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소리] 균형감각을 잃어가고 있다

김경일 사회복지연대 사무국장 2023. 9. 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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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일 사회복지연대 사무국장

혼돈의 시대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언론을 통해 참 많은 사건이 시민의 삶을 스쳐 지나간다. 최근 육군사관학교의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 서이초 사건으로 주목받고 있는 교권 침해, 잼버리 사태로 빚어진 새만금 개발 중단, 국민연금 개혁안이라 불리는 정부의 발표까지 지금 주변을 보면 참 많은 사건이 우리의 삶에 들어온다. 비단 근래에만 있는 일이 아니다.

이태원 참사는 여전히 살아남은 가족들의 고통으로 해결되지 못 한 채 세월이 흐르고 있고 형제복지원 사건, 영화숙(재생원) 사건과 같은 과거사는 수십 년이 흐른 지금에서야 진상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기후위기로 매년 폭우와 폭염 같은 이상기후를 경험하고 주거 약자의 주거권과 생존권이 위태롭다는 것도 반복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야당 대표에 대한 의혹 제기와 압수수색이 반복되고, 불체포특권을 두고 국회의원이 가진 권력을 겨냥하는 이야기들이 반복된다.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대통령 장모의 통장잔고 조작 등 김건희 여사 일가의 의혹들이 제기된다. 많은 시민이 정치에 대한 신뢰를 잃고 무관심해 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정치에 대한 싫증과 기후위기와 같은 전 지구적이고 전 세대가 고민해야 할 숙제, 역사왜곡과 인간의 권리가 침해되는 각 현장의 사건들이 쏟아져 나오는 주변의 모습은 뉴스를 보고만 있어도 지치게 만들고, 기사를 보고만 있어도 진이 빠지게 만드는 것 같다. 혹자는 정치 전략으로 정치를 혐오하게 만들어 투표장에 가지 않게 만들려는 뜻이 있다고 평론하기도 하지만 아무리 봐도 그 선을 넘어선 것 같다. 단순히 정치를 혐오하는 수준이 아니라 그냥 세상에 대한 차단으로 치닫는 것 같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조차 흔들어 버리고 사실을 확인하는 일조차 할 수 없게 만드는 일종의 멍한 느낌을 받게 된다. 어떤 가치관도 가지지 않으려, 어떤 자기 입장도 가지지 않으려 하는 모습도 스스로에게, 또 주변의 많은 사람에게서 보게 된다. 그래야 비난받지 않을 테니까. 그래야 좋은 사람으로 보일 것 같으니까 본인의 입장조차 지워버리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입장과 의견을 논박하고 숙의의 과정을 거친다고 배웠지만 그러지 않으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건 역설적이기도 하다.

정부가 발표한 2024년도 예산안에서 전 국민 마음돌봄 사업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병주고 약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세상이 혼란스럽지 않았다면, 국가 공동체가 시민의 삶을 책임져 준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마음이 이렇게 망가지지 않았을 텐데 하는 이유에서 그렇다. 코로나19 이후에 이른바 회복기를 지나며 그동안 무너지고 축소되었던 사회 각 분야의 기능들을 충분히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함에도 이제는 개인의 책임으로, 개인이 감당해야 할 일들로 치부되는 것이 기저에 깔려있지는 않은지 고민하게 된다.

부산은 코로나19를 거치며 7대 광역시 중에서 기초생활수급자가 가장 높은 비율로 증가한 도시다. 제도권의 보호를 받는 공식적인 저소득층이 10명 중의 1명꼴로 비유되기도 한다. 하지만 정부와 부산시는 긴축재정만을 말한다. 개인이 삶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을 때 사회문제로 발현되는 것을 사회복지 현장에선 자주 만날 수 있다. 균형감각을 잃어버리다 못해 마음은 괴롭기만 하다.


그래서 균형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처절하게 시대를 애통하되 대안을 찾으려는 고민을 멈추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답이라고 단정할 수 없지만 ‘인권’에서 지금의 고민을 풀어가려 노력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행복추구권으로 잘 알려진 우리나라 헌법 제10조는 세계인권선언 제1조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균형감각을 잃어버리더라도, 복잡한 세상사를 차단하고 싫증을 느끼며 살더라도, 아무리 돈으로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자본주의 세상이라 하더라도 넘지말아야 할 선이 있다는 것. 존엄성을 지키는 일을 활동의 사명으로 생각하려 한다. 모두의 삶이 참 고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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