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 예상까지 뛰어넘었다… KIA가 기다린 이유 있다, 모두가 만든 최강 타선 ‘스텝업’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저는 잘 모르겠어요. 언론에서 이야기를 하기는 하는데…”
KIA 타선의 버팀목이자, 훗날 KBO 명예의 전당이 만들어진다면 입성이 확실시되는 최형우(40‧KIA)는 지난 6월 한 가지 질문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당시 KIA는 나성범과 김도영의 부상 이탈로 전체적인 타선의 그림이 조금은 어수선할 때다. 확실하게 주전 자리가 정해지지 않은 포지션도 있었다. 나성범은 종아리 부상, 김도영은 발 부상으로 7월 이후에나 복귀가 예정된 상황이었다.
두 선수가 돌아오면 그래도 타선이 더 강해지지 않겠느냐는 게 대체적인 예상이자 위안이었다. 나성범은 리그 최정상급 타자다. 지난해에도 KIA 중심타선에서 큼지막한 화력을 보탰다. 김도영은 올 시즌을 앞두고 구단 안팎에서 “가장 성장한 야수”라는 평가에 이견이 없을 정도의 상승세를 그렸다. 두 선수의 이탈이 대형 악재인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베테랑 중의 베테랑인 최형우는 그때까지도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었다.
최형우는 해당 질문에 “나성범이 빠진 건 크지만, 또 마침 이우성이나 다른 선수들이 잘해주고 있다. 김도영은 아시다시피 지난해 주전이 아니었다”고 했다. 김도영의 가능성이나 잠재력을 평가절하하는 게 아니었다. 지금까지 보여준 확실한 숫자가 없는 만큼, 과도한 기대는 추후 더 큰 실망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경계했다. 그래서 어쨌든 지금 있는 선수들이 중요하다고 했다. 두 선수가 돌아와도, 두 선수로 야구를 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베테랑이기에 할 수 있는 냉정한 진단, 옳은 보수적 자세였다. 다행인 건, 최형우의 예상이 기분 좋게 깨지고 있다는 것이다. 나성범은 지난해보다 더 좋은 득점 생산력을 뽐내고 있다. 그리고 김도영은 주전으로 활약하며 이제는 내년에 제시할 수 있는 자신의 숫자를 하나둘씩 만들어가고 있다.
나성범은 마치 부상으로 못 뛴 것을 분풀이라도 하듯이 방망이를 돌리고 있다. 3일까지 시즌 46경기에서 타율 0.344, 14홈런, 4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55의 대활약이다. 득점권에서도 0.346의 고타율이다. 비록 표본이 지난해보다 적기는 하지만, OPS(.910)가 지난해보다 한참 더 높다. 시즌 시작부터 함께 했다면 어땠을까는 아쉬움이 절로 나오는 성적이다. 지난해 정도의 성적만 나와도 훌륭할 것이라는 최형우의 보수적인 기대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김도영도 마찬가지다. 김도영은 지난해 최형우의 말대로 팀의 확고부동한 주축이 아니었다. 가능성이 넘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지난해 103경기에서 기록한 0.674의 OPS는 주전의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올해는 역시 최형우가 흐뭇해 할 정도의 놀라운 상승세다. 시즌 48경기에서 타율 0.308, 3홈런, 25타점, OPS 0.833을 기록하며 동 포지션 대비 리그 평균의 40% 이상의 득점 생산력을 찍어내고 있다.
그런데 최형우의 말대로, 두 선수만으로 KIA 타선의 후반기 역대급 성적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KIA는 팀 전력이 완전체로 돌아온 후반기 들어 팀 타율이 0.306, 팀 OPS가 0.828에 이른다. 상대 마운드가 공포를 느낄 만한 성적이다.
요즘 시세로 OPS가 0.800 이상을 기록하면 포지션에 따라 올스타에 도전할 수 있는 성적인데, 팀 OPS가 0.828이니 호랑이의 포효가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알 수 있다. 결국 기존 선수들의 선전과 스텝업, 그리고 두 선수의 가세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최형우 김선빈 소크라테스가 자신의 자리에서 제 몫을 해주고 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세 선수는 시즌 전반을 봤을 때 그래도 자기 성적을 꾸준하게 내준 선수로 뽑힌다. 여기에 시즌 초반 부진했던 박찬호가 후반기 대활약을 펼치며 팀의 공격을 이끌어주고 있고, 김도영 나성범이 그 뒤를 호성적으로 받치면서 팀 공격의 대폭발이 일어났다. 최형우 소크라테스의 해결 능력도 최근 들어 더 빛을 발하고 있다.
여기에 이우성이 전반기 많은 경기에 나가며 잘 버텨준 것도 무시할 수 없고, 고종욱은 리그 최고의 좌타 대타 자원이다. 최원준 황대인의 성적이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변우혁 한준수가 보여준 장타력은 또 기대를 걸 만한 대목이 있다. 리그 최악의 공격력에 머물렀던 포수 포지션은 김태군을 트레이드로 영입하며 평균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김태군은 KIA 이적 후 34경기에서 타율 0.298로 선전하고 있다.
내년이 더 기대되는 라인업이기도 하다. 나성범은 선수의 자신감대로 아직 신체능력이 떨어졌다는 조짐이 어디서도 보이지 않는다. 타격에 눈을 뜬 박찬호와 김도영의 에너지는 더 빛을 발할 것이고, 최원준 황대인 변우혁의 성적은 바닥을 찍은 올해보다는 나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라인업에 베테랑보다는 20대 초‧중반에서 3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이 더 많다는 점도 기대를 걸게 한다. 모두가 만든 KIA 타선의 스텝업이 이 기세를 몰아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되는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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