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유족은 재판이 끝나도 회복을 못했다…“사형을 원했던 건데” [미드나잇 이슈]
최근 극악한 흉악범죄가 연이어 발생하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사형 집행시설을 점검하라”는 지시를 내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형 집행에 대한 찬반이 뜨겁다. 사형제 존치를 찬성하는 여론이 상당하지만 법조계에선 사형제 폐지 이후의 대책을 언급하는 상황이다. 사형제에 대한 여러 의견과 대안이 한꺼번에 제시된 터라 혼란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그 와중에 주목할 만한 논문은 살인범죄 가해자 형량이 피해자 유족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보고서다. 피해자 유족은 범죄로 희생된 이를 가슴에 묻고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 대다수 유족은 가해자에게 사형이 선고되지 않은 경우 ‘종결감’을 느끼지 못한 채 삶을 이어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살인범죄 피해자 유족의 심리상태를 이야기할 때 학계에선 ‘종결감’이라는 단어를 쓴다. 사건으로 감정적·정신적 피해를 입은 이들이 정당한 복수를 경험해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면 이를 종결로 보는데, 이는 보통 법원 선고를 통해 이뤄진다.
연구진은 2001년부터 2015년까지 발생한 살인사건 피해자 가족이나 지인 13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 사건 △군대 내 총기 사망 사건 △청부살인 사건 △스토킹 살인 사건 등 사건은 다양했다. 이중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된 건은 1건이었다. 나머지는 무기징역이나 유기형이 선고됐다.
13명의 피해자 유족 중 ‘선고 이후 종결감을 느끼느냐’는 질문에 2명만 ‘완만한 수준의 종결감’을 언급했다. 이중 1명은 가해자가 사형 선고를 받은 사건의 유족이었다. 그는 “아, 그때는 당연히 그래야지. 그 대법원 판결이 끝날 때도 당연히 그래야지 (생각했다)”고 했다.
종결감을 느끼지 못한 유족들은 가해자에 대한 복수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 유족은 “내 가족을… 사랑하는 사람을 죽였는데, 걔는 멀쩡히 살아있고, 나라에서 세금 걷은 걸로 약 먹이고, 밥 먹여주고 기분이 어떠시겠어요? 그냥 똑같이 해주고 싶죠. 지금도 당연하죠”라고 말했다. 다른 유족 역시 “직접 잡아서 정말 처참하게 죽이고 싶다라는…. 이놈들한테 복수하고 싶다 이런.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가 형님한테 자책감을 견딜 수가 없었어요”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복수심이나 선고에 대한 불만족은 사법 정의의 실현과 관련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었다”고도 분석했다.
피해자 유족 13명 중 10명은 사형제 존치를 지지했다. 이들 중 다수는 사형이 실제 집행되지 않더라도 사형이 선고되기를 기대하는 경향을 보였다. 한 유족은 “저는 만족 못하죠. 저는 사형을 원했던 건데…. 저는 아주 저 탄원서도 대법원까지도 계속 탄원서를 넣었어요”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사형을 집행하지 않더라도 사형을 선고한 것만으로도 유족에게 사건이 ‘끝났다’라는 생각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며 “사건의 선고 이후에도 사법정의가 실현됐다고 믿고 있는 유족은 피고인이 사형 선고를 받은 사건의 유족을 포함해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진은 “이 연구의 주요 목적은 사형 선고가 유족에게 종결감을 가져다줄 수 있는가였는데, 그에 대한 답은 ‘잠정적으로 그럴 수 있을 것’”이라며 “단, 사형 선고를 받은 사건의 유족이 1명이라는 점에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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