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의 매일밤 12시]왜 우리팀에 지단이 필요한가요? 영입하지 않겠습니다
[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1995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 '기적의 팀'이 등장했다. 바로 블랙번이다. 1994-95시즌. 모두의 예상을 깨고 마법과 같은 우승을 차지한 블랙번이었다.
영광의 순간도 잠시, 블랙번은 다음 시즌을 준비해야 했다. 모두가 같은 말을 한다. 정상에 올라가는 것보다 정상을 지키는 것이 더욱 힘들다고. 블랙번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정상을 지키기 위한 야심찬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우승을 끝으로 정상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한 케니 달글리시 블랙번 감독과 수석코치였다 블랙번 감독 지휘봉을 이어 받는 레이 하포드 감독. 두 사람이 머리를 맞대며 세운 핵심 프로젝트가 있다. 바로 프랑스 보르도에서 뛰고 있는 23세 미드필더를 영입하는 것.
달글리시와 하포드 감독은 그 미드필더의 가능성과 재능에 확신을 가졌다. 블랙번 전력 강화에 큰 힘이 될 것이며, 블랙번이 정상을 지키는데 핵심 역할을 해낼 것이라 믿었다. 두 감독의 눈을 빛나게 만든 미드필더는 바로 지네딘 지단이었다.
확신에 찬 두 감독은 지단 영입 절차에 들어가려 했다. 당연히 구단주의 승인이 필요하다. 당시 블랙번 구단주는 잭 워커. 지단 영입 계획을 들은 워커 구단주는 이렇게 반문했다고 한다.
"왜 우리팀에 지단이 필요한가요? 우리팀에는 팀 셔우드가 있는데!"
워커 구단주는 지단의 가치를 낮게 판단했던 것이다. 특히 그는 블랙번의 주장이자 핵심 미드필더인 셔우드의 존재감과 영향력을 너무나 맹신했다. 셔우드라는 훌륭한 미드필더가 있는 상황에서 많이 알려지지 않은 지단 영입이 필요 없다는 판단을 했다. 참고로 지단이 셔우드보다 3살 어리다.
결국 어떻게 됐을까. 모든 팀이 그렇지만 결국에 돈을 가진 구단주가 이긴다. 달글리스와 하포드 감독의 의견을 무시됐고, 블랙번은 그렇게 지단을 영입할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이후 어떻게 됐을까. 전력 보강에 소극적이었던 블랙번은 다음 시즌 7위로 추락했다. 지단은 1년 후 보르도를 떠나 이탈리아 유벤투스로 이적했다.
그다음 이야기는? 블랙번은 2부 강등과 1부 승격을 반복하면서 흔들렸다. 우승팀의 위용은 완전히 사라졌다. 현재도 블랙번은 2부리그 소속이다.
지단은? 유벤투스에서 세계 정상급 미드필더로 성장했고, 세계 최강의 팀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세계 최고 이적료를 기록하며. 또 프랑스 대표팀에서 '아트 사커'의 지휘관 역할을 담당했다. 세계 축구는 프랑스로 통했다.
지단은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우승,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 그리고 발롱도르 수상까지. 하나도 갖기 힘들다는 이 3개를 모두 가진, 세계 축구 역사에 존재하는 9명 안에 포함됐다. 세계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미드필더로 지금까지 추앙받고 있다.
셔우드는 당시 상황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달글리시와 하포드 감독은 지단과 계약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워커 구단주는 셔우드가 있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하하. 나는 그 방법을 좋아하지 않았다. 정말 좋은 계약을 할 수 있었는데,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EPL 챔피언은 지단을 영입할 기회가 있을 때, 확실히 영입을 했어야 했다."
[최용재의 매일밤 12시]는 깊은 밤, 잠 못 이루는 축구 팬들을 위해 준비한 잔잔한 칼럼입니다. 머리 아프고, 복잡하고, 진지한 내용은 없습니다. 가볍거나, 웃기거나, 감동적이거나, 때로는 정말 아무 의미 없는 잡담까지, 자기 전 편안하게 시간 때울 수 있는 축구 이야기입니다. 매일밤 12시에 찾아갑니다.
[지네딘 지단, 팀 셔우드.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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