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우승까지 10년…서연정 “대회 전 우승하는 꿈을 꿨는데 예지몽 됐다”
식당 운영하는 부모님…식당 문 닫고 대회장 찾아
절친한 김해림은 시상식 끝까지 기다려 우승 축하
“‘신데렐라 등용문’…주인공 될 생각 안했다면 거짓말”
“내년에 그만두겠다 생각했지만…2승·3승하고 싶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사상 가장 오래 걸린 첫 우승이다. 서연정(28)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12회 KG 레이디스 오픈(총상금 8억원)에서 자신의 260번째 대회 만에 감격의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서연정은 3일 경기 용인시 써닝포인트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3라운드에서 최종 합계 14언더파 202타를 기록, 노승희(22)와 연장전을 벌인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연장전에서 파를 기록해 보기에 그친 노승희를 제치고 우승을 확정한 서연정은 절친한 동료 김해림(34)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현재 김해림과 같이 살고 있다는 서연정은 “10년 동안 골프 선수로 생활하면서 권태기가 오기도 했다. 그때마다 성실한 (김)해림 언니가 많이 이끌어줘서 골프를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18번홀 그린에서 서연정의 우승 순간과 시상식까지 모든 순간을 지켜본 김해림은 “260번째 대회 만에 첫 우승을 차지한 (서)연정이의 마음이 가늠도 되지 않는다”며 “이왕 이렇게 됐으니 이 기록은 아무도 깨지 않았으면 좋겠다. 연정이의 우승을 보며 저도 다시 우승할 수 있다는 위로가 됐다”고 축하를 전했다.
‘미소 천사’로 유명한 서연정은 10년 만의 생애 첫 우승에도 눈물을 한방울도 흘리지 않았다. 대신 두 팔을 활짝 벌리며 어느 때보다 환한 미소를 지었다. 딸의 시상식을 지켜보던 부모 서원규 씨(57), 김나경 씨(56)가 옷깃으로 연신 눈물을 닦았다. 어머니 김 씨가 “어쩜 저렇게 눈물을 한 방울도 안 흘리냐”고 말할 정도로 서연정은 시상식 내내 환한 미소를 보였다.
서연정의 부모는 포천에서 식당을 운영한다. 딸이 생애 첫 우승에 도전하는 이날 역시 식당을 열고 손님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일이 손에 잡힐 리가 없었다. 결국 식당 문을 닫고 대회가 열리는 용인으로 향했다. 차가 막히는 일요일 낮이어서 2시간 가까이 운전해야 했지만, 오는 내내 생중계를 보면서 가슴을 졸여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몰랐다고 한다.
“골프를 그만두겠다고 할 정도로 힘들어하던 딸이 이렇게 첫 우승을 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대견하다”고 밝힌 서연정의 부모는 “그동안 우승 경쟁을 한 적이 몇 번 있지만 그때마다 마지막 날 흔들렸는데 오늘만큼은 공격적으로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을 단단히 먹었구나’ 생각했다. 딸의 우승이 정말 기쁘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시상식을 마친 뒤 미디어센터에 들어온 서연정은 “우승자 인터뷰를 가장 해보고 싶었다”고 말하며 활짝 웃은 뒤 “부모님께 ‘우승자의 부모님’이라는 기분을 느끼게 해드리고 싶었다. 이게 가장 기쁘다”고 밝혔다.
그때부터 ‘벤틀리 소녀’로 불렸던 서연정은 “당시 홀인원보다 지금 우승이 훨씬 좋다”며 기뻐했다.
KG 레이디스 오픈은 유독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하는 챔피언이 많이 나와 ‘신데렐라 등용문’으로 불린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는 서연정은 “내가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안 했다면 거짓말이다. 그렇지만 골프가 생각대로 되는 건 아니기에 내 플레이에만 집중했고, 우승까지 차지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대회에 앞선 월요일에 꾼 우승하는 꿈은 결국 예지몽이 됐다.
서연정은 “원래 내년까지만 골프하고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승도 없고 많이 지쳤기 때문”이라고 말한 뒤 “그런데 어제 2라운드에서 9언더파를 치면서 ‘나도 우승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 어떤 대회보다 열심히 플레이했다”고 밝혔다.
주미희 (joom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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