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칼럼] 수산업의 키워드가 된 ‘소비자’
현재 수산업의 가장 중요한 이슈는 수산물 안전성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에 따라 이미 우리나라에서 수산물에 대한 안전성 여부는 가장 큰 쟁점으로 부상했다. 수산물 안전성은 교역에서도 중요한 변수다. 수산물 수입국들의 수산물 안전성에 대한 검역 및 위생조건 요구가 강화되고 있고, 소비자의 인식 또한 크게 높아지고 있다. 특히 수산물 소비에 있어 그린슈머(친환경적인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와 스마트슈머(제품의 다양한 정보를 분석해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이 증가하고 있어 식품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이 있을 경우 수산물 소비는 많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수산업에 있어 ‘소비자’는 생산되는 수산물을 단순히 소비하는 주체로서만 인식됐다. 즉, 수산물은 생산만 하면 언제든지 잘 팔린다는 인식이 만연돼 왔다. 수산정책도 이에 맞추어 ‘소비자’보다는 ‘생산자’에 치중된 생산 육성에 대부분 집중됐다.
하지만 이제는 소비자에 대한 수산물의 신뢰성 기호성 정보제공성 등이 충족되지 못할 경우 수산물 소비를 더 이상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고 있다. 특히 일본 원전 오염수 방출과 관련해 우리나라 수산물의 안정적인 소비 확대를 위해서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야 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수산물을 제공해야만 수산업이 유지될 수 있는 상황이다.
최근 미국에서 발표된 ‘국가 수산물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수산물을 인간에게 가장 필수적인 식량으로 규정하고, 식품안전성을 바탕으로 한 수산물의 지속적인 생산, 생산-유통-가공시설의 현대화, 수산물 위생 강화, 수산물 인증제 등을 통한 수출경쟁력 강화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리고 인터넷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수산물에 대한 정보(원산지, 소비 시기, 건강 영양소, 관리 현황 등)를 종합적으로 제공해 소비자의 안심 소비를 장려하고 있다.
향후 우리 수산업을 위해서도 소비자 맞춤형 수산정책이 도모돼야 한다. 무엇보다 일본 원전 오염수 방출을 계기로 수산물의 생산-가공-유통 과정에 대해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는 수산물이력제도를 2008년부터 시행해 오고 있다. 하지만 2022년 기준 수산물이력제 표시 물량은 약 6000t으로 국내 수산물 총생산량 대비 0.17%의 극히 저조한 수준이다. 수산물이력제의 확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재 업체들의 자율참여 방식을 의무참여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고 어업에 대한 어획모니터링과 정확한 어획량 조사체계, 그리고 가공-유통 과정에 대한 투명한 정보시스템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아울러 수산물의 식품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생산-가공-유통 시설의 현대화가 도모돼야 한다. 소비자가 언제든지 직접 보더라도 안심할 수 있는 위생적인 시설과 환경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작은 사례지만, 아직도 널리 사용되는 비위생적인 나무 어상자는 위생적인 용기로 시급히 대체돼야 한다. 그리고 생산-가공-유통 시설과 환경에 대해서는 해외 선진국에서와 같이 국가와 지자체 차원의 주기적인 위생 검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 외에도 소비자가 선호하는 수산가공품에 대한 개발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산물 비선호의 원인으로 맛이 없음, 특유의 비린내, 가시 등 먹기 어려움의 이유가 압도적이며 이러한 이유로 학교 급식에서도 수산물은 외면당하고 있다.
맛있고, 쉽게 먹을 수 있는 소비자 기호형 수산가공품이 개발되지 않고서는 향후 수산물 소비 확대는 불가능하다. 현재 미래 수산업의 생존에 대해 다양한 정책적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 키워드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는 ‘잘 생산하는’ 수산정책과 함께 ‘잘 팔리는’ 수산정책의 균형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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