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전 대통령 “우리는 홍범도 애국심·헌신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

“흉상 철거 계획 철회해 역사와 선열에 부끄럽지 않게 해달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달 8일 전남 구례 양정마을에서 열린 ‘섬진강 수해 극복 3주년 행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육군사관학교의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계획에 대해 “육사 차원에서 논의된 일이라 하더라도 이 정도로 논란이 커졌으면 대통령실이 나서서 정리하는 것이 옳다”라고 일침을 놓았다.

문 전 대통령은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흉상 철거 계획을 철회해 역사와 선열에 부끄럽지 않게 해달라”며 이렇게 적었다.

그는 “일제 탄압으로 만주에서 연해주로 쫓겨나 소련 땅에 의탁하지 않을 수 없었던 독립군 부대의 간난신고(고통스럽고 이겨내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힘든 과정을 겪어 나가는 모습)는 풍찬노숙(큰일을 이루려는 사람들이 고초를 겪음)으로 떠돌면서도 무장독립투쟁을 계속해 나가려는 불굴의 의지 표상”이라고 했다.

이어 국방부 등이 흉상 철거 이유로 홍범도 장군이 1927년 소련 공산당에 가입한 전력을 문제 삼은 데 대해 “그 시기 불가피했던 협력”이라며 “이를 이유로 독립전쟁의 위업을 폄훼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남루하고 편협한 나라로 떨어지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문 전 대통령은 “독립 영웅 다섯 분의 흉상을 육사 교정에 모신 것은 국군이 일본군 출신을 근간으로 창군된 게 아니라 독립군과 광복군을 계승하고, 육사 역시 신흥무관학교를 뿌리로 삼고 있음을 천명해 정통성을 드높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흉상 철거는 역사를 왜곡하고, 국군과 육사의 정통성·정체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처사”라며 “우리는 홍범도 장군의 애국심과 헌신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지난 달 27일에도 “대한민국의 뿌리가 임시정부에 있듯이 우리 국군의 뿌리도 대한독립군과 광복군에 있음을 부정하는 것이냐”라며 흉상 이전에 관해 “깊은 우려를 표현다”고 메시지를 전했다.

육군사관학교는 같은 달 31일 입장문을 내고 “홍범도 장군 흉상은 육사의 정체성과 독립투사로서의 예우를 동시에 고려해 육사 외 독립운동 업적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적절한 장소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