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21개월만에 최대폭 증가… 당국, 인터넷銀 현장점검

강우석 기자 2023. 9. 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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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5대銀, 한달새 1조5912억 늘어
‘50년 주담대’는 3조4166억 급증
연체율 등 은행권 건전성 지표 악화
‘주담대 폭증’ 인터넷은행 관리 강화
지난달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1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데다,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 대한 규제 소식이 전해지자 ‘막차 수요’가 몰린 결과로 풀이된다.

가계 빚이 급증하는 가운데 은행권 전체 연체율은 1년 전의 두 배로 치솟았다. 가계빚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금융당국은 50년 주담대 취급 한도를 줄이는 한편 올 상반기(1∼6월)에만 주담대를 5조 원 넘게 늘린 인터넷은행에 대한 현장 점검에 돌입했다.

● 가계대출 1년 9개월 만에 상승폭 최대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우리, 하나,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8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680조8120억 원으로 전월 말 대비 1조5912억 원 증가했다. 5월(1431억 원), 6월(6332억 원), 7월(9755억 원)보다 증가 폭이 커지면서 넉 달 연속으로 늘었다. 지난달 증가 규모는 2021년 11월(2조3622억 원) 이후 1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최근 가계대출이 급증한 건 50년 만기 주담대 수요가 몰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5대 은행의 50년 만기 주담대 판매액은 지난달 31일 기준 4조2823억 원으로 한 달 전에 비해 3조4166억 원 불어났다. 같은 기간 전체 주담대 잔액은 512조8875억 원에서 514조9997억 원으로 2조1122억 원 늘어났다. 50년 만기 주담대가 불티나게 팔리면서 전체 잔액도 증가했다는 얘기다.

50년 만기 주담대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건 곧 판매가 중단될 수 있다는 시그널이 대출 수요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50년 만기 주담대를 가계대출 증가의 주범으로 지목하면서 은행들은 해당 상품에 대한 판매를 잠정 중단하기 시작했다. BNK경남은행은 지난달 28일부터 판매를 잠정 중단했고 NH농협은행도 31일까지만 이 상품을 판매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 판매가 중단된다고 하자 고객들의 문의가 빗발쳤다”며 “금융당국이 더 까다로운 기준을 제시하기 전에 ‘일단 가입하고 보자’는 고객 수요가 많았다”고 말했다.

● 은행권 건전성 지표도 악화… 금융당국 고심 커져

이처럼 가계대출이 4개월 연속 가파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은행권의 건전성 지표도 악화돼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월 말 기준 5대 은행의 평균 대출 연체율은 0.31%로 한 달 전보다 0.02%포인트 높아졌다. 1년 전(0.18%)보다는 0.13%포인트 올랐다. 3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의 비율인 고정이하여신비율도 한 달 새 0.25%에서 0.29%로 0.04%포인트 상승했다. 은행권이 건전성 관리를 위해 6월 말부터 부실채권 매각에 적극 나섰지만 7월 들어 연체율이 다시 오름세에 접어든 것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의 질적 수준을 관리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우선 50년 만기 주담대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만기를 조정하는 식으로 한도를 축소하기로 했다. 금리 상승기에 취약 대출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상품이 오히려 대출 규제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당국은 50년 만기 주담대를 40년에 걸쳐 갚는 것으로 가정해 DSR을 산정하는 방식으로 대출 한도를 줄일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또 다주택자의 50년 만기 주담대 가입을 중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최근까지 주담대를 폭발적으로 늘린 인터넷은행에 대한 관리도 강화한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카카오뱅크(4∼7일)와 케이뱅크(11∼14일)에 대한 가계대출 현장 점검을 처음으로 실시한다. 두 인터넷은행의 6월 말 기준 주담대 잔액은 21조220억 원으로 작년 말 대비 5조4360억 원 늘어났다.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이 1조7408억 원 줄어든 점과 대비된다. 토스뱅크는 주담대를 취급하지 않아 이번 현장점검 대상에서 빠졌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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