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전 대통령과 캠프 데이비드 회담[안호영의 실사구시]
편집자주
국제시스템이 새로운 긴장에 직면한 이 시기 우리 외교의 올바른 좌표 설정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40년간 현장을 지킨 외교전략가의 '실사구시' 시각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이 전 대통령의 70년 전 염원 이뤄낸 회담
안보·경제 발전에서 든든한 버팀목 기대
‘합의 이행’ 위한 정상회의 정례화도 성과
“이 조약으로 우리 후손들은 많은 혜택을 볼 것이다.” 1953년 8월 8일 한·미 상호 방위조약이 가조인(假調印)되던 날 이승만 대통령이 했다는 염원이다. 이는 현실이 돼 우리나라의 산업화, 민주화, 세계화로 이어졌다. 필자는 지난 8월 18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이뤄진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지켜보면서 정확히 70년 전 이 대통령의 염원을 상기했다. 여러 이유가 있다.
첫째, 캠프 데이비드에서 이루어진 3국 간 파트너십의 출범으로 우리 안보에 많은 혜택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안보 환경은 녹록지 않다. 북한은 남한 전역의 타격을 목적으로 하는 전술핵무기를 본격적으로 개발하고, 이를 선제 사용하겠다며 법령을 제정했고, 전담 사령부까지 창설하여 훈련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적으로도 지난 70년간 우리나라 발전의 기초가 됐던 자유민주주의 국제 질서가 큰 도전을 받고 있다. '역사적 기로'에 서 있다는 캠프 데이비드 공동 성명의 표현이 과장이 아니다. 특히 동북아는 세계에서 재래식 군사력이 가장 강력한 국가 6개국 중 5개국, 그리고 핵무장한 북한이 대립하고 있어 국제적으로 가장 긴장이 높은 지역이다.
이러한 현실적인 안보 여건 때문에 미국은 우리나라, 일본, 호주와 맺고 있는 양자 안보 동맹에 더하여 '쿼드' '오커스' 등 안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소 지역주의 협력을 시도해 왔다. 한·미·일은 재래식 군사력이 가장 강력한 국가 6개국 중 3개국이다. 따라서 한·미·일 3국 간 파트너십의 출범은 우리 안보에 든든한 버팀목으로 작동할 것이다.
둘째, 파트너십의 출범은 우리 경제에도 많은 혜택을 줄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는 대외 의존도가 매우 높은 구조를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급격한 글로벌 경제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는 수단들을 충분히 강구해야 한다. 미·중 관계의 긴장,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코비드, 과다한 재정 지출과 인플레로 글로벌 경제 환경이 심각하게 악화됐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우리나라 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이유의 하나로 이것을 지목한다.
3국 정상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많은 방안에 합의하였다. 그 좋은 예가 공급망 조기 경보시스템 시범 사업이다.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니켈, 코발트, 리튬 등 중요 광물 가격이 지난 수년간 몇 배에서 몇십 배씩 폭등했다. 세계 경제 1위와 3위인 미국, 일본과 공급망 조기 경보시스템을 운영하기로 한 것은 그런 측면에서 큰 기대를 갖게 한다.
또 하나의 좋은 예가 과학·기술 협력을 위한 많은 합의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우리 경제가 활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반도체, 배터리, 전자통신 분야에서 이룬 세계적 경쟁력 덕분이었다. 미래에도 성장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 분야에서 경쟁력을 계속 확보해야 한다. 이는 우리 경제의 사활이 걸린 문제이다.
3국 정상은 인공지능, 양자 컴퓨팅, 바이오, 차세대 정보통신, 우주, 청정에너지 등을 협력강화 분야로 지목하고, 이 분야에서 공동 연구·개발을 확대할뿐더러, 이렇게 개발된 기술의 표준 마련에도 협력하기로 하였다. 기술 표준을 선점하는 것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미·일 3국 정상은 광범위한 범주의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 정상회의 정례화와 함께, 관련 각료급 인사들이 매년 만나 3국 간 협력 방안을 조율해 나가기로 했다.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 말미에 언급한 대로 3국 협력이 “더 평화롭고 번영하는 세계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든든한 토대가 될 것”을 염원한다.
안호영 전 주미대사·경남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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