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대환장’ 출연진 등장에도… 동화보다 다큐 같은 연애 프로가 사랑받는 이유

김민정 기자 2023. 9. 3.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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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솔로’ 16기 돌싱 특집 화제

“난 연민이 많은 사람을 좋아해. 약한 게 예뻐.”(하트시그널4 김지영)

“답답하다, 진짜 허파 디비지네.”(나는 SOLO 16기 영숙)

‘나는 SOLO’ 16기 여성 출연자 ‘영숙’이 데이트 중단을 선언하는 장면(위). 풋풋한 연애 장면들로 채워진 ‘하트시그널4′(아래)와 달리, 오해하고 분노하는 출연자들의 모습으로 시청률을 올리고 있다./’나는 SOLO’ ‘하트시그널4′

비슷한 시기에 방영된 같은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인데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전자는 갈등조차 예쁘게 풀어나가는 20~30대 남녀들의 ‘동화’ 같은 이야기, 후자는 평균 연령 남자 40세, 여자 33세인 ‘돌싱’들이 만드는 날것 그대로의 ‘다큐’에 가깝다. 사람들은 무엇을 더 보고 싶어할까. 방영 요일이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본방송 시청률만 보면 ‘다큐’가 ‘동화’를 앞섰다. ‘나는 SOLO’ 출연자들이 갈등을 빚는 상황이 예고편부터 큰 관심을 끌더니 지난달 30일 방송이 올 들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것. 시청률 조사 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최근 방영분인 이날 방송 시청률은 평균 5.6%(수도권 유료방송가구 기준 ENA·SBS PLUS 합산 수치)로, 2021년부터 방송한 ‘나는 SOLO’ 역대 최고 시청률(5.7%) 기록에 근접했다. 넷플릭스 등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서도 시청 순위 상위권을 휩쓸었다. 하트시그널4는 2.3%에 그쳤다.

화제의 중심엔 여자 출연자 ‘영숙’이 있다. 일부 시청자들은 “’나솔(나는 솔로) 유니버스’에 ‘역대급 빌런(악당)’이 나타났다”는 반응이다. 16기는 역대 두 번째 ‘돌싱 특집’으로, 결혼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남자 6명과 여자 6명이 솔로나라에서 5박6일간 생활하며 짝을 찾아가는 내용이다. 앞선 기수에선 흥미진진한 러브라인이나 ‘플러팅’, 닭살 돋는 말 등이 주로 화제였다. 하지만 이번엔 자기 색깔 강한 출연자들의 행동으로 빚어지는 소위 “대환장” 상황들에 시청자들이 반응했다. 영숙은 ‘나는 SOLO’ 초유의 데이트 중단 사태를 만들었다. 남자 출연자 ‘광수’의 말이 자신의 과거를 공격했다는 이유로 심기가 불편해졌고 데이트 분위기는 냉각됐다. 광수는 끝내 식당 냅킨으로 눈물을 찍어냈고, 영숙은 “하” 한숨을 쉬고는 데이트 중단을 선언했다. 숙소로 돌아가선 다른 여자 출연자 ‘옥순’과 갈등했고,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시애틀에서 온 남자 출연자 ‘상철’에겐 “여기 미국 아니다”라며 분노했다. 그뿐 아니라 “부엌에 남자가 들어가는 게 좀 이상한 것 같아요”(상철)라든지, 다른 여성 출연자에게 쌈을 싸서 함께 남성 출연자에게 줄 것을 요구(옥순)하는 등 출연자들의 ‘있는 그대로’의 행동들이 전파를 타고 있다.

지나치게 솔직한 모습들에 일부 시청자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B급’ ‘불량식품’이라는 평가를 내리면서도 시청하는 이유는 출연자들의 미성숙함에서 자기 자신이 가진 불완전함을 보기 때문이 아닐까. 댓글 중에는 “그들의 행동 밑에 어떤 과거의 삶과 상처가 깔려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는 반응도 있다. 현실성을 내세운 연출 방식도 한몫한다. 청춘 남녀가 드라마 세트장처럼 꾸며진 숙소에서 지내며 아름다운 장소에서 데이트하는 ‘하트시그널’과 다르게, ‘나는 SOLO’는 현실적인 온돌방 숙소에서 지내며 어디에나 있을법한 음식점에서 데이트한다. 화면 안과 밖이 다르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번 ‘나솔 유니버스’에는 에르메스 가방을 든 출연자부터 30만원짜리 패딩점퍼가 자신을 위한 가장 큰 소비였다는 출연자, 근육맨부터 왜소한 ‘너드남’까지 다양하게 섭외돼 사회의 축소판처럼 보일 정도다. 물론 연애 리얼리티 쇼에서까지 피로감을 주는 ‘다큐’를 보고 싶지 않다는 ‘동화파’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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