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꾼'으로 거듭난 류현진, 땅볼 아웃 10개로 쿠어스필드서 호투
땅볼 아웃 10개-삼진 아웃 3개-뜬공 아웃 1개 기록
[마이데일리 = 심재희 기자] '투수들의 무덤'이라 불리는 쿠어스필드에서도 '코리안 몬스터'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안정된 제구를 바탕으로 4개 구종을 적절히 섞어 던지며 상대 타자들을 잘 요리했다. 홈런을 하나 맞았지만 5이닝 2실점으로 승리투수 요건까지 갖췄다. 불펜 방화로 승리를 추가하지 못했으나 여기저기서 또다시 찬사가 나오고 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류현진(36)이 또 잘 던졌다. 2일(한국 시각) 쿠어스필드에서 콜로라도 로키스를 상대해 공 76개로 5이닝을 먹어 치웠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땅볼 아웃 숫자다. 무려 10번이나 땅볼 아웃을 만들었다. 여기에는 병살타 하나도 포함됐다. 뜬공 아웃 1번에 탈삼진 3개를 곁들여 15아웃을 적어냈다.
쿠어스필드에서 투수들은 공이 뜨면 불안해진다. 타구 비거리가 다른 구장들보다 엄청 더 나오기 때문에 플라이볼은 위험하다. '쿠어스필드에서는 조금 빗맞아도 외야로 뜨면 홈런이 될 수 있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LA 다저스 시절 쿠어스필드에서 1승 4패 평균자책점 7.09로 고전했던 류현진은 4년 만의 등판에서 '땅꾼'으로 변신했다. 공 배합에 변화를 줬다. 포심패스트볼을 총 투구 수의 절반에 가까운 37개 던졌고, 커터를 17개나 뿌렸다. 커브는 12개, 체인지업은 10개 마크했다.
빅리그 복귀 후 커브로 재미를 많이 봤다. 체인지업은 여전히 결정구로 활용해 위력을 떨쳤다. 3일 콜로라도전에서는 상대 노림수를 역이용했다. 체인지업과 커브 대신 포심패스트볼보다 조금 느리지만 변화가 있는 커터를 많이 활용했다. 정타를 피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결국 능구렁이 류현진의 노림수가 적중했다. 커터를 결정구로 2개 삼진을 뽑아냈고, 커브로 하나를 더했다. 예상된 공 배합과 달리 포심패스트볼과 커터를 더 많이 활용해 땅볼로 아웃카운트 11개를 잡았다. 홈런을 맞았으나, 뜬공을 철저하게 억제하면서 장타 허용을 사전에 차단했다.
그저 놀라울 뿐이다. 메이저리그 진출 후 두 번째 수술을 받고 1년 2개월 동안 공백기를 가졌던 선수가 구속과 구위가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연속해서 호투를 펼치고 있다. 4가지 구종 간 속도 차이를 두고 완급조절을 하며, 칼날 제구로 상대 타자를 요리한다. 경기마다 공 배합을 자유자재로 바꾸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쿠어스필드에서 호투를 펼치면서 주가를 더 높였다. 토론토의 후반기 대반격 히든카드를 넘어 승리 보증수표로 자리매김했다. 실제로 최근 류현진이 등판한 6경기에서 토론토는 5번이나 이겼다. 류현진이 쾌속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류현진 2일 콜로리도전 구종별 투구 수(위), 류현진. 사진=MLB닷컴 캡처,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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