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의 China Story]미·중 强대强 규제 강화, 외국기업 탈중국 부채질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2023. 9. 4.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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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겸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정유신

올해 1~2월 리오프닝 기대로 반짝한 중국의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3월 이후론 다시 뚜렷한 감소세다. 2분기엔 49억달러(약 6조4768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87% 급감해서 25년 만에 최저치라고 한다. 직접투자는 생산거점과 설비건설이 대부분이기에 시장에선 외국 기업의 탈중국 러시가 시작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3월 주중 미국상공회의소 발표에 따르면 중국을 글로벌 투자순위 1~3위에 넣은 미국 기업은 지난해의 60%에서 40%로 격감했다. 유럽 기업도 62%에서 45%로 7년 만에 50%를 밑돌았다. 중국을 G2로 끌어올린 '세계의 공장과 무역대국' 위상에 균열이 커졌다는 평가다. 지난 7월 중국의 수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14.5%나 격감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정경분리, 경제는 경제로 풀자"며 리창 총리는 적극적이지만 외국인 투자는 왜 이렇게 냉담할까. 물론 중국의 경기둔화도 주요인 중 하나다. 상하이 도시봉쇄 등 제로 코로나 여파에다 부동산 디폴트까지 겹쳐 놀란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아버렸기 때문이다. 16~24세 청년실업률도 지난 6월 21.3%로 사상 최고치다. 중국의 경제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외국인들의 투자순위에서 밀린다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경제요인보다 '미중대결에 따른 양국의 규제 상승작용(escalation)'과 같은 '강대강 정책'이 보다 핵심요인이라는 평가다. 우선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 확산'을 꼽는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정부 때만 해도 중국산 수입품 과세와 같은 중국 기업 규제 중심이었지만 조 바이든 정부 들어와선 중국 외 기업까지 규제대상이 확대됐다. 지난 8월엔 반도체, AI(인공지능) 등 첨단기술 및 장비의 대중국 투자를 규제하는 대통령 행정명령이 나왔다. 첨단기술은 물론 제조 장비·부품도 해당하기에 앞으로 미국을 포함한 모든 외국 기업이 중국 비즈니스에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공급망 재구축도 중국 포위망 확산정책의 일환이다. 우방국과 핵심기술 및 제조공급망을 구축하려는 '프렌드 쇼어링'(friend shoring)이 본격화하면서 지난 5월엔 14개국이 참가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협정에 이어 CHIP4(미국, 일본, 한국, 대만) 동맹이라는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구축도 추진한다. 뿐만 아니라 쿼드(Quad·미국, 일본, 인도, 호주 안보체제) 오커스(AUKUS·호주, 영국, 미국 안보체제)와 같은 군사동맹도 구축하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관련국들은 미국의 촘촘한 규제망 페널티를 피하기 위해 중국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중국 정부의 미국에 대한 보복성 강경대응책도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지난 5월 중국 인프라사업자의 미국 메모리반도체 제품구매를 금지했고 7월엔 반도체 제조에 핵심 희토류인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규제를 발표했다. 특히 중국 정부의 재량적인 규제강화는 중국 내 '외국 기업의 짐싸기'를 부채질한다는 평가다. 2021년 제정된 데이터보안법과 지난 7월 개정된 간첩방지법이 대표적. 자칫 일반 기업 활동도 간첩행위로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물론 최근 중국 정부가 유화정책의 하나로 외국인 소득에 대한 비과세 혜택기한을 연장하고 미중 통상채널도 마련됐다. 하지만 첨단기술 패권전쟁이 이미 일반산업을 넘어 군사방면까지 와 있는 상태다. 돌이키긴 어렵고 잠시 시간벌기란 해석이 대다수 의견이다. 따라서 중국 경제와 밀접한 우리로선 생산기지와 수출의 다변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중국의 외국인 직접투자는 그동안 위안화 환율의 안전판 역할을 한 만큼 앞으로 위안화의 불안요소와 우리나라 금융시장 파급효과에 대한 시나리오 대응도 준비할 시점이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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