 내용을 보면 조사 정점 확대와 수산물 방사능 검사 확대, 소비 위축 대응 등 경남도의 대응을 전국으로 적용한 것이다.

이를 보면 일본이 자기 ‘골칫거리’를 해결하기 위해 벌인 일에 대한 대가를 우리가 치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애초 일본이 고려한 5가지 처리 방안 가운데 해양 방류는 가장 ‘저렴한’ 방법이었다. 물론 기술적인 이유로 선택했다고는 하지만 다른 처리 방법보다 최소 5분의 1에서 최대 70분의 1 수준으로 일본으로서는 가장 경제적인 처리 방법이다. 어쨌든 일본이 우리에게는 최악의 방법을 선택하면서 그 비용은 오롯이 우리 부담이 됐다. 당장 수산물 소비가 두드러지게 줄어들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소비 감소의 피해는 우리 수산인과 상인이 지게 된다. 또 소비 촉진과 대국민 홍보를 위해 들어가는 경남도와 정부의 예산은 결국 국민이 부담한다.

일본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에 있어 국내의 큰 이슈 중 하나는 사람들의 수산물에 대한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느냐다. 정부와 지자체 예산의 상당 부분도 이에 들어간다. 수산물과 주요 해역의 방사능 검사를 강화한다고는 하지만 마음의 불안감은 방사능 측정 장비가 보여주는 ‘과학적’ 수치만으로 누그러트릴 수 없다. 정부와 과학자는 ‘과학적’으로 문제없다고 하고 직접 마시기라도 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수산물은 ‘반드시’ 먹어야 하는 대체 불가물이 아니다. 상에 올라 있으면 꺼리지는 않겠지만 굳이 찾아서 먹고 싶지는 않은 게 사람 심리다. 측정 장비의 수치를 보여주기보다는 불안한 마음을 해소해 주는 정책이 더 필요하다.

국민의 불안감을 잠재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투명성이다. 국내의 방사능 검사 등과 관련한 정보 공개는 물론 일본에서 방사성 물질 제거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기술적 검증과 모니터링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그런데 벌써 우리 전문가 참여와 같은 투명성 확보에 필수적인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건 우려할 일이다. 원인 제공자는 일본인데 정작 우리나라가 이 문제를 두고 분열돼서 난리인 데다 행정력과 예산을 들인다. 일본이 절약한 처리 비용보다 더 큰 사회적 경제적 비용을 우리가 부담하는 격이다. 애초에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하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더 큰 비용을 들이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오염수 방류를 중단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진규 편집국 부국장 겸 경남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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