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영주를 ‘힙하게’ 만든 것?… 로컬 창업이 지방 소멸 막아

최호진 기자 2023. 9. 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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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주 ‘STAXX 프로젝트’
전국 각지서 모인 소셜벤처 10곳
지역 사회의 페인포인트 찾아
소멸해가는 로컬 경제에 활력을
경북 영주의 자원을 활용하는 소셜벤처 10곳이 입주해 있는 청년 교류 공간 ‘스택스(STAXX)’. 임팩트스퀘어와 SK㈜머티리얼즈, 영주시의 민관 협력 아래 육성되고 있는 10개 소셜벤처는 영주의 자원을 시장 트렌드에 맞춰 새롭게 활용하며 사업을 고도화하고 있다. 임팩트스퀘어 제공
지방이 사라지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 발표에 따르면 올 2월 기준 전국 228개 시군구에서 소멸 위험 지역은 118곳(52%), 소멸 고위험 지역은 51곳(22%)이다. 절반 이상이 소멸 위험 지역인 셈이다. 경상북도, 전라남·북도, 강원도, 충청남도는 관내 소멸 위험 지역의 비중이 80%를 넘어섰다. 소백산 아래 자리한 경북 영주시도 그중 하나다. 영주시는 지난 10년간 인구의 7.8%가 감소하며 2020년 소멸 위험 지역에 진입했다. 지난해 말 기준 영주시 인구는 10만749명을 기록해 인구 10만 붕괴를 목전에 두고 있다. 자연 인구 감소보다 인구 유출로 인한 감소가 더 큰 상태로 인구 감소로 인한 도시 쇠퇴가 또다시 인구 유출을 야기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상황이다.

이에 새로운 로컬 창업 모델로 상황을 반전시켜보겠다며 출사표를 던진 프로젝트가 있다. 영주시 구도심에 청년 교류 공간을 만들어 소셜벤처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는 ‘STAXX(스택스) 프로젝트’다. 소셜벤처 액셀러레이터 임팩트스퀘어와 SK㈜머티리얼즈, 영주시가 손잡고 출범한 민관 협력 프로젝트로 현재 영주의 지역 자원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10개 소셜벤처를 발굴, 육성하며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로컬 창업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스택스 프로젝트는 어떤 전략으로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을까. DBR 2023년 8월 2호(375호)에 실린 스택스 프로젝트의 사업 전략을 요약해 소개한다.

● 지역 자원 연계한 소셜벤처 육성

스택스 프로젝트의 골자는 소셜벤처 성장의 과실이 지역으로 흘러들어 가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육성 기업 선정에 무엇보다 공을 들였다. 단순히 기업 성장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과 함께 시너지를 내며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이다.

임팩트스퀘어가 육성 기업 선정에 있어 핵심적으로 고려한 요소 중 하나는 지역 자원과의 연계성이다. 지역 농산물을 활용해 콤부차, 그릭요거트 등의 식음료를 만드는 기업 ‘비네스트’가 대표적이다. 대구시 소재 기업인 비네스트는 사과를 원재료로 콤부차를 생산했는데, 기후변화로 인해 대구 지역 사과 재배가 줄어들면서 고민에 빠져 있었다. 이 회사의 페인포인트를 파악한 임팩트스퀘어는 영주 특산물인 사과를 활용해 제품을 만드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영주 인근에 공장을 짓고 과수원에서 사과를 납품받으면 훨씬 효율적인 데다, 스택스 육성 기업에 선발되면 투자로 연계될 수 있다는 점을 설득해 육성 기업으로 유치할 수 있었다.

영주의 자연 자원을 비즈니스에 활용할 수 있는 기업도 발굴했다. 캠핑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하는 기업 ‘백패커스플래닛’이다. 백패커스플래닛은 쓰레기, 용변 등 자연에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는 ‘LNT(Leave No Trace)’라는 강력한 지침 아래 지속가능한 캠핑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기업이다. 백패커스플래닛은 전국의 우수한 유휴지를 대상으로 캠핑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하고 있지만 이들에게도 거점이 될 만한 아지트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를 간파한 임팩트스퀘어는 영주를 거점 지역으로 제안하며 프로젝트 합류를 설득했다. 스택스 육성 기업으로 최종 선정된 백패커스플래닛은 현재 영주시의 협조 아래 소백산 인근 유휴 야영장 등을 활용한 캠핑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사업을 고도화하고 있다.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는 “영주 지역에서 함께 시너지를 내며 성장할 수 있는 포인트를 찾고 제안하며 육성 기업을 끌어들인 ‘큐레이션 전략’이 선발 과정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 지역 페인포인트 해결하는 기업 발굴

지역의 고질적인 페인포인트를 해결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들도 적극 발굴했다. 임팩트스퀘어가 사업 초기 영주 지역을 스터디하면서 발견한 페인포인트 중 하나는 양질의 주거, 숙박 시설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공무원, 기업 인사 이동에 따라 영주로 오는 청년들이 1년 내에 전출을 신청하는 사례가 많았다. 가장 큰 원인은 이들이 마땅히 지낼 만한 곳이 없다는 것이었다. 전세 매물도 거의 없고, 신축 아파트는 청년들이 입주하기엔 너무 비싼 상황이었다. 이렇듯 지역에 양질의 주거 공간이 부족한 반면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은 꽤 있었다. 이에 임팩트스퀘어는 빈집을 활용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기업을 적극 발굴했다. 바로 지역의 빈집을 리모델링해 제공하는 기업 ‘블랭크’다. 블랭크는 현재 영주 내 기업 및 기관과 협력해 영주 거주를 희망하는 외지인을 위한 공유 주택을 만들고 있다.

● “창업 브리콜라주 모범 사례”

전국 각지에서 온 스택스 육성 기업들은 영주 고유의 자원을 시장 트렌드에 맞춰 새롭게 활용하며 사업을 고도화하고 있다. 김선태 존스홉킨스대 케리경영대학원 조교수는 “스택스 프로젝트는 창업 연구에서 강조하는 ‘창업 브리콜라주(entrepreneurial bricolage)’를 잘 구현한 모범 사례”라고 평가했다. 창업 브리콜라주란 사업에 필요한 자원을 외부 출처에서 마련하는 것이 아닌 창업자들이 활용 가능한 자원을 목적에 맞게 고치거나 재결합하는 모델을 뜻한다. 김 교수는 “스택스 육성 기업들은 지역 특유 자원들의 새로운 쓰임새를 찾고, 그것들을 재조합하며 혁신을 도모하고 있다”며 “활용하는 지역의 자원들이 영주 고유의 것일수록, 또 제품 개발 및 생산에 대체 불가능한 핵심 자원으로 자리 잡을수록 육성 기업들은 영주에 뿌리내리고 지역 활성화에 더욱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진 기자 ho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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