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美규제 피해 유럽공략… 1296개社 ‘IFA 인해전술’
IFA 참여업체 절반이상이 中기업… 경제난-美견제 속 유럽서 돌파구
폴더블폰 등 첨단제품 대거 선보여
獨 모터쇼에도 최신 전기차 과시
부동산발 경기 침체와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미국의 집중 견제를 받고 있는 중국이 유럽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중 시장을 겨냥해 중저가 보급형 제품군에 주력해 왔던 중국이 최근 각종 유럽의 전시회에서 첨단 프리미엄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며 ‘테크 굴기’에 나서고 있다.
올해 IFA는 중국 기업들의 총출동 무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수년째 이어지는 미중 갈등으로 북미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은 대신 유럽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실제 중국 업체들은 올해 1296곳 참가하면서 독일(228곳), 한국(165곳)을 제치고 전체 2097곳 참여사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날 전시장을 찾은 국내 주요 그룹 계열사 부사장은 “사실상 올해는 ‘중국판’인 것 같다”고 말했다.
‘IAA 모빌리티 2023’ 참여 명단에도 중국 업체 40여 곳이 이름을 올렸다. 독일 이외의 해외 업체 중에서는 중국의 참여가 가장 많다. 대표적인 중국의 전기차 업체인 비야디(BYD), 상하이자동차그룹(SAIC) 소유의 MG는 유럽 최초로 자사 전기차 모델을 공개할 예정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최근 중국 전기차 기업들과 잇달아 기술 협력을 할 정도로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경쟁력이 높아졌다.
1일 입국해 IFA를 둘러본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은 “중국 업체들의 추격은 이미 오랜 시간 면밀히 지켜봐 왔다. 최근엔 기술적으로도 진일보한 측면이 있지만 국내 업계는 시장 선두주자로서 향후에도 혁신 기술을 통해 트렌드세터 입지를 굳건히 지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中 “가장 얇은 폴더블폰”… 중저가 탈피, 프리미엄 제품 쏟아내
IFA서 첨단기술 제품 무더기 선봬
세계 최대 163인치 프리미엄TV도
美시장 진출 막히자 유럽 파고들어
보급형 벗어나 삼성-LG에 도전장
1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막을 올린 유럽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IFA 2023’ 첫날 기조연설 무대에 오른 조지 자오 아너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전자를 정조준했다. 아너는 2020년 화웨이에서 분사한 중국 스마트폰 업체다. 부스는 V2를 이리저리 만져보는 관람객들로 가득했다.
한국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매직 V2의 두께가 갤럭시 Z폴드5보다 더 얇은 것은 맞지만 고객들은 사용자경험, 디스플레이, 사양 등을 고려해 제품을 선택한다”며 “두께는 고객들이 제품을 선택하는 여러 요소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 미국 견제 피해 유럽 시장 공략하는 中
글로벌 TV 시장 점유율 3위 TCL은 부스 중심에 163인치 초대형 마이크로 LED ‘더 시네마 월’ 제품을 선보이며 관람객의 시선을 이끌었다. 삼성전자가 전시한 140인치 제품을 뛰어넘는 크기로, 올해 IFA에서 가장 큰 사이즈의 마이크로 LED 제품이다. 부스 입구에는 또 다른 최신 프리미엄 기술인 퀀텀닷(QD) 미니 LED TV 제품도 전시됐다. 글로벌 4위 하이센스와 후발주자 창훙도 다양한 크기의 OLED TV를 전시하며 OLED 강자 LG전자에 도전장을 냈다.
프리미엄 제품군이 늘어나면서 글로벌 TV 운영체제(OS)를 적극 도입하거나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글로벌 1, 2위 기업인 삼성전자, LG전자와 차별화하며 중저가 보급형 제품에 주력해 왔던 중국 업체들의 프리미엄 시장 진출은 국내 업계에 위협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 알리바바, 로보락 등 혁신 기술로 무장
올해 IFA에는 중국 대형 가전 기업 외에도 현지 유통 플랫폼인 알리바바와 로봇청소기 업체 로보락, 드론 기업 DJI, ‘중국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선전 지역에서 온 IT 스타트업 45곳도 참여해 혁신 기술을 내보였다.
알리바바는 따로 블루투스 연결이 필요 없이 자체 스크린을 통해 클라우드 서비스로 사진을 전송받고 바로 출력할 수 있는 프린터를 부스 입구에 설치했다. 중국 대표 로봇청소기 업체 로보락은 물걸레 겸용 로봇청소기의 충전소에 세 칸으로 나뉜 박스를 설치한 프리미엄 제품을 선보였다. 한 칸에 깨끗한 물만 채워주면 물걸레 청소기가 알아서 걸레를 세척하고 더러운 물은 다른 칸으로 다시 빨아올린다.
중국 1위 드론전문업체 DJI도 대형 부스를 꾸려 소음을 대폭 줄인 드론 신제품 2종과 함께 교육용 로봇 등 차세대 제품들을 선보였다. IFA 현장을 찾은 한 국내 기업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전시 현장에서 삼성이나 애플 등 경쟁사를 직접 언급하며 견제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엔데믹과 내수 부진을 동시에 겪고 있는 중국이 유럽 시장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를린=곽도영 기자 now@donga.com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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