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찾은 교황 "중국 가톨릭 신자, 좋은 크리스천 · 좋은 시민 되길"

몽골을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현지 시간 3일 중국 국민을 고귀한 국민이라 부르며 중국 정부를 향해서는 가톨릭 신자들에 대한 종교 제한 완화를 촉구했습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오후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스텝 아레나 경기장에서 열린 미사 말미에 홍콩의 전·현직 대주교를 불러 소개하면서, "이 자리를 빌려 고귀한 중국인들에게 따뜻한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운을 뗀 뒤 "저는 모든 (중국) 국민이 앞으로 나아가고 항상 발전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중국 가톨릭 신자들에게 좋은 크리스천이자 좋은 시민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교황이 언급한 '좋은 크리스천·좋은 시민' 표현은 바티칸이 공산주의 정부에 가톨릭 신자들에게 더 많은 자유를 주는 것이 사회·경제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설득할 때 사용하는 표현입니다.

바티칸은 지난 7월 하노이에 상주 대표부를 두기로 하며 관계를 격상시킨 베트남에 대해서도 이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바티칸은 중국 정부에도 주베이징 바티칸 상주 대표부 설치를 허용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외국의 영향을 뿌리 뽑고 공산당에 대한 복종을 강요하기 위해 종교의 '중국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교황의 발언이 가톨릭 신자에 대한 종교 제한 완화 촉구라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외신들은 교황의 몽골 방문을 앞두고 가톨릭 신자가 1천450명 남짓으로 알려진 국가에 방문하는 이유에 대해 바티칸과 중국의 관계 개선을 위한 행보라는 해석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교황은 이날 오전 종교 간 회의 연설에서는 불경 등을 언급하며 모든 종교가 조화롭게 살아갈 것을 촉구했습니다.

교황은 또 성(聖) 프란치스코, 19세기 덴마크 실존주의 철학자 쇠렌 키르케고르 등을 인용해 "우리가 한자리에 모였다는 사실은 종교적 전통이 그 교유함과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한 놀라운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습니다.

이날 종교 간 회의에는 복음주의 등 기독교 다른 교파와 불교, 이슬람교, 유대교, 힌두교 등 다른 종교 대표들이 참석했습니다.

역대 교황 가운데 처음으로 몽골을 방문한 교황은 현지 시각 4일 '자비의 집'에서 사회복지 활동가들을 만난 뒤 귀국길에 오르며 4박 5일의 몽골 방문을 마무리합니다.

박하정 기자 parkhj@sbs.co.kr