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층시사국] 최원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9층시사국 30회 I]최원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도대체 왜 그랬을까?
1달이 지났지만 우리는 아직 알지 못합니다.
최원종은 알 듯 모를 듯 아리송한 말들만 남겼습니다.
[최원종/‘분당 흉기 난동’ 피고인]
“너무 괴로워가지고 제 집 주변에 조직 스토킹 스토커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알고 봤더니, 최원종은 할 말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9층시사국은 최원종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게시물 6천여 건을 확보했습니다.
그 중엔 이런 대목도 있었습니다.
‘나를 악마로 만들지 마라’
최원종은 자신이 변해가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었습니다.
지난 2017년, 최원종은 고등학교 1학년을 중퇴합니다.
그리고 1년쯤 뒤, 고등학교 2학년 나이에 디씨인사이드 프로그래밍 갤러리에 둥지를 틉니다.
'대인기피증은 병이 아님’
스스로 대인기피증이 있다고 말하는 최원종...
'친구 한 명도 없는 본인 유일하게 외로움 달래는 곳'
9층시사국은 6천 건이 넘는 최원종 게시물을 확보했습니다.
5년 남짓한 기간 동안 하루에 수십 건씩 올리기도 했습니다.
시시콜콜한 일상까지 기록된, 거의 일기장 같은 게시물들입니다.
[정한진 / KBS공영미디어연구소 연구원]
“온라인상에서 자기가 원하는 부분들, 혹은 자기를 알리고자 하는 욕구 때문에 이 게시판에 적극적으로 활동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전체적으로 남긴 글의 숫자를 보면 적지 않은 숫자이고, 상당히 많은 글을 남겨놓고 있습니다. 소통의 욕구를 보여줬다고 할까요.”
이 당시 관심사는 수학이었습니다.
중학교 시절, 수학 올림피아드에 입상했지만 특목고에 진학하지는 못했던 최원종.
‘수학의신이 되고싶다’
‘세계적 천재스타가되는게인생목표’
수학으로 큰 성공을 거두는 걸 인생의 목표로 세웁니다.
[배상훈 / 범죄분석전문가]
“남들이 못하는 거에 대한 우월감 같은 걸 표출하면서 과목도 '이거 해야지, 이걸 하면 남들이 뭐 하겠지' 하는 내용이 거기 다 있지 않습니까?”
‘필즈상 수상하고싶다’ '7대 난제 해결하고 필즈상 수상해야지'
젊은 수학자들의 노벨상이라는 필즈상을 자주 언급했습니다.
[정한진 / KBS공영미디어연구소 연구원]
“수학에 대한 애정과 집착이라고 해야 되나요, 그런 것들이 직접적으로 나타나죠. 왜냐하면 매번 글을 적을 때마다 닉네임은 계속 들어가는 부분이거든요. 내가 강조하는 핵심적인 내용이기 때문에 얼마만큼 수학에 대한 애정과 집착을 하고 있는지 그런 부분들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사항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희화화하는 이미지들을 자주 올립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특히 집착하는 모습입니다.
‘수학자노무현 천재인 듯’
고졸 학력으로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대통령에까지 오른 노무현,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검정고시로 고졸이 된 최원종, 두 사람은 ‘고졸’이라는 공통점으로 어색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정한진 / KBS공영미디어연구소 연구원]
“고졸 출신으로서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을 찾다 보니 그런 사람들 중에 대표적인 인물이 노무현 대통령이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이라는 이름을 자기의 닉네임에 많이 활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프로그래밍에 수학이 필요 없다는 건 수학에 대한 이해도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수학 실력을 키워 세상이 놀랄만한 게임 프로그램을 만들고, ‘떼돈’을 벌어 ‘떼부자’가 되겠다는 글을 올립니다.
'뭘 공부해야 제2의 일론 머스크가 될 수 있지'
개발자들의 롤모델, 일론 머스크가 자주 등장합니다.
'일론 머스크 같은 개발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되냐'
'결국 주입식 교육 받은 학벌주의의 노예들은 내 밑에서 일하게 되어있다'
'취업은 노예들이나 하는 것이다'
명문대 출신 고액연봉자들을 ‘노예’라고 부르며 조롱하는 건 최원종만의 놀이였습니다.
[정한진 / KBS공영미디어연구소 연구원]
“대기업의 일자리 자체가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에 그 양질의 일자리를 내가 가질 수 없기 때문에 명문대를 나온 친구들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들 그런 글들도 내가 가지 못하는 직장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반대로 부각하면서 내가 오히려 더 똑똑하다거나 더 뛰어나다는 점을 부각하고자 하는….”
'서울대갈까'
'서울대 합격하면 창업동아리 들어가야지'
그러나 가끔씩은 서울대에 가고 싶다는, 복잡한 심경을 드러냅니다.
‘하루에 프로그래밍만 14시간한다 ㅋㅋ’
게임 개발에 나선 최원종.
‘로빈후드 오늘새벽5시반에런칭’
‘내로빈후드 갑자기 대박나는거아녀?’
닉네임을 ‘개발자 노무현’으로 바꾸고 게임 몇 개를 만들어 공개했습니다.
‘로빈후드 다운자수 46명돌파’
그러나 반응은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죽고 싶다’
‘정신은 죽고 싶은데 몸이거부해’
고등학교 중퇴 2년여만에 또다시 찾아온 좌절, 자살을 암시하는 말들이 늘어납니다.
범죄심리학자들이 위험징후로 지적하는 지점들입니다.
[하라다 다카유키/ 츠쿠바 대학 심리학과]
“자신의 삶은 이렇게 시시한데 주위 사람들이 즐거워하면 질투를 하게 되고 그 적대감이 밖으로 향하면 범죄가 되는 거예요. 안타깝게도 한국이나 일본은 자살이 많습니다. 고립된 사람들의 공격성은 스스로를 향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외부를 향하게 됩니다. 이런 종류의 사건은 공격성의 방향만 다를 뿐이지 범죄자의 공통된 심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유학이나가야겠다.’
‘군대가서 편입준비나해야지’
이곳저곳 탈출구를 모색합니다.
탈출구가 보이지 않자 이런 글들을 연속으로 올립니다.
‘압도적인 힘을갖고싶다’
한동안 게시물을 올리지 않다가 두 달 뒤, 새로운 닉네임으로 돌아옵니다.
‘지배자 노무현’, 범죄심리학자들은 이 지점에 주목합니다.
[배상훈 / 범죄분석전문가]
“초기는 웹 개발자의 모드입니다. 그런데 이제 스스로 자기가 아이디(닉네임)를 바꾸고, 그리고 개념, 자기 자신에 대한 규정이 바뀌어요. 시기적으로 몇 월 (2019년) 7월이라든가 몇몇 시기를 보면 그게 계기가 되는 겁니다. 그러니까 개발자 모드에서 일종의 투사 모드, 바뀌게 되는 이런 것들이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나죠.”
이 무렵 ‘노가다’, 즉 ‘막노동’이란 단어가 갑자기 늘어납니다.
건설 막노동, 택배 상차 아르바이트에 뛰어든 시깁니다.
‘고졸 천재사업가’를 꿈꾸던 최원종, 이제는 자신을 ‘고졸 막노동꾼’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ㅈㅅ 엘론머스크랑 저녁식사하다왔음’
점점 현실과 멀어지면서 공상이나 망상에 가까워집니다.
[배상훈 / 범죄분석전문가]
“처음에 자기가 공부를 해야한다고 어떤 학문적인 거, 사실은 그게 굉장히 현실적인 거예요. 자기가 실현 가능한 곳으로 갔다가 해보니까 잘 안돼요. 그러니까 거기서 공상으로, 약간의 망상이 좀 연결되는 거죠. 그러니까 이전에 있었던 것은 현실에 가까웠는데 이제는 좀 더 공상에 가까운 것을 거치다가 지금의 모습이 된, 그러니까 3단계 정도의 일종의 탈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탈피’, 최원종 스스로 느끼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2020년 2월 어느 날, 저녁 8시 38분, 최원종은 이런 글을 남깁니다.
'오늘만난 급식 학식충들'
고등학생은 학교급식이나 먹는 ‘급식충’, 대학생은 대학 구내식당에서 밥이나 축내는 ‘학식충’이라고 깎아내립니다.
그러고 나서 1분 뒤, ‘악마’란 단어를 꺼냅니다.
'나를 악마로 만들지마라'
그리고 2분 뒤, 자신을 진정시키는 말을 남깁니다.
'근데 난 고등학교때 자퇴하길 잘했어'
겨우겨우 마음을 추스렸지만, 언제 터져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상탭니다.
[배상훈 / 범죄분석전문가]
“거기는 위험하죠. 왜냐하면 현실적으로 무엇인가 자기 스스로 뭔가 해보겠다고 하는 상태로 가고, 굉장히 극단적인 형태로 변했다는 거를 얘기하고 그때 나오는 내용도 굉장히 반사회적인 내용들이 많이 있죠. 그때쯤 됐을 때는 사실 위험성은 90% 이상 높아졌다고 볼 수 있죠.”
[남현종 / 9층시사국 앵커]
"온라인상에서의 최원종의 행보 그가 어떻게 변해갔는지 살펴봤습니다. 정말 방대한 양의 글들인데 이걸 어떻게 추적해서 분석할 수 있었습니까?"
[조혜진 / 9층시사국 기자]
"최원종은 신상공개가 되자마자 특정 커뮤니티의 이용자였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그래서 저희 kbs 공영미디어연구소에서 최원종이 쓴 글을 빅데이터로 수집을 한번 해봤는데요. 그랬더니 앞서 알려진 닉네임뿐만 아니라 다른 닉네임으로도 활동을 했던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약 5년간 쓴 게시글만 해도 6천 58건 정도 확보가 됐고요. 또 다른 이용자들이 최원종에 대해 언급하거나 서로 소통한 글도 312건으로 상당히 많은 양이었습니다."
[차주하 / 9층시사국 기자]
"최현종은 그러면 고등학교 자퇴 후에는 온라인을 제외하고는 외부와 교류가 거의 없었던 것 같네요."
[조혜진 / 9층시사국 기자]
"2017년 최원종이 고등학교를 자퇴했고요. 그다음 2020년부터는 혼자 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이 최원종을 파악하기에는 일기장처럼 쓴 이 게시물을 분석하는 게 의미가 있겠다 이렇게 판단을 했던 거고요. 이 최원종이 게시글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들을 뽑아서 마인드맵 형태로 변환을 해봤더니 어떤 특정한 경향성 같은 것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입시 경쟁에서 탈락한 데 대한 좌절이나 분노 이런 것들을 나타낸 단어들이 굉장히 많았고요. 이를 통해 앞서 보신 것처럼 우리가 최원종이 어떤 인물이었는지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남현종 / 9층시사국 앵커]
"최원종이 수년 동안 정말 많은 양의 글들을 썼기 때문에 이 모든 글들을 액면 그대로 다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고 같은 커뮤니티에 있었던 다른 이용자들은 최원종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었습니까?"
[조혜진 / 9층시사국 기자]
"주로 2019년, 20년도에 다른 이용자들과 소통한 글이 집중돼 있었는데요. 이 글들을 보면 초반에는 게임 개발이라든지 아니면 어떤 수학 공부를 하면 좋냐 이런 것들 학업적인 부분에 대한 질문과 답변 이런 것들이 줄을 이뤘다면, 한 2020년 정도부터는 많은 이용자들이 최원종에 대해 의문을 갖기 시작합니다."
[차주하 / 9층시사국 기자]
"어떤 의문인가요?"
[조혜진 / 9층시사국 기자]
"사실 최원종이 공부를 하고 있다거나 아니면 미래에 대해 뭘 하겠다 이런 글들이 굉장히 많은데요. 그만큼 많은 글을 올렸다는 건 그 커뮤니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거기 상주했다는 의미겠죠. 그러다 보니까 아무래도 진짜 공부를 하는 게 맞냐 이런 의구심들이 좀 나타나고 이것이 2021년이 되면 뭔가 최원종이 변한 것 같다라든지, 이상해졌다 이런 글들도 눈에 띕니다. 그리고 실제로 최원종이 쓴 게시글을 분석한 결과 최근으로 가면 갈수록 약간 반사회적이라든지 망상적인 내용을 많이 게시글로 썼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개인적으로 인류가 멸망했으면 좋겠습니다.”
1년쯤 전, 최원종은 이런 게시물들을 올리기 시작합니다.
'내인공지능프로그램이 스카이넷이될거라고 믿는다.'
자신이 개발한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인류 역사를 바꿀 거라고 합니다.
스카이넷,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인류를 멸망시키려는 인공지능의 이름입니다.
올해 3월부터는 아예 닉네임을 ‘SKNT’, 즉 ‘스카이넷' 설계자로 바꿉니다.
'내가 지금 범죄를 안 저지르는 건 인류정복이라는 꿈이 있기 때문임'
얼마 지나지 않아 신림역 흉기난동이 일어났습니다.
최원종은 오래 기다리지 않았습니다.
놀란 사람들은 몸을 피하기 바빴습니다.
[인근 매장 직원 (음성변조)]
“정말 여기 그냥 다 전체 출입문 다 잠궈놓고, 주방 안으로 들어오신 분들도 몇 분 계시기는 했었어요.”
프로그래밍 갤러리 회원들도 충격이 컸습니다.
'서현역 사건 범인이 인공무현이라고?'
'인공무현 거의 4년을 봤는데 소름 돋네'
얼마 전까지 최원종과 이야기를 주고받았던 사람들, 최원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지켜봤던 사람들입니다.
'분명한건 인공무현보다 더한 인간들이 여기 많음'
돌이켜 생각해보면, 무분별한 혐오 게시물들이 만연해 있었다는 자성의 목소리.
'인공무현 살인사건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느낌'
'프갤 모두는 인공무현을 저지경으로 만든 사람들 중 하나다'
“극단주의 혐오주의자들은 그걸(게시글) 계속 자신의 행동에 일종의 아지트로 삼아서 계속 자신의 영향력(생각)을 확대하는 거예요. 문제는 최원종 같은 사람들이 거기서 고무된다는 거, 이래도 되는구나 하고요. 피암시성이 큰 사람들이 존재하니까 특히 이제 최원종 같은 사람들은 반드시 큰 암시를 받는단 말이에요. 그게 위험하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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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진 기자 (jin2@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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