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인간관계 생명론 '호모 디비도'

경기일보 2023. 9. 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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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태 경희대 명예교수

생명은 번식과 생식의 기회를 높이기 위해 최적의 구조와 기능으로 진화하고 있다. 각 생물 개체보다는 종이 같은 개체군이 진화한다. 각 종의 염색체는 생식적으로 격리돼 모체와 자손은 같은 수를 유지한다.

염색체는 유전자로 구성돼 있다. 자식은 부모로부터 유전자를 받지만 모체와 부체가 생산하는 생식세포의 유전자 구성이 다양해 형제, 자매라도 유전적으로 동일한 개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흔히 범죄 현장에서는 유전자 감식으로 범인을 가려내고 있다.

생명의 적응과 연속성은 종과 개체의 다양성에 있다. 다양성은 개체군이 가지고 있는 유전자급원(Gene Pool)으로 설명한다. 돌연변이, 유전적 부동, 유전자 이주, 그리고 자연 선택이 개체군의 유전자급원 변화에 연계돼 있다. 유전자는 단백질로 발현된다. 단백질은 각 개체의 고유한 몸의 구조뿐만 아니라 신체 전반적 기능을 담당함으로써 각 개체의 차이를 뚜렷하게 만든다. 이에 따른 외형적, 생리적 차이에서 발생하는 개체의 관계는 한 가지로 통일될 수 없다.

자연 선택은 안정성 선택, 방향성 선택, 분단성 선택으로 구분한다. 산모의 체형이 다양해도 신생아의 몸무게는 유사하다. 평균값의 몸무게로 태어나는 신생아의 생존율이 높고 그 유전자는 역시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는 분단성 선택의 한 예다. 성염색체의 유전적 기능에 의한 두 성 간의 생리 대사의 차이는 매우 크다.

원시 수렵 시대에 이미 여성은 남성이 사냥해온 먹거리를 잘 관리해 육아, 저장은 물론 사냥을 지속하도록 하도록 남성을 격려한다. 여성의 관리 유전자는 복잡하고 어려운 경제와 정치 외교의 갈등 구조를 잘 해결한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예까지 가지 않더라도 여성들은 나이가 들수록 경제적 관리는 물론 그들 서로의 관계를 원활하게 유지한다. 

동일한 인간은 없다. 각자의 유전적 차이로 인한 대사율의 차이로 몸무게가 달라지고 이를 유지하기 위한 음식의 섭취량도 다르다. 주변의 변화에 따라 먹고 싶은 음식도 달라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그 관계를 형성할 때 나와 같은가에 중점을 두고 싶어 한다. 필요에 따라 공평과 평등의 사회적 관점을 생물학적 관점으로 해석해 스스로 분개하기도 한다.

남성을 지배하는 테스토스테론은 사냥과 같이 즉시적이고 단편적인 생각과 행동이 필요한 일에 매우 적합하다. 관계에 앞서 우선 내 편인지 아닌지를 즉각 판단한다. 전쟁과 사냥을 하는 남성에 대한 테스토스테론은 정의의 명분을 앞세워 색깔을 입히기에 좋다.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는 사고 능력이 가장 뛰어난 동물이다. 효율적인 소통 수단으로 타 개체와의 협업이 뛰어나다. 다양한 개체 중 일부는 테스토스테론의 힘으로 나만의 직관적 정의를 만들고, 이를 전파하기 위해 각 개체가 가지고 있는 다양성을 간과한다. 편 가르는 사람, 호모 디비도(Homo divido)가 돼 간다. 인간관계를 생명론으로 해석할 때 호모 디비도의 발생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개체 사고의 창의성과 다양성 또한 생명의 적응 본능이어서 호모 디비도가 유전자급원의 변화에 영향을 주지 않는 소수이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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