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층시사국] 조현병, 혐오가 답인가
[9층시사국 30회 II] 조현병, 혐오가 답인가
[프롤로그]
KBS뉴스 (8월 19일)
"대낮에 서울 지하철 2호선 안에서 50대 남성이 날카로운 도구를 휘둘러…"
KBS뉴스(8월 28일)
"지난 주말, 서울의 한 주택가에서 흉기를 든 30대 남성이 경찰과 두 시간 넘게 대치하다…"
불과 한 달 사이 잇따른 흉기 난동, 화살은 ‘정신질환’으로 쏠렸습니다.
KBS뉴스(8월 5일) <범행 하루 전에도 서현역 갔다…“누군가 날 스토킹”>
"3년 전엔 '조현성 인격장애' 진단을 받았는데…"
KBS뉴스 (8월 7일) <치료 방치하면 비극 반복…대책은?>
"공통점은 정신질환 치료를 받다가 중단했다는 겁니다."
4년 전, 2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안인득 사건.
당시 정신질환자 관리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KBS뉴스(2019년 8월 5일)
"당시 왜 안인득을 강제입원 시키지 않았냐며 제도적인 문제가 지적됐습니다."
이번에도 상황은 비슷하게 흘러갑니다.
KBS뉴스(8월 23일)
"법관 판단으로 입원이 가능한 '사법입원제'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위태로운 정신질환자들을 사회로부터 떨어뜨려만 놓으면 우리는 안전해질까요?
INT 백종우/대한신경정신의학회 법제사회특별위원장
“(정신질환자들이) 더 숨게 되고 ‘격리시켜야 한다’, 그러면 병원도 더 덜 찾게 되고요.”
INT 조현병 당사자 직장 동료
“(정신질환자에 대한) 인식 자체가 너무 기울어진 운동장이 돼 버렸거든요.”
[VCR]
서울의 한 조용한 주택가에서 1년째 자취를 하는 33살 이요셉 씨. 동네에서 장 보는 게 특별한 즐거움입니다.
EFF (장보고 걷는 이요셉, 기자)
차주하 / 9층시사국 기자
"원래 이렇게 종종 시장 와서 한 번씩 장 보세요?"
INT 이요셉(가명)/33살, 자취생
"그렇죠. 요즘에는 많이 못 했는데 예전에는 진짜 많이 했던 것 같아요.요리할 때는 좋은데 설거지할 때가 설거지 엄청 쌓아놓고."
기자: "하하. 그렇죠. 요리할 때는 좋은데"
INT 이요셉(가명)/33살, 자취생
"요리할 때는 재밌어요. 요리가 재밌더라고요. (기자: 요리를 잘하시나 봐요.) 아뇨, 그냥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는 재밌더라고요."
룸메이트와 집안일을 분담하고 함께 저녁도 먹는 요셉 씨.
불과 7~8년 전만 해도 이렇게 자립할 수 있을 거라곤 생각지 못했습니다.
조현병이라는, 믿기 어려운 진단을 받았었기 때문입니다.
INT 이요셉(가명)/33살, 조현병 당사자
"한 20대 중반쯤이었을 거예요. 그 전날의 어떤 행동들 때문에 뭔가 그게 있었어요. 뭔가 망상 같은 그런 게 아직 그때 있었어서 '입원하셔야 합니다.' 이렇게 들었고 입원하고 나서 조현병 얘기를 들었죠."
(기자: 어떤 망상이 있었어요?)
"병원인데 여기가 무슨… 병원인데 내가 그냥 치료를 위해서 회복을 위해서 가는 길인데 그게 아니라 뭔가 위험해지는 길일 것 같은 그런 느낌이 좀 들었던 적이… 한마디로 불안했었죠."
고등학생 무렵부터 스트레스가 심하면 환청이 들렸지만, 큰 문제로 여기진 않았습니다.
INT 이요셉(가명)/33살, 조현병 당사자
"약간 그런 거예요. 드라마에 보면 입은 가만히 있는데 독백 같은 거 하잖아요. 약간 그런 거라서 나도 약간 저런 거 아닐까, 그렇게 생각했죠."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증상이 나빠졌습니다.
INT 이요셉(가명)/33살, 조현병 당사자
"군대에서의 스트레스라든지 아니면 복학해서 사회생활을 앞으로 해나가야 하는데 누구한테 물어봤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 것들을 머릿속으로 정리가 안 돼서 그런 건지…. 그랬을 때 (증상이) 좀 나타난 거였습니다."
조현병 진단을 받은 이후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았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INT 이요셉(가명)/33살, 조현병 당사자
"침이 갑자기 계속 나온다든가 멈추지 않는다든가 그런 것 때문에 한 번 입원했고 아마 제 기억으로는 의사 선생님 권유로 한 번 입원했고 세 번 정도 입원했고"
더디지만 주위의 도움 속에 증상이 점차 나아졌고, 지금은 관리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자치단체의 주거 지원을 받아 지금의 집에서 2년 동안 자립도 해 볼 수 있게 됐고, 어려움이 있을 때면 담당 사회복지사와 수시로 상의하며 조금씩 홀로서기를 하고 있습니다.
INT 이요셉(가명)/33살, 조현병 당사자
"발병 당시부터 지금까지 이렇게 그래프로 놓고 보면 조금씩 조금씩 천천히 되게 좋아지고 있고 병원에 가서 의사 선생님이랑 간단하게 상담 그런 얘기들을 하고 주사 맞고 약 타고 그렇게 (관리)하고 있죠."
자취에 이어, 요셉 씨는 최근 새로운 도전에 나섰습니다.
EFF "안녕하십니까, 힐링카페입니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서 정신병원의 직업 재활 카페에 취업한 겁니다.
INT 이요셉(가명)/33살, 조현병 당사자
"백수처럼 지내면 집에 그냥 종일 누워 있거나 그런 것들이 되게 힘들거든요. 좀 더 안정적인 직장, 부모님께 손을 안 벌리고 경제적 자립 같은 거를 해야 저의 자립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 같아서 더 진취적으로 나아가고 싶은 마음이 더 있죠."
[스튜디오]
남현종 / 9층시사국 MC
자취하는 보통의 청년들과 크게 다른 점은 없어 보였습니다. 특히 뉴스에서 봤던 각종 사건 사고를 일으켰던 조현병 환자의 모습과는 상당히 달라 보였어요.
차주하 / 9층시사국 기자
아무래도 주변에서 조현병 당사자들과 교류하거나 소통할 일이 드물다 보니까요. 이 병을 위험한 병이다,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꾸준히 병원에 다니고 약을 먹으면서 증상을 관리하면 얼마든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고요. 또 저희가 봤던 요셉 씨의 사례처럼 사회생활도 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조혜진 / 9층시사국 기자
저도 취재 과정에서 전문가들 얘기를 들어보면 이 조현병이 그렇게 희귀한 질환은 아닌 것 같아요.
차주하 / 9층시사국 기자
맞습니다. 조현병은 일종의 뇌 질환인데요. 유병률이 1%거든요. 그러니까 100명 중 1명이 걸릴 수 있는 병이란 겁니다.
남현종 / 9층시사국 MC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원종의 뒤를 이어서 최근 일어났던 여러 가지 무차별 흉기 난동의 피의자들을 살펴보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상당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일반 대중들의 인식 속에서는 ‘그래도 조현병이 좀 위험한 병이 아닌가?’ 생각이 안 들 수가 없습니다.
차주하 / 9층시사국 기자
일단 최원종의 경우는 조현병이 아니라 조현성 인격장애 진단을 받았다가 치료를 3년 동안 중단한 거로 알려졌고요. 그리고 다른 난동 피의자들도 치료를 중단한 경우들이었습니다.
4년 전에 안인득 사건 때처럼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방치된 정신질환자들이 여전히 많다는 거니까요. 이런 것에 대해서는 불안을 느끼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조현병 자체가 이런 공격성을 갖는다고 단정 지으면 굉장히 위험하거든요. 왜 그런지 설명 들어보시죠.
INT 백종우/대한신경정신의학회 법제사회특별위원장
"조현병이나 중증 정신질환이 일반인보다 범죄율이 낮다는 건 잘 알려져 있고, 집안에만 고립되고 괴로워하고 이런 경우가 가장 많고요. 이런 사고가 일어나면 무고한 시민이 다치다 보니까 많은 분이 분노하실 수 있습니다. 그 (비난의) 방향이 조현병이나 중증 정신질환으로 가면 안 그래도 이분들이 더 숨게 되고, 그러다 보면 오히려 사고가 느는 악순환으로 갈 수 있거든요."
차주하/9층시사국 기자
그런데 최근에 보면 '정신질환은 위험하다.', 이런 인식이 점점 커지고 있거든요. 이런 인식들이 결국에 조현병 당사자들을 더욱 위축시켜서 사태 극복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 조현병 당사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봤습니다.
■ 잇따른 흉기 난동 사건 속 커지는 '정신질환 혐오' 정서 …조현병 당사자들의 생각은?
[VCR]
매주 금요일, 요셉 씨는 조현병을 관리하며 살아가는 당사자 모임에 참석합니다.
이날은 사회생활을 하며 자립한 12명이 모여 좌담회를 열었습니다.
최근 잇따라 벌어진 강력 사건들을 보며 이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권순택/조현병 당사자
"오늘 아침에도 출근하는데 방송에서 중증 정신장애인에 관한 칼부림 내용이 방송되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이렇게 사고가 단편적으로 났을 때 그럴 때만 이렇게 (정신질환에 대한 관심이) 확산해서…."
가해자가 조현병 환자라는 사실이 강조되면서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을까, 두렵다고 합니다.
원세희/조현병 당사자
"(밖에) 나가는 게 두렵다고 했잖아요. (피해를) 당할까 봐 두려운 것도 있지만 다른 사람 시선이 두려워서 숨게 되는 경우도 오히려 있는 것 같아요. 저의 경우는 그랬던 기억이 있어서. (의사: 그래요?) 네. 인터넷에 보이잖아요. (정신질환에 대한) 혐오적인 게 막 올라오니까 그리고 이미 경험했던 게 있으니까."
잘 관리하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무슨 죄인가 싶습니다.
성준희/조현병 당사자
"그런데 왜 (정신)장애인들한테 그거를 다 뒤집어씌운다는 느낌이 들어서 저는 아주 화가 났어요."
이들은 빨리 치료받아야 할 사람들마저 사회적 시선이 두려워 병원에 가지 않고 숨을까,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박환갑/조현병 당사자단체 ‘파도손’ 사무국장
"고립된 젊은 친구들, 저희한테 (찾아)와도 이야기하거나 이러는 게 어렵다고요, 젊은 친구들이. 그런데 이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더 그러면 더 병원에 가기를 꺼리게 돼요. 더 무서워하고."
이도현/조울증 당사자
"상처받은 마음에 대해서는 그런 상황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요, 사회가."
■ 4년 전 안인득 사건으로 정신질환 사각지대 드러났지만, 여전히 제자리…해법은?
[스튜디오]
남현종/9층시사국 MC
그런데 4년 전 안인득 사건 때도 비슷한 문제들이 제기됐었잖아요. 그때 이런저런 대책들이 나왔던 걸로 기억하고 있는데 진전이 없었던 겁니까?
차주하/9층시사국 기자
전체 구조적으로 봤을 때는 큰 진전을 이루지는 못했습니다. 게다가 안인득 사건 이듬해에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됐고요. 또 병원 출입 등이 통제되면서 조현병 치료와 재활 체계는 오히려 어려워졌다고 하는데요. 현장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INT 윤철호/서울 A 병원 정신건강복지과장
"저희도 낮 병동 (재활프로그램)을 한 2년 정도는 운영을 멈춰서 운영했던 기억도 있고요. 치료가 중단되거나 약물 치료가 잘 유지가 되지 않거나 이런 과정들 속에 재발하거나 증상이 안 좋아지시는 경우들이 많았고요."
남현종/9층시사국 MC
그러면 코로나19가 끝난 지금은 상황이 좀 나아졌습니까?
차주하/9층시사국 기자
기본적으로 인프라가 여전히 열악합니다. 정신의료기관조차 없는 기초자치단체가 전국적으로 30여 곳입니다. 또 격리 치료도 필요하지만, 중증에서 벗어나면 재활을 돕는 프로그램이나 시설도 필요한데요. 이런 재활시설이 없는 지역은 100곳이 넘습니다.
남현종/9층시사국 MC
정부가 최근에 사법입원제를 검토한다고 했습니다. 이건 도움이 될까요?
차주하/9층시사국 기자
사법입원제는 치료를 중단해서 자타해 위험이 큰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해서 진단과 치료 또 입원 명령을 법관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건데요.
하지만 증상이 악화해서 이렇게 강제 입원해야 하는 단계에 이르기 전에 미리 병을 발견해서 회복을 돕고 또 자립에 이르게 하는 이런 근본 해법이 필요한데요.
문제는 시설이나 인력 같은 이런 인프라가 여전히 부족한데다 근본적인 인식 개선에는 도움이 안 되니까 충분히 치료하고 관리할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는 겁니다.
■ 열악한 현실 속에도 스스로 극복하려 애쓰지만…현실의 한계에 부딪히는 조현병 당사자들
경남 창원에 사는 38살 주상은 씨는 자취하면서도 아침을 거르지 않습니다.
주상은/38살, 조현병 당사자
"달걀이, 원래 생달걀이 있어야 하는데 어머니가 삶은 달걀을 계속 주시더라고요."
매 끼니를 챙기는 이유, 하루 세 차례씩 빼먹지 않고 약을 먹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약을 챙겨 먹은 지 10년이 넘었습니다.
주상은/38살, 조현병 당사자
"많아요. 이렇게 많아. 저녁에 6알 있고요, 아침에 3알, 점심에 1알."
이제는 사정을 잘 아는 직장 동료가 같이 챙겨줍니다.
EFF 골목 함께 걷는 두 사람
주상은 "날씨가 이제 선선하다."
이다운 "아침만 그래요."
주상은 "맞지? 낮에 너무 덥기는 하더라."
사실은 다운 씨도 조현병이 있는 당사자입니다.
EFF 버스정류장에 앉은 두 사람
주상은 "급성 증상 오고 나서 불안이 많이 오니까"
이다운: "응."
주상은 "그런 부분에서 힘든데 그래도 약을 먹고 이렇게 생활하다 보니까 그런 것도 가능한 거지."
이들은 조현병 당사자들을 돕는 자립센터에서 자원봉사하고 있습니다.
주상은/38살, 조현병 당사자
(기자: 일하신 지 얼마나 되셨어요?)
"지금 일한 지 한 2년, 3년 된 것 같은데요."
타로카드를 통해 스스로 심리 상태를 돌아보는 시간.
상은 씨가 직접 기획한 프로그램입니다.
강사 "컵 3번 카드. 선생님, 오늘 어떠세요? 느낌, 느낌."
이창관/조현병 당사자: "오늘 4시 반에 일어났거든요. (강사: 와!) 오늘 굉장히 기분이 좋을 것 같았어요."
재활이 필요해도 도움받을 곳을 찾기 어려운 현실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INT 주상은/38살, 조현병 당사자
"(재활이나 도움받을) 정보라는 게 어디에서 말해주는 것도 아니고 찾아보는데 모르거든요. 그런 걸 찾기가 어려워요. 저도 몰랐었고. 정보 전달이 병원에서 퇴원하게 되면 (정신건강) 복지센터를 연계해서 지원해야 하는데 그런 건 없어요. 그냥 환자들 약 처방하고 관리만 하는 거지, 자립 (지원)에 대한 생각은 전혀 없는 거죠, 정신장애인에 대해서는."
이렇게 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주상은/38살, 조현병 당사자
"고(등학교 1학년) 1학기 지나고 2학기부터인가 그때 발병이 나서 약간 시선 불안증이 있었어요.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그대로 유지했죠."
(기자: 고등학교 때는 조현병인지 몰랐어요?)
"몰랐죠. 정확하게 몰랐었죠. 제가 (가족한테) 얘기도 안 했고. 그러다가 (대학가고) 2004년도에 제가 펑펑 울고 하니까 (부모님이) 병원 가보자 해서 약을 먹었는데…."
폐쇄병동 입원과 퇴원만 반복하길 여러 번…
"20살부터 26살까지 그냥 집에만 있었죠. 정말 힘들었죠. 그때 생각하면 불안이 오면 약을 먹잖아요. 흐리멍텅해서 앞이 막 가려 있는 것처럼 생각이 순환이 안 되는 거죠. 대답도 잘 안 나왔어요, 그때."
그런데 복용 약을 바꾸자 다행히 부작용이 줄었습니다.
주상은/38살, 조현병 당사자
"한 30대 초반이었을 거예요. 2018년 그때 입원했을 때 약을 바꾸니까 운동이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나도 할 수 있겠구나, 되네. 원외 작업장 나와서 일도 해보고 하니까 되네.’ 이런 게 하나하나씩 쌓이다 보니 저 자신을 믿게 되고."
증상이 나아지자 사회 활동을 할 용기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지는 못했습니다.
조현병 당사자들이 더 빨리 치료받고 사회로 나갈 수 있도록 경남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이 역시 보수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일자리는 아니었습니다.
주상은/38살, 조현병 당사자
"처음에 1~2년은 너무 좋았던 거 같아요. (조현병) 당사자들 만나고 활동하고 서로 의지하고. 햇수가 넘어가면 사람이 일하다 보면 보수 없이 일하는 게 정말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었고 제가 또 급성 증상이 최근에 와서…."
스스로 다잡으며 위기를 이겨내고 있지만, 조금 더 일찍 제대로 된 치료와 재활을 받을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밀려옵니다.
주상은/38살, 조현병 당사자
"지금 이 시기가 20대 초반이나 그렇게 됐으면 얼마나 좋을까…. (치료와 재활) 그런 것들을 미리 알았더라면 좀 더 나에게 의미를 부여하고 좀 더 잘할 수 있었지 않을까…."
[에필로그]
어느 날 갑자기 악마의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조현병은 대부분 하루아침에 심해지지 않습니다.
INT 김성수/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조현병은) 대개 몇 달에서 몇 년에 걸쳐서 서서히 진행되거든요. 적절한 조력이나 치료가 없이 세월을 보내게 되면 그게 응급으로 진행되는 거예요."
병세 악화를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 조현병은 ‘12주’입니다.
발병한 지 석 달 안에 첫 치료를 시작하면 관리가 가능하단 얘깁니다.
INT 김성수/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조현병) 증상이 생기고 나서 첫 치료를 할 때까지의 기간, 이게 짧으면 짧을수록 병의 경과는 굉장히 좋아지는데…. 우리나라는 한 14개월 정도 되는 거 같아요. 위기 단계에서 응급까지 가는 동안에 적절하게 치료로 초청하는 쪽의 정책은 별로 없었던 것 같고."
또 다른 비극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건, 당사자들만의 노력으론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INT 백종우/대한신경정신의학회 법제사회특별위원장
"중증 정신질환에 관한 일은 남의 일 같지만, 국민의 1%는 조현병. 2%는 조울증, 누구든 경험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똑같은 질환이 있어도 주민들과 어울려서 살 수 있는 나라가 될 수도 있는 거고. 그 차이는 조현병이나 중증 정신질환 자체가 아니라 그걸 둘러싼 시스템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외부촬영 : 조선기 설태훈 이수민
영상편집:손보라
CG : 정예나
리서처: 김경찬
AD: 정현주 유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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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주하 기자 (chas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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